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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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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을 만납니다. 이상하게도 이 시를 읽는 우리는 불현듯 무엇이라도 당장 배우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낍니다. 왜 그럴까요? 천천히 읽으며 시의 자양분으로 저마다의 마음을 맑히며 함께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 읽기

 
배움을 찬양함
 
- 베르톨트 브레히트
 
가장 단순한 것을 배워라! 자기의
시대가 도래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너무 늦은 것이란 없다!
알파벳을 배워라,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우선 그것을 배워라! 꺼릴 것 없다!
시작해라! 당신은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한다!
당신이 앞장을 서야만 한다.
 
배워라, 난민 수용소에 있는 남자여!
배워라, 감옥에 갇힌 사나이여!
배워라, 부엌에서 일하는 부인이여!
배워라, 나이 예순이 넘은 사람들이여!
학교를 찾아가라, 집 없는 자여!
지식을 얻어라, 추위에 떠는 자여!
굶주린 자여, 책을 손에 들어라.
책은 하나의 무기다.
당신이 앞장을 서야 한다.
 
묻기를 서슴지 말아라, 친구여!
아무것도 믿지 말고
스스로 조사해 보아라!
당신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모르는 것이다.
계산서를 확인해 보아라!
당신이 그 돈을 내야만 한다.
모든 항목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물어보아라, 그것이 어떻게 여기에 끼어들게 되었나?
당신이 앞장을 서야 한다.
 

- 「장석주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 명시 100선」(북오션, 2017) 중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는 서양 연극사를 대표하는 독일 희곡작가이자 연출가, 시인입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밤의 북소리」 「서푼짜리 오페라」 「남자는 남자다」 「마하고니 시의 흥망」 「어머니」 「갈릴레이의 생애」 「코카서스의 분필 원」 「제삼제국의 공포와 참상」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 번역된 그의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 등이 있습니다.
 

2. 무엇이라도 배우고 싶어지는 시

 
오늘 함께 읽는 시 '배움을 찬양함'은 브레히트 시인님이 30대 초반이었던 1931년에 쓰인 것입니다. 이 시는 희곡작가인 브레히트 시인님이 쓴 희곡 '어머니' 속에 들어 있습니다. 뮤지컬 속의 노래처럼 등장하는 시입니다.
 
이 시를 읽다 보니, 저 빗방울이네도 무언가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뿜뿜' 솟는 것만 같네요.
 
가장 단순한 것을 배워라! / 자기의 시대가 도래한 사람들에게는 / 결코 너무 늦은 것이란 없다!

- 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 중에서

 
'자기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은, 우리에게 '우리의 시간'이 왔다는 의미로 새겨집니다. 이 말은 빗방울이네를 화들짝 놀라게 합니다. 왜 그동안 '나의 시간'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지나쳐왔을까요? 무심코! 지금이 바로 '나(!)의 시간'인데 말입니다. 이 시구는 너무나 명명백백한 사실을 불현듯 환기시켜 주네요. 
 
당신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 당신이 모르는 것이다

- 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 중에서

 
우리 스스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인지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 시구도 빗방울이네를 일깨워줍니다. 빗방울이네는 날마다 하늘에서 떨어진, 처음 보는 콜라병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는 부시맨처럼 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의 지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눈을 뻔히 뜨고도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니요!
 
계산서를 확인해 보아라! / 당신이 그 돈을 내야만 한다

- 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 중에서

 
내가 지불을 독촉받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계산서를 내밀었을 때 계산서를 보지 않고 나의 돈을 선뜻 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모르는 채 '지불'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모든 항목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 물어보라, 그것이 어떻게 여기에 끼어들게 되었나?

- 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 중에서

 
'이게 어째서 이러느냐, 저건 왜 그러느냐'라고 하나하나 물어보라고 하네요. 끊임없는 질문과 호기심 꾸러미, 다시 무장해야겠네요.
 

브레히트시배움을찬양함중에서
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 중에서.

 

 

3. 관광버스 기사의 색소폰 연주 비결은?

 
지난 토요일 빗방울이네 일행은 관광버스를 전세 내어서 경남 합천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관광버스 A기사님이 자신의 연주곡이라면서 버스 안에서 우리 일행에게 색소폰 연주 녹음을 들려주지 뭡니까? 그런데요, 그건 아주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날마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기사님은 그 바쁜 와중에 언제 어디서 색소폰을 배우고 또 맹렬히 연습했을까요?
 
그 기사님의 색소폰 연주곡을 듣고 있으니 언젠가 텅 빈 관광버스 안에서 열심히 기타를 치고 있던 B기사님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그때 빗방울이네는 산보 중이었고, 길가에 주차된 그 관광버스 곁을 지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름날이었는데 어디선가 기타 소리가 나 둘러보니 버스 안에서 B기사님이 혼자를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 기사님은 자신이 싣고 온 관광객들이 주변 관광을 하러 간 사이, 그 빈 시간을 활용하여 기타 연주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버스 안에는 조심해야 할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기사님은 아주 마음껏 신나게 기타를 튕기고 있었습니다. 정말 아무 거리낌 없는 자유로운 연주,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빗방울이네는 그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요.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문학기행에서 A기사님의 색소폰 연주 녹음을 들었던 것입니다. 아마 이 기사님도 우리가 버스를 내려 관광지를 다녀오는 빈 시간, 빈 버스 안에서 색소폰 연주 연습을 하고 있었을까요? 다시 문득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가장 단순한 것을 배워라! 

- 브레히트 시 '배움을 찬양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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