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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경전 부화부순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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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경전 '부화부순' 편을 읽습니다. 우리는 선지자들의 문장 속에서 삶의 비의(秘意)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깨달음이 농축된 문장에는 삶의 지혜가 빛나는 금강석처럼 숨어 있습니다. 그 빛에 마음을 맑히며 함께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동학 경전 해월신사법설 '부화부순' 읽기


부화부순(夫和婦順)은 우리 도(道)의 제일 종지(宗旨)니라!
夫和婦順吾道之第一宗旨也

- 「천도교 경전 공부하기」(라명재 주해, 모시는사람들, 2013) 중에서


천도교는 '동학'을 바탕으로 발전한 우리나라 민족 종교입니다. 1860년 수운 최제우 님이 동학을 창시한 후 제2대 교주 해월 최시형 님을 거쳤으며, 1905년 제3대 교주 손병희 님이 이름을 동학에서 천도교로 개칭했습니다.
천도교는 모든 생명은 한울님을 모시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는 '시천주(侍天主: 한울님은 항상 마음 속에 있다고 믿는 일)' 믿음을 바탕으로 자기 스스로를 공경함은 물론 모든 사람을 한울님 같이 공경하며 나아가 물건까지도 공경하는 새로운 삶을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님이 한울님을 공경하듯이 사람도 똑같이 공경해야 한다고 강조한 인본주의 사상인 '사인여천(事人如天)' 윤리를 실천 강령으로, 한울이 사람 되고 사람이 한울 되는 '인내천(人乃天)'의 참된 세상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위 책을 주해한 라명재 님은 1965년 서울 동학·천도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의료인입니다. 전통의 가치와 생명에 대한 가르침이 가득한 동학의 경전이 널리 읽혀서 사람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인들과 함께 공부한 내용을 위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2.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얼까?


오늘 함께 읽는 문장은 위 책에 실린 '해월신사법설(海月神師法設)' 부화부순 편입니다. 이 해월신사법설은 동학의 제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님의 말씀을 모은 것입니다. 이 문장들은 해월 님이 민중 속으로 동학을 전파하면서 1대 교주인 수운 최제우 님의 말씀을 민중들을 위해 쉽게 풀이하고 또 스스로 체득한 동학의 사상을 민중 친화적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부화부순 편의 첫문장입니다.

부화부순(夫和婦順)은 우리 도(道)의 제일 종지(宗旨)니라!

- 「천도교 경전 공부하기」(라명재 주해, 모시는사람들) 중에서


'종지(宗旨)'는 으뜸가는 뜻을 말합니다. 그것도 제일의 종지라 하네요. 그만큼 중요한 것이 부화부순(夫和婦順)이라 합니다.

이 '부화부순'은 부부 사이가 화목한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부부 사이가 화목한 것이 '도의 제일의 종지'라 하네요. 빗방울이네는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천도교가 추구하는 도(道)의 제일 종지를 밝힌 것인데요, '겨우 부부 사이가 화목한 것이 도의 제일의 종지라니!'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대 생각은 어떤가요? 그 이유를 설명한 라명재 님의 아래 주해를 읽어봅니다.

천지가 불안하면 그 안의 생명들이 괴롭듯이 부부가 불화하면 또한 자식들과 가정이 모두 불안하고 괴로워진다.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최소 단위가 가정이므로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우주적 모심과 소통을 실천하는 첩경이 되는 것이다.

- 「천도교 경전 공부하기」(라명재 주해, 모시는사람들) 중에서


부화부순 편에는 모두 7개의 문장이 등장합니다. 라명재 님의 주해로 그 핵심을 헤아려보겠습니다.

2번째 문장 내용은 도를 통하고 통하지 못하는 것이 내외가 화순하고 화순치 못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배우자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허물없는 사이인데, 배우자와 소통하지 못하고 모시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은 어찌 공경하고 모시겠으며 세상의 도를 어찌 통하겠느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3번째 문장은 부부가 화순하면 한울이 반드시 감응하여 일 년 삼백육십 일을 하루아침같이 지낸다는 내용입니다. 부부가 화순하지 못하면 아이가 까닭 없이 보채고 아프곤 한다고 합니다. 아이가 구김 없이 잘 자라면 부부가 화순한 집안이라고 하네요.

4번째 문장은 부인은 한 집안의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의 관점에서 보아도 이 문장은 매우 파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집안일은 남녀가 함께 참여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여성의 섬세한 손길이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다가옵니다.

5번째 문장은 남자는 한울이요 여자는 땅이니 남녀가 화합해야 천지가 크게 화한다는 내용인데요, 이는 상하 서열의 의미가 아니라 독불장군은 없고 모든 존재는 상대적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새깁니다. 

6번째 문장은 부부가 화합하지 못하면 자손이 보잘것없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동학경전부화부순편중에서
동학 경전 '부화부순' 편 중에서.

 

 

3. 성내는 부인에게 절을 하라고요? 

 
그런데요, 부화부순 편의 마지막 7번째 문장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부인이 성을 내면 남편된 이가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절을 하라는 내용입니다.

왜 이토록 부인을 높이 여겼을까요?
 
1~6번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가정에서 부인의 역할이 매우 소중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부인에게 절을 하는 것은 부인에게 있는 '한울님'에게 절을 하는 것입니다. 동학에서는 나는 물론 상대방, 심지어 사물에도 한울님이 내재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부인에게 절을 할 순 없겠지만, 그만큼 진심을 다하여 감화시켜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그런데 위 책에서 라명재 님은, 정성을 다하여 감화하여도 종내 화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혼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경전에 있다고 덧붙여 설명합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진심으로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했는지 한울님께 고하여 정해야 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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