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길가에 풀꽃이 피고 있어요! 오늘은 풀꽃 시 2편을 엮어 읽으려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1', 박진규 시인의 '풀꽃친구'가 그것입니다. 두 송이 풀꽃을 엮으면 꽃반지가 되네요. 어떤 느낌의 선물일까요? 함께 읽으며 엮으며 천천히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나태주 시인 '풀꽃·1' 읽기
풀꽃·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 중에서
나태주 시인님은 평생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과 함께 풀꽃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풀꽃을 그리는 아이들에게 풀꽃을 도화지에 그리려면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래 보아야 한다고 일러주었다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님이 아이들에게 해준 말 그대로 시가 되었네요.
시인은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풀꽃에 대해 서술한 뒤 마지막 3연에서 불현듯 독자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 너도 그렇다
이 시에 대해 빗방울이네 이웃인 Jay. B. Lee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너도 그렇다, 이 한 문장으로 세상을 들었다 놓았습니다'라고요. 참말로 그렇습니다. 이 시에서 '너도 그렇다'가 없다면 아마 평범한 시로 읽혔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서로 좀 더 자세히 보고, 좀 더 오래 보아주기입니다. 그이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주고 이야기 하는 그 표정을 더 오래 보아주기입니다. 그러면 어찌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겠는지요.
나태주 시인님은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이 시 '풀꽃·1'을 소개하면서 그 옆에 붓꽃 한 송이를 직접 그려두었습니다. 시인님의 말대로 자세히 오래 보니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보랏빛 붓꽃을 보고 박진규 시인의 '풀꽃친구'가 생각났습니다.
2. 박진규 시인 '풀꽃친구' 읽기
풀꽃친구
- 박진규
각시붓꽃을 알게 되었다
험한 세상에 친구 하나 더 생긴 기분
각시붓꽃이 사는 김해 신어산 정상까지
나의 관할구역이 넓어진 기분
너를 닮은 제비꽃을 보아도 생각났다
누가 세상 얕보고 설쳐댈 때도
각시붓꽃, 어제 치과의사가 사람 잡는 통에도
너를 떠올린 일 너는 알 것이다
언제 만나도 자네 여긴 어쩐 일인가
우리 자세 낮추어 반색하는 절친 사이
각시붓꽃이 있는 곳이라면
이제 낯선 길도 무섭지 않다
- 국제신문 '국제시단'(2018.9.10) 중에서
그대에게도 풀꽃친구가 있겠지요? 아마 시인은 산행을 하다가 김해 신어산 정상에서 각시붓꽃을 보았나 봅니다. 얼마나 예뻤던지 '험한 세상에 친구 하나 더 생긴 기분'이라고 하네요. 풀꽃과의 이런 각별한 교감은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보았기에 그랬을까요? 아마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에서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았지 않을까요? '자세 낮추어' 아예 무릎을 꿇고 말예요. 그러다 보니 어찌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았겠는지요?
시의 화자는 그 후 각시붓꽃이 계속 생각났다고 합니다. '누가 세상 얕보고 설쳐댈 때도' 생각났다고 하네요. 그런 사람을 보면서 시인은 생각했겠네요. '이런 각시붓꽃만도 못한 사람 같으니.'라고요.
3. 그대에게 좋은 풀꽃친구가 있나요?
시의 화자는 치과 치료의 공포 속에서 각시붓꽃을 떠올렸네요. 신어산 정상 그 시간, 각시붓꽃을 처음 발견하고 천천히 다가가고, 행여 각시붓꽃이 다칠까 그 앞에서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는, 그 장면을 한 장면씩 천천히 떠올렸겠네요. 그랬으니 치과의 공포쯤은 저 멀리 달아났겠네요.
이런 풀꽃친구라면 참말로 든든하겠습니다. 그래서 시의 화자는 말합니다.
- 각시붓꽃이 있는 곳이라면 / 이제 낯선 길도 무섭지 않다
그대에게는 이런 풀꽃친구가 있는지요? 없다면 어서 밖으로 나가 보셔요. 지금 어디에서든지 톡톡 풀꽃친구들이 올라오고 있으니까요. 그대가 사귄 풀꽃친구만큼 그대의 '관할 구역이 넓어진 기분'이 들 거라고 시인은 말하네요. 어서요.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아름다운 풀꽃 시를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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