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오공법 4번 '생세'를 만납니다. 우리 몸속 오장육부 가운데 담(쓸개)을 튼튼히 해주는 무예 동작입니다. 이 글은 오공법 수련자(입문)를 위한 것으로, 오공법 동작을 수월하게 기억하기 위한 글입니다. 오공법의 세계로 함께 들어갑니다.
1. 국선도 오공법 4번 '생세'와 연결된 장부는 담(쓸개)
오공법 4번 '생세'와 연결된 우리 몸속 장부(臟腑)는 담(膽, 쓸개)입니다.
담은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膽汁, 쓸개즙)을 저장하고 농축하는 주머니(담낭)입니다. 샘창자(십이지장) 안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쓸개즙을 분비해서 소화를 돕는 장부입니다.
오공법은 모두 10가지 자세로 되어 있고, 각 자세마다 몸속 장부가 하나씩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이미 배웠습니다. 그리고 1번과 2번, 3번과 4번···, 이런 식으로 홀수와 짝수 자세가 짝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요. 그래서 직전의 포스팅에서 익힌 3번 '선세'(간)와 오늘 4번 '생세'(담)가 짝꿍입니다.
왜 짝꿍일까요?
간은 담즙을 제조하여 담낭(膽囊)에 저장하며
답즙은 수담관(輸膽管)을 통하여 십이지장에 송(送)한다.
담낭은 간장하면(肝臟下面) 중앙에 담관이 간에 부(附)해 있다.
- 「국선도 2」(청산선사 지음, 도서출판 국선도, 1974년 초판, 1993년 재판) 중에서
이렇게 간과 담은 가까이 붙어있네요. 담이 간의 아래쪽 중앙에 붙어있다고 합니다. '간담이 써늘하다'라는 문장 속에서도 간과 담이 붙어있으니 3번 '선세'의 간, 4번 '생세'의 담은 쉬이 잊히지 않겠습니다.
2. '생세'를 익히기 전에 알아보는 것들
짝꿍끼리 가진 유사한 동작을 알고 있으면 외우기 쉽습니다. 3번(선세)과 4번(생세)의 유사한 동작은 무얼까요?
바로 첫 동작이 닮았습니다. 첫 동작이 3번은 우학보, 4번은 좌학보인데 이때 들고 있는 다리를 앞뒤로 움직이지 않고 동작이 진행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3번은 우학보(오른쪽 다리를 짚은 상태)에서 들고 있는 왼쪽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쌍외수로 공격하고, 4번은 좌학보(왼쪽 다리를 짚은 상태)에서 들고 있는 오른쪽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양수부로 공격합니다.
오공법 10가지 자세 중 첫 동작에서 '들고 있는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든 채로 동작이 진행되는 것은 이 3, 4번뿐이라는 점도 기억합니다.
4번 '생세'의 세부 동작을 잘 기억하기 위해 또 한 가지 짚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상보(象步)'라는 자세가 처음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오공법에는 여러 행보법(行步法)이 있는데 '상보'가 이 4번(생세)부터 등장합니다.
상보는 정보 자세에서 양발 무릎을 굽혀 앞발은 무릎을 세우고 뒷발은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은 자세입니다. 옆에서 보면 코끼리의 형상 같은데요, 세워진 대퇴부(넓적다리)가 코끼리 몸통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코끼리 '象(상)'자를 써서 상보(象步)라고 합니다.
4번 '생세'에는 '코끼리가 처음(!) 등장한다'라는 점을 기억 창고에 갈무리해 둡니다. 4번에 처음 등장한 상보는 5번 자세부터 수시로 출몰하는 동작입니다.
3. '생세'의 키워드는 '코끼리를 담기 위하여'
세부 동작을 기억하기 쉽도록 지금까지 우리는 연상기억법으로 자세마다 하나씩의 키워드를 정했습니다. 1번 '의세'(신장)는 '신장, 걸러준다', 2번 '사세'(방광)는 '방광 지키기', 3번 '선세'(간장)는 '간드랑치기'였습니다.
4번의 키워드도 다른 자세의 키워드처럼 그 자세에 연결된 장부에서 찾으면 좋습니다. 그러면 쉽게 잊히지 않으니까요.
4번 '생세'의 연결 장부는 담(쓸개)입니다. 담은 쓸개즙을 '담아두는' 주머니입니다. 담은 간으로부터 쓸개즙을 받아 담아두었다가 십이지장으로 보내 소화를 돕는다고 앞에서 배웠지요? 그러니 담의 인상은 담는 것이네요. '담'이라는 글자 구조에서 '담는다'가 연상되기도 하니 키워드로는 안성맞춤이겠습니다.
4번에 처음 등장하는 코끼리도 담고요(코끼리 냉장고 담기!), ‘코끼리를 담기 위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다양한 동작들(양수부, 우외수, 좌장, 좌합족, 좌합골, 우장, 우합족, 우회음장)을 담담하게 다 담고 있는 동작이라고 새겨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을 골라 4번 '생세'의 키워드를 '코끼리를 담기 위하여'로 해봅니다.
'코끼리를 담기 위하여'라는 키워드를 말풍선처럼 머리 위에 단 채 4번 '생세'를 익혀봅니다.
'생세'에서도 다섯 가지 동작에 각 이름이 있습니다. 정확한 방향이나 세부적인 연결동작, 그리고 구체적인 동작 요령 등은 수련장에서 배운 대로 합니다. 여기서는 어떻게 하면 4번 '생세'의 동작을 머릿속에 잘 기억할 것인가에 중점을 둡니다.
1. 생 : 준비 동작에서 좌학보에 양수대원으로 먼저 양수부로 공격합니다. 이때 들고 있는 오른쪽 발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앞서 공유했습니다.
2. 성 : 양수부에 이어 처음 이어지는 동작이 원후보에서 우외수 공격입니다. 우외수에 이어 좌장으로 공격하고 우학보에서 발 공격인 좌합족으로 상대를 가격합니다.
이 2번(성) 동작은 다음 3번(연) 동작과 나비처럼 대칭이 된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여기 2번의 '우외수 - 좌장 - 좌합족'의 꾸러미가 바로 이어지는 3번에서는 '좌합골 - 우장 - 우합족'이라는 꾸러미로 서로 대칭그림이 됩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동작 연결이 한결 수월합니다.
3. 연 : 좌합골로 공격한 뒤 우장으로 가격하고 우합족으로 상대를 한번 더 공격합니다. 지금까지 양수부, 우외수, 좌장, 좌합족, 좌합골, 우장, 우합족에 이르기까지 '코끼리를 담기 위하여' 손과 발을 동원한 다양한 동작들이 등장했네요.
4. 출 : 오공법에서 코끼리 자세가 처음 등장하는 곳입니다. 오른쪽 무릎을 꿇은 상태인 우상보(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세워 코끼리 형상을 취함) 자세에서 우회음장으로 가격합니다.(코끼리를 담기 위하여!) 이어 좌장으로 공격하고 몸을 일으켜 브리지인 우학보 자세를 취합니다.
5. 방 : 마지막 동작은 우장입니다. 앞서 좌장을 했으니 우장을 뺄 수 없겠지요? 우장으로 날렵하게 공격하며 4번 '생세'를 마무리합니다.
「국선도 3」(청산선사 지음, 도서출판 국선도)에 따르면, 담을 자극하는 경락이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인데, 좌우 각 44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번 '생세'의 특별한 동작들이 '족소양담경'을 자극해서 담을 튼튼히 해준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정성을 다해 동작해 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국선도 오공법 5번 '관세'를 익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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