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배종관 동래삼계탕'에 갑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내로라할 정도로 유명한 이 집의 삼계탕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함께 뜨거운 삼계탕 후후 불며 먹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 봅시다.
1. 부산 맛집 '배종관 동래삼계탕' 소개
'배종관 동래삼계탕'(부산 동래구 동래로 116번 길 39)에 왔습니다. 30년 전통의 삼계탕 전문점입니다. 원래 '동래삼계탕'이었는데, 어느 날 '배종관'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주인 이름을 내걸고 하는 식당이라 믿음직하네요. 빗방울이네도 이 집에 20년쯤 전부터 드나들고 있답니다. 기력이 쇠할 때마다요.
이 집은 대로가 아니라 좁은 골목 안쪽에 숨어있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어찌 알고 다 찾아옵니다. 그 맛 때문이겠지요? 과연 어떤 맛일까요?
뽀얀 국물이 이 집의 매력입니다. 간간하면서 고소한 이 국물이 왜 이리 짝 달라붙을까요? 먹어도 먹어도 더 먹고 싶은 맛이 계속 계속 생기고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텅 빈 뚝배기의 시커먼 바닥을 망연히 바라보게 되는 맛이랍니다. 사라진 그 고소함을 아쉬워하면서요.
입에 짝 달라붙는 이 국물 맛, 그 비결이 무척 궁금합니다. 이 집 국물을 꽤 오랫동안 탐닉(!)하면서 늘 궁금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얼까? 하고요. 이렇게 빗방울이네의 오랜 궁리 끝에 어느 날 이 고소함의 비법이 '땅콩가루'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먹을 때마다 땅콩의 고소함을 느끼며 확신하게 됐는데, 이제는 아무 물증도 없이 그냥 그렇게 제 나름대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장님, 이 고소함은 땅콩가루가 아닌가요? 하고 물어볼 수 없으니깐요. 혹시 사장님이 어떤 정답을 말해주었을 때 그것이 땅콩이 아니어도 땅콩이어도 실망할 것만 같았으니깐요. 신비로움은 그냥 신비롭게 두려고요. 맛있게만 먹으려고요.
삼계탕이 식탁에 오면, 색다른 비주얼에 약간 당황할 수 있어요. 대파가 고봉밥처럼 가득 올라가 있거든요. 쩔쩔 끓는 삼계탕 위에 파릇한 대파 채라니. 그런데 이 대파채가 한 몫합니다. 이 대파채를 젓가락으로 꾹 눌러 뜨거운 국물에 잠수시키면, 아주 특별한 맛이 납니다. 매운맛은 달아나고 달큰달큰한 맛, 건강한 맛이 납니다. 대파채는 삼계탕의 잡내를 잡아주면서 시각적으로 후각적으로 미각적으로 음식의 활력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이 집 메뉴는 딱 2가지입니다. 궁중약계탕(19,000원), 동래삼계탕(17,000원). 궁중약계탕에는 녹각 황기 당귀 밤 잣 구기자 대추가 들었다고 소개되어 있네요.
식당 대기석 벽에 이런 홍보물이 붙어 있네요. 2019년 부산 맛집 랭킹에서 이 집이 4위를 했네요. 이 랭킹에서 20위 안에 든 집 가운데 삼계탕집은 이 집이 유일하고요.
또 2016년에는 냉면, 콩국수, 빙수, 삼계탕 등 여름에 자주 먹는 맛집 순위에서 전국 삼계탕집 중에서 이 집이 4위(부산 1위)를 했네요. 이런 저런 랭킹에 토를 달 수 없는 좋은 맛을 내는 집, '배종관 동래삼계탕'입니다.
2. 닭똥집은 과연 닭의 무슨 기관일까?
이 맛있는 삼계탕이 식탁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기본 찬과 함께 나오는 '닭똥집'을 안주로 인삼주(첫 병 공짜)를 홀짝이는 즐거움에 빠집시다. 이 집 닭똥집은 양념해서 볶은 것인데 맛이 좋습니다. 왜 '똥집'이라고 하고 우리는 이렇게 맛있게 먹고 있을까요? 정말 닭의 응가가 모이는 곳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닭똥집'은 '모래주머니'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오네요, 영어로 gizzard, 한자어로 '근위(筋胃)'라고 하네요. 힘줄 '근(筋)', 밥통 '위(筋)'입니다. 그러면 '위'라는 뜻, 소화기관이라는 말인데요? 생각 밖이네요. 한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근위'를 학습한 결과, 근위 즉 닭똥집은 새나 닭 같은 조류의 소화기관(!)입니다. 조류의 위장은 2개랍니다. 닭이 먹이를 삼키면 식도를 타고 모이주머니를 거쳐 첫 번째 위인 전위(前胃)를 지나 두 번째 위인 근위(筋胃)에 도달합니다.
근위의 모양은 우리가 익히 식탁 위에서 본 대로 볼록렌즈형입니다. 양면이 볼록하게 부풀어 있는 두꺼운 렌즈요. 그 중심에 좁은 공간이 있네요. 이 좁은 공간을 근육들이 둘러싸고 있는 거죠. 이 두꺼운 근육이 우리가 인삼주의 안주로 냠냠 맛있게 먹는 닭똥집의 쫄깃한 살점입니다.
3. 닭이 딱딱한 먹이를 소화시키는 비밀은?
그런데 근위라니, 왜 위라고 했을까요? 근위니까 근육으로 된 위라는 뜻이네요. 근육으로 무얼 소화시킨다는 뜻이겠네요. 맞습니다. 조류는 이빨이 없어요. 그래서 곡류나 딱딱한 과실을 "꼭꼭 씹어 먹어라" 할 수 없겠네요. 이들은 그냥 통째로 삼켜졌다가 이곳 모래주머니(근위, 닭똥집)에서 소화가 됩니다.
어떻게 소화될까요? 근위의 두꺼운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하면요, 먹이와 함께 삼켜진 모래알이나 작은 돌에 부딪혀 먹이가 잘게 부서져 소화가 되는 원리입니다. 모래알로 곡류를 으깨어 부수는 것은 맷돌 같은 원리네요. 이빨이자 위장이네요. 참으로 신비로운 생명현상이네요.
그런데 왜 닭똥집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을까요? 닭의 위인데 말입니다.
빗방울이네의 추리로는 옛날에 닭을 요리하려고 배를 갈랐고 이 근위를 발견해 해부해 보니 그 안에 막 소화 중인 먹이(응가 같은)가 잔뜩 들어 있었겠네요. 그래서 그것을 응가로 여긴 사람들이 이 기관을 그냥 똥집이라고 불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오늘 맛집 소개 드리려다 해부학 교실이 되고 말았네요. 그러나 이렇게 식재료를 알고 먹으니 식재료가 된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이렇게 생명이 생명을 살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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