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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김혜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by 빗방울이네 202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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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님의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습니다. 작가님이 건네주는 뜨거운 문장들 속에 마음을 담가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김혜자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의 문장 읽기

내가 처음 아프리카에 가기 시작했을 때,
만나는 아이들마다 돈이나 먹을 것을 주는 내게
그 나라 관리들이나 함께 간 동료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엄하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몇 해 전 어느 영국인이 처음 아프리카에 왔을 때
빈 손으로 왔던 것이 너무 마음 아파,
그 다음번에는 초콜릿과 캔디를 트렁크로 하나 가득 갖고 왔다고 합니다.
그는 그것들을 나누어주다가 아이들에게 깔려서 죽었습니다.


-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김혜자 지음, 오래된미래, 2004년) 중에서

 
김혜자 님은 1941년 서울 출신으로 이화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1962년 KBS 1기 탤런트로 방송에 데뷔했다가 그만두고 결혼해 육아에 전념하다 극단 '실험극장'을 통해 '연극계의 신데렐라'도 떠올랐습니다. 이후 1969년 개국한 MBC에 스카우트되어 본격적 연기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요 출연작으로 「전원일기」 「모래성」 「겨울안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베의 가족」 「사랑이 뭐길래」 「두 여자」 「엄마의 바다」 「장미와 콩나물」 등이, 연극으로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 「피가로의 결혼」 「19 그리고 80」 「셜리 발렌타인」 등이, 영화로는 「만추」 「마요네즈」 등이 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신인상, 주연상, 대상 등을 수상한 것을 비롯, MBC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등을, 동아연극상, 마닐라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여성신문사 페미니즘상, 배우 최초로 위암 장지연상, 아시아 최초로 엘리자베스아덴사 주관 Visible Difference Award 등을 수상했습니다.
 

2. '4초마다 아이 한 명이 죽고 있어요!'

 
아니, 초콜릿과 캔디를 가득 가져와 나누어주던 영국인이 아이들 더미에 깔려 죽었다니요. 위의 책 앞부문에 실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에세이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빗방울이네는 이 문장을 접하고 놀라 한동안 그 영국인에게 지옥 같았을 아수라장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배은망덕하다 생각했다가 점점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저랬을까? 얼마나 삶이 지옥 같았으면, 하고 참혹했을 배고픔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극한의 상황은 우리가 도저히 상상도 못 할 것이었겠지만요. 그런데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참혹한 상황은 시시각각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서는
4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전쟁과 기아로 죽어가고 있고,
매일 3만 5천 명의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이
죽거나 전쟁터의 총알받이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억 5천 명의 아이들이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아이들을 고통받게 해야 할까요?

- 김혜자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중에서

 
이 책은 2004년에 발간됐는데, 김혜자 님은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 그즈음 10년 동안이나 전쟁과 가난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 왔다고 합니다. 가는 곳마다 드라마 '전원일기'에 나오던 그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이었겠네요. 김혜자 님은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소말리아, 르완다, 방글라데시,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보스니아, 인도 등을 찾아다니며 구호활동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 자상한 눈빛으로 얼마나 울었겠는지요?
 

김혜자에세이꽃으로도때리지말라중에서
김혜자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중에서.

 

 


 

3. '한 번 죽는 삶인데, 거기서 잘못돼도 괜찮아요'

 
김혜자 님은 왜 그랬을까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인 그녀는 국내에서도 대중들의 찬사를 받으며 편안히 잘 살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 연약한 몸으로 왜 폭염과 수십 시간의 장거리 비행과 질병을 비롯한 예기치 못할 온갖 위험 속을 뚫고 세계를 다니며 구호활동을 벌이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은 나를 뛰어난 연기자, 한국의 여인상, 어머니상,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고 화려한 조명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여자,
행복한 사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난 행복합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끝 모를 허무감만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를 끊임없이 묻고 있지만 않다면!

- 김혜자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중에서

 
김혜자 님은 이렇게 존재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답을 찾게 되었다고 하네요.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실천한 오랫동안의 구호활동을 통해 왜 자신이 존재하는가를 순간순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혜자 님의 실천은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팁을 건네주고 있습니다. 이타적(利他的)인 삶이 주는 행복 말입니다. 자기나 자기 가족만 위하는 삶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위한 삶이 주는 보람 말입니다. 김혜자 님은 그것이 자신의 존재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상 구석구석의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가 위로하며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면서 김혜자 님은 그동안 감겼던 마음의 눈을 뜨게 되었네요. 나아가 내 자식만 애지중지하면서도 가까운 내 이웃의 소외된 아이들, 먼 세상의 버려진 아이들을 향해서는 감겨 있던 이들의 눈도 뜨게 해 주었네요. 
 
이 책의 제목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에 대해 김혜자 님은 교육사상가인 파울로 프레이리의 말을 인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의 배 고프고 아픈 아이들을 돕기 위해 쓴 이 책에 더 이상의 제목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꼭 맞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문장은 또한 그녀가 서아프리카 남쪽 나라인 시에라리온을 방문했을 때 내전으로 멍든 이 나라의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말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전쟁은 안 됩니다.
어떤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도 전쟁을 해선 절대로 안 됩니다.
아이들이 고통받기 때문입니다.
(중략)
'꽃으로도 이 아이들을 때려선 안 된다!'라고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습니다.

- 김혜자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중에서

 
이처럼 이타적이고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김혜자 님의 연약한 몸속에는 어떤 단단한 결심이 들어있었던 걸까요? 그녀는 오래전 전쟁지역에 가는 자신을 걱정하던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괜찮아요.
그리고 혹시 그런 데 갔다가 잘못된다 해도 그것도 괜찮잖아요.
누구든 한 번은 죽는데···

- 김혜자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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