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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주요한 시 샘물이 혼자서

by 빗방울이네 2024.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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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한 시인님의 시 '샘물이 혼자서'를 만납니다. 외로운 삶의 길일지라도 춤추며 웃으며 가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주요한 시 '샘물이 혼자서' 읽기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1900~1979, 평양 출생)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작이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우스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말근데
즐거운 그 소래
산과 들에 울니운다
 
▷주요한 시집 「아름다운 새벽」(한국현대시 원본전집 1924년판, 문학사상사) 중에서.
 

2. 첫시집 첫시에 새겨진 것은?

 
시 '불놀이'로 유명한, 한국근대시의 선구자로 꼽히는 주요한 시인님의 시 '샘물이 혼자서'를 원본으로 만납니다.
 
원본 시집에 보니 '샘물이 혼자서'의 시 끝에 한자로 '一九一八'이라고 적혀있네요.
 
1918년 작품이라는 말인데,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작품입니다.
 
이 시는 1924년 나온 주요한 시인님의 첫시집 「아름다운 새벽」에 실려있습니다.
 
이 시집 마지막 즈음에 그 유명한 시 '불놀이'가 실려 있습니다.
 
이 시집에는 서시(序詩)처럼 '니애기'라는 제목의 시를 맨 앞에 배치해두고, '나무색이', '고향생각', '힘 있는 생명' 등 6개 단락으로 나뉘어 시를 실었습니다.
 
그 첫번째 단락 '나무색이'의 첫시가 바로 '샘물이 혼자서'입니다.
 
서시격인 '니애기'를 빼면 첫시집의 첫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이 시를 첫시집의 대표주자로 내세웠을까요?
 
대표주자로 내세울 만큼 , 이 시에는 시인님의 삶의 길, 시의 길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떤 생각이 담겨져 있을까요?
 
'샘물이 혼자서 / 춤추며 간다 / 산골작이 돌 틈으로'
 
외형적으로는 매우 가볍고 상쾌한 느낌이네요. 그러나 자세히 음미해보면 무언가 묵직한 느낌이 뭉글하게 일어납니다.
 
이 첫연을 천천히 읽으니 '샘물이 혼자서' 가듯 나도 나의 길을 혼자서 가겠다는 의미가 드러나네요.
 
이 시가 쓰인 때가 1918년이니까 1900년생인 시인님이 18세 때입니다.
 
1918년은 일제강점기입니다. 그 암울한 현실 속에서 18세 시인님은 '샘물이 혼자서' 가듯 나의 길을, 삶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이 시가 주는 외형적 경쾌함의 이면에는 외로움과 고독이 스며있는 것만 같습니다.
 
'샘물이 혼자서 / 춤추며 간다'. 그러므로 이 진술이 샘물이 단순히 춤추며 즐거이 간다는 의미보다는 혼자서 애써 고독을 누르며 춤추며 간다는 안간힘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산골작이 돌 틈으로'. 산골짜기 돌 틈은 얼마나 외지고 외로운 공간인지요. 아무도 오지않는 산골짜기입니다. 아주 좁은 돌틈입니다.

그런 곳을 샘물이 혼자서 가듯이, 어려운 장애물이 있더라도 시인님은 춤추며 가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혼자서 말입니다.
 

"혼자서 웃으며" - 주요한 시 '샘물이 혼자서' 중에서.

 

 
 

3. 외로운 길일지라도 춤추며 웃으며 가리라는 다짐

 
'샘물이 혼자서 / 우스며 간다 / 험한 산길 꽃 사이로'
 
1연의 '춤추며 간다'에 이어 2연에서는 '우스며(웃으며) 간다'고 합니다. 깊은 산골의 샘물은 머나먼 계곡의 길을 지나 바다에 닿습니다.   
 
시인님은 그 외롭고 먼 인생 길을 춤추며 웃으며 간다고 합니다. '샘물이 혼자서' 가듯이 말입니다.
 
이것은 시인님의 다짐인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첫시집에 첫시로 '샘물이 혼자서'를 배치해두고 자신의 삶의 자세를 샘물의 길로 은유해 놓았네요.
 
제목 '샘물이 혼자서'에도 있듯이 이 시의 정조(情調)는 '혼자서'에 방점이 찍혀있네요.
 
삶의 길을 헤쳐나가는 일에는 많은 이들의 도움도 받게되지만 결국에는 오로지 '혼자서' 감당해야만 할 일이 있습니다.
 
시인님은 그런 외로운 시간일지라도 춤추며 웃으며 가리라고 하네요.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험한 산길이지만 꽃도 있다는 뜻으로 다가오네요. 혼자서 가는 길의 고독과 애수를 달래줄 한 송이 꽃은 얼마나 소중한 꽃이겠는지요.
 
'하늘은 말근데 / 즐거운 그 소래 / 산과 들에 울니운다'
 
그 소리(소래)가 산과 들에 울리운다(울니운다)고 하네요. 그 즐거운 소리는 샘물소리이겠지요. 시인님의 웃음소리이겠지요.
 
혼자서 '산골짜기 돌틈'을 지나 '험한 산길'이라도 춤추며 웃으며 가는 샘물소리가 세상을 울린다고 합니다.
 
시인님의 첫시집 「아름다운 새벽」에는 '샘물이 혼자서'와 '불놀이'를 포함 모두 66편의 시가 실려있습니다.
 
이 시집은 '자유시를 개척한 시집'으로 꼽힙니다. 이 시집을 평가한 문장을 만나봅니다.
 
이 시집에 나타난 형식상의 특징은 무엇보다 자유시를 개척하여
이전의 시 형식인 창가·신체시 등에 잔재해 있는
정형률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시 형식의 자유를 보여주었다 ···
이러한 자유시 추구의 근대시 운동은 ··· 한국 근대시의 장을 여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주요한 연구」(이용호 지음, 동광문화사, 2002년) 중에서.
 
위 책은 주요한 시인님을 '한국 현대 자유시의 완성자'로 꼽고 있습니다.
 
'샘물이 혼자서' 고독과 애수를 누르며 춤추며 웃으며 계곡을 타고 큰 바다로 가듯, 자유시의 세계를 개척해온 시인님의 고독과 애수의 삶도 이렇게 세상을 울리게 되었네요. 힘든 길이었지만 그 고독을 누르려 춤추며 웃으며 달려왔겠지요?
 
마지막 연을 다시 읽어봅니다.
 
'하늘은 말근데 / 즐거운 그 소래 / 산과 들에 울니운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주요한 시인님의 시를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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