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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정호승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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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 노래에 빠져 한 계절이 지나도록 반복 재생해 들으며 따라 하곤 했습니다. 가끔 회식 자리에서 취기가 오를 때 부르기도 했고요. 정호승 시인님의 시에 가락을 얹은 노래입니다. 오늘은 이 시와 노래를 읊으며 마음목욕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1. 1천 편의 시선집 제목이 된 시


정호승 시인님이 최근(2021년)에 펴낸 시선집 이름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 시집에는 모두 270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올해 데뷔 51년 차인 정 시인님이 그동안 쓴 1천 편이 넘는 시 중에서 고르고 고른 시를 모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선집 제목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보면, 정호승 시인님이 이 시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알 수 있겠습니다. 그 시를 만나보시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지음, 비채 발간) 중에서

2. 어떻게 고통에서 벗어날 것인가?


정호승 시인님이 부산의 기장군청에서 특강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날 객석에 앉아 정 시인님의 강연 내용을 적었던 저의 작은 노트를 다시 꺼내봅니다.

그날 정 시인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이 시에 나오는 '그늘'과 '눈물'은 고통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젊었을 때는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고통이 없는 삶은 없다, 고통이 있어야 생명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면서,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깨닫게 된 문장을 우리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크(1905~1997)는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 수용됐다가 온갖 끔찍한 고통을 견디며 생존했고, 그런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 전 세계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만약 그곳(창조와 즐거움 두 가지가 거의 메말라 있는 삶)에 삶의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시련이 주는 의미일 것이다. 시련은 운명과 죽음처럼 우리 삶의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 다시 말해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가는 과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 - 심지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 를 제공한다. 그 삶이 용감하고 품위 있고 헌신적인 것이 될 수 있다.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지음, 청아출판) 중에서

이날 강연에서 정 시인님은 "고통이 없었으면 시를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시는 고통의 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통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감사태도를 지니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고통은그의미를찾는순간더이상고통이아니다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3. 지금 나에게 온 이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시에 유정화 님이 곡을 붙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노래를 들어보셨는지요?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 님이 노래했습니다. 안치환 님이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앨범에서 이 곡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호승 시인님이 강연에서 하신 말씀이 떠오르곤 합니다.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이 문장이 당신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원중 님이 부른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 노래를 들으시면서 고통에 대해 명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책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정호승 님의 시를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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