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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이기동 교수 - 나는 착각 덩어리다

by 빗방울이네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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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무엇이라고 그대는 생각하는지요? 오늘은 '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슴에 꼭 품고 이기동 교수님의 문장을 읽으며 생각하며 독서목욕을 해봅시다.
 

1.  '나'는 기억 덩어리에 불과하다

 
성균관대학교 이기동 교수님(유학·동양학과)은 40년 동안 동양고전을 연구하고 가르친 분입니다. 동양고전의 숲을 샅샅이 뒤져서 발견해 낸 진리를 정리해 그가 낸 책이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책입니다. 그 책에서 이 문장을 만났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기억이라는 형태로 의식 속에 저장한다. 그 기억 덩어리가 쌓여서 '나'란 것으로 둔갑한다. 사람들이 '나'라고 여기는 것은 기억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 「진리란 무엇인가」(이기동 지음, 21세기북스) 중에서

 
이런 문장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나를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해 온 우리는 이런 문장 앞에서 울고만 싶습니다. '나'라고 생각해 온 것이 기억 덩어리에 불과하다니요.
 
이어서 이기동 교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들의 기억은 거의 잘못된 기억들이므로, 기억 덩어리인 '나'는 착각 덩어리이고 집착 덩어리이고 욕심 덩어리이다.

-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참말로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40년 연구성과의 하나로 진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신 이기동 교수님의 이 문장 앞에서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요?
 

2. 원래 밝았던 마음 다시 밝히기

 
빗방울이네는 어느 대학에서 이기동 교수님의 특별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쇠고 형형한 눈빛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이날 고전의 숲을 종횡무진하는 이 교수님의 낮고 선명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전해주는 진리의 욕조에 우리의 마음을 한껏 씻었습니다.
 
이날 특강 시간에 적었던 빗방울이네의 메모를, 오늘 읽는 이기동 교수님 책의 문장과 연결해보겠습니다. 이기동 교수님은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의 요체 명명덕(明明德)을 소개했습니다. 명명덕은 밝은 덕을 밝힌다는 뜻입니다. 원래 밝았던 덕(德=곧은 마음), 이제는 오염되어 어두워진 덕을 밝히자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대로 이 교수님은 의식에 쌓인 기억 덩어리가 '나'라는 개념으로 둔갑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교수님은 같은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이 기억 덩어리는 오류가 많은 '착각 덩어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나'는 '착각 덩어리'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받게 되는 온갖 고통은 모두가 '나'에게서 비롯된다.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방법 중 하나가 '나'라는 기억 덩어리를 지우는 것이다.

-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어떻게 기억 덩어리를 지울 수 있을까요? 이 교수님은 내가 착각 덩어리가 되면서 내 것만 챙기는 계산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원래 밝았던 마음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욕심'이 생긴 것입니다. 어떻게 욕심을 없애고 명명덕(明明德), 원래 밝았던 마음을 다시 밝힐 수 있을까요?
 
이 교수님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욕심'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고 합니다. 욕심이 입을 벌리면 채워주지 말라고 하시네요. 그러려면 율법이나 계율 지키기, 즉 예(禮)에 맞게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나라고여기는것은기억덩어리에불과한것이다이기동교수책중에서
사람들이 '나'라고 여기는 것은 기억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 이기동 교수 책 중에서

 

 

3. 본래 마음 찾아주는 걷기 명상법 해보기

 
이기동 교수님은 일상 생활 속에서 욕심을 끊는 연습을 꾸준히 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내 것을 챙기는 계산을 하지 않고, 하나에 생각을 집중하는 훈련입니다. 그 훈련의 하나로 이 교수님이 위의 책에서 소개해준 '걷기 명상법'은 이렇습니다.
 
걸음걸이에 의식을 집중하여 발자국이 숫자 '11'이 되게 하면 된다. 발자국이 똑바로 되게 하되, 발뒤꿈치의 안쪽 끝에서 엄지발가락이 있는 데까지 일직선으로 차츰 땅에 닿게 하면서 걸으면 된다. 이렇게 걷기 위해서는 고도의 의식 집중이 필요하다. 걸음을 계속하는 동안에 의식이 집중되고 의식이 집중되면 잡념과 욕심이 사라져 본래 마음이 돌아온다.

- 위 같은 책 중에서

 
이기동 교수님은 그렇게 욕심이 없어지면 착각 덩어리, 집착 덩어리, 욕심 덩어리인 '나'가 맑아져 본래의 하늘마음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욕심 채우기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 반대로 욕심 비우기로 살아가자고 권유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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