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병욱 교수님의 「인생사전」에 나오는 문장 하나를 만나봅니다. 우리 함께 ‘친구’라는 단어를 가슴에 지니고,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안병욱 교수님의 문장으로 마음을 씻으며 독서목욕을 함께 하십시다.
1. 「인생사전」의 한 문장 읽기
- 우애가 없는 인생은 황량합니다. 친구가 없는 인생은 삭막합니다. 우정이 없는 인생은 고독합니다. 우리는 좋은 친구를 찾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동시에,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도록 부단히 힘써야 합니다.
- 「인생사전」(안병욱 지음, 예원북)
위의 문장은 '안병욱 교수가 남긴 인생 계명 8가지'라는 작은 제목이 붙은 안병욱 교수님의 저서 「인생사전」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그대는 이 문장의 어느 지점에서 눈길이 멈추었는지요?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안병욱 교수님(1920~2013)은 숭실대 철학과 교수를 지냈습니다. 방황하는 현대인과 현대사회에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수많은 저술과 대중 강연으로 동·서양 사상의 핵심을 설파하는 데 힘썼습니다.
2.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요?
-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도록 부단히 힘써야 합니다.
저는 이 문장에서 시선이 멎었습니다.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부단히 힘쓴' 일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친구 사이라서 서로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생각이 없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 일이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서울의 친구가 어떤 이별의 아픔을 겪고 그 고통을 저에게 호소했을 때, 부산의 저는 서울로 달려가 친구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니 그때 바빴다는 직장일이 무엇인지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의 힘든 목소리는 생생합니다. 우리는 왜 일의 경중을 늦게야 알게 되는지요.
저는 그즈음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일에는 열심이면서 오랜 친구를 예사로이 여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병욱 교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 연애는 한 순간에 영원한 사랑이 이뤄지고, 만나자마자 깊은 애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우정에는 오랜 시간과 교제가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십년지기가 될 수 없습니다. 하루아침에 깊은 우정이 생기지 않습니다. 친구는 많아도 성실한 우정은 드뭅니다.
-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어떤 친구사이가 좋은 사이일까요? 그대의 친구는 어떤 친구인지요?
서로 믿을 수 있는 친구와 만나 정답게 얘기하고 공감하고, 기쁨을 나누고 위로하고, 아끼고 돕는다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보람 있는 일입니까? (중략) 모여서 잡담이나 하고 도박이나 하는 친구는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없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자극하고, 힘이 되어주면서 절차탁마하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입니다. 그것이 창조적인 우정입니다.
-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친구에 대한 이 내용은 위의 책 가운데 '사랑 편'에 실린 것입니다. 안병욱 교수님은 이 책에서 사랑의 다섯 가지 속성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사랑은 ①상대방에 대한 깊은 염려와 관심이며, ②부르면 대답하는 책임이며, ③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것이며, ④상대방의 불안과 고민을 이해하는 것이며, ⑤내 시간을 주고 돈을 주고 정성을 주고 애정을 주고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3. 사랑이란 내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
10여 년 전에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둘은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항상 함께 다니고 함께 먹고 서로의 털을 혓바닥으로 골라주고 서로 몸을 기대어 함께 잤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마리가 사라졌습니다.
그날 이후 남은 한 마리가 하염없이 울며 집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친구를 애타게 부르는듯 큰소리로 울면서 3일 밤낮 거리를 헤맸습니다. 그 녀석에게 친구 없는 거리는 얼마나 황량하고 삭막하고 고독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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