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습니다. 낮고 작고 여린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낮고 작고 여린 풀들도 저마다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듯이요. 오늘은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3'을 읽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마음 속에 있는 저마다의 꽃을 어루만지며 마음목욕을 함께 하십시다.
1.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3'
우리는 그동안 이 <독서목욕> 블로그에서 나태주 시인님의 시 '풀꽃·1'과 '풀꽃·2'를 읽었습니다. 먼저 이 두 편의 시를 다시 한번 더 읽고, 오늘은 '풀꽃·3'을 만나겠습니다.
풀꽃·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 중에서
풀꽃·2
-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위 같은 책 중에서
자,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 연작시 세 편 중 마지막 편은 이렇습니다. 읽어보시지요.
풀꽃·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 위 같은 책 중에서
이 짧은 시 옆에 나태주 시인님은 직접 그림을 그려두었습니다. 나 시인님은 평생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과 함께 풀꽃 그림을 그리고 낮은 풀꽃들과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지금 보고 있는 나 시인님이 그린 꽃 그림이 아주 예쁘네요. 나 시인님이 '풀꽃·3' 옆에 그려둔 꽃은 가느다란 몸매의 도라지입니다. 도라지는 3행짜리 시 '풀꽃·3'보다 키가 더 크네요.
2. 낮고 여린 우리에게 하는 말
이 그림 속의 여리디 여린 몸매의 도라지가 보라색 꽃 두송이를 피웠습니다. 한 송이는 활짝, 다른 한 송이는 반쯤 벌어졌습니다. 나머지도 곧 벌어질 것 같습니다. 도라지를 자세히 보고 있으니 왠지 막 응원을 해주고 싶습니다. 옆에서 지켜주면서 도라지와 함께 용을 써주고 싶어집니다. 영차 영차 하면서요.
- 기죽지 말고 살아봐
나태주 시인님은 이렇게 응원하고 있네요. 꽃을 피우려고 애쓰는 도라지를 응원하듯이요. 풀꽃은 키가 작고 여리고 눈에 띄지 않습니다. 도심의 화원에 있는 장미나 튤립, 모란, 국화 같은 크고 화려한 꽃만큼 주목받지도 못합니다. 사람들이 길을 가기에 너무 바쁘기 때문에 풀꽃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시인은 풀꽃에게 '기죽지 말고 살아봐'라고 말해줍니다. 작고 낮고 여린 풀꽃에게요. 아니, 작고 낮고 힘없는 모두에게요. 그래 놓고 그다음에 나 시인님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 꽃 피워봐
꽃을 피워보라고 합니다. 기죽지 말고 꽃을 피워보라고 하는군요. 저는 피울 꽃이 아무 것도 없는 줄만 알았는데 기죽지 말고 어서 피워보라고 하네요. 과연 무슨 꽃을 피울까요?
3. 어떤 꽃이라도 피우면 좋아
- 참 좋아
그 꽃은 풀꽃이겠네요. 작고 눈에 잘 안 띄고 이름도 모르는 풀꽃이겠네요. 그래도 기죽지 말고 꽃을 피우면 참 좋다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님은 풀 같은 우리에게 꽃을 피우면 참 좋다고 하네요. 여기서 나 시인님은 자기만의 꽃을 피우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똑같은 하나의 꽃을 피울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이미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과 모양을 가진 꽃이 숨어 있겠네요.
어제 산책길에서 큰개불알풀꽃을 만났습니다. 이 작고 낮고 여린 풀꽃이 아직 찬바람이 부는데도 땅에 딱 붙어 영롱한 보랏빛 꽃을 활짝 피우고 있지 뭡니까? 그 길을 맨날 지나다니는데 어제 제 눈이 들어온 것입니다. 이 풀꽃은 봄의 전령입니다. 매화와 함께 겨울을 밀어내고 가장 먼저 피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거기 꽃이 있으니 참 좋았습니다. 그 작고 낮고 여린 풀꽃을 보니 참 좋았습니다. 다소 민망한 이름을 가진 큰개불알풀꽃의 기분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리고요,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이 녀석이 꽃을 피우지 않을 때는 그냥 휙 지나쳤거든요. 거기 있는지조차 몰랐거든요. 어떤 색깔인지 어떤 모양인지 몰랐는데요, 꽃을 피우니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가려져 있는, 작고 낮고 여린 우리도 자신만의 꽃을 피우면 그렇게 되겠지요?
큰개불알풀꽃이 너무 좋아 무릎을 꿇고 낮은 그이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큰개불알풀꽃도 좋았겠지요?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나태주 님의 시를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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