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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나태주 시 풀꽃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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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님(77세)의 시 ‘풀꽃’은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어떤 시를 말하는 걸까요? 그는 왜 시를 쓸까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요? 이런 질문을 가지고 ‘풀꽃’을 읽으며 마음목욕을 하려 합니다.


1. '풀꽃'은 이렇게 태어났다


어느 해 9월 부산시민도서관에서 나태주 시인님은 ‘시를 통해 헤아리는 삶의 지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중절모를 쓰고 강연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지척에서 들었습니다. 그는 강연을 위해 파워포인트를 준비했는데, 목차만 쓰여있는 한 장 짜리 파워포인트였습니다. 달변이었습니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세 줄짜리 짧은 시가 그를 전국 방방곡곡 강연장으로 데리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이날 그는 등단 이후 시집 42권을 비롯해서 100여 권을 저서를 냈다고 했습니다. 시집 한 권에 60편 정도 되니까 3,000편가량의 시를 쓰신 겁니다. 이날 그는 “50년 넘도록 시를 썼는데, 그중 한 편이 독자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시가 ‘풀꽃’입니다.

그의 대표작이 된 시, ‘풀꽃’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대숲 아래서’라는 시로 당선한 그는 평생 초등학교 교사와 교장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지낸 분입니다.

시 ‘풀꽃’은 아이들과 학교 운동장 구석에 피어있는 풀꽃을 관찰하며, 풀꽃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시로 쓴 것입니다. 풀꽃을 그리려면 자세히 보아야하기 때문에, 그 당시 아이들과 2~3시간 동안 풀꽃을 그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풀꽃을 그릴 때 자세히 오래 보고 그려야한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풀꽃이 사랑스럽게 보이게 된다고요. 너희도 자세히 보니 그렇게 사랑스럽더라고요. 이렇게 아이들과 나눈 대화를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쓴 시가 ‘풀꽃’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보십니까? 상대방을요. 오래 들으려하십니까? 상대방 이야기를요. 어떤 모임에 가면 어쩐 일인지 자기 이야기하기 바쁜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방 얘기는 들으려하지 않고요. 잘 들여다 보지도 않고 바쁘게 지나치는 골목의 풀꽃처럼 상대방을 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혹은 듣는 척만한다면, 상대방은 그것을 다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듣지 않고 또는 듣는 척만 한다면, 그 상대방 풀꽃이 어떤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시 ‘풀꽃’은 상대방을 자세히 보고 오래 들어보라는 이야기 아닐까요?

그는 이 시의 마지막 행인 ‘너도 그렇다’는 구절에 대해, “예전엔 ‘나만 그렇다’ '나만 예쁘다' 하고 살았다.”면서, “그러나 ‘너’한테 잘해야 한다. ‘나만 예쁘다’ 이런 세상은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2. 시를 쓰는 이유

 

나태주 시인남에게 좋은 시란 어떤 시를 말하는 걸까요?

그는 이날 "독자에게 잘 전달되는 시가 좋은 시."라면서, 좋은 시의 특성으로 짧은 시, 단순한 시, 쉬운 시, 감동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시 등 네 가지를 꼽았습니다. 그는 시인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시인은 독자를 살펴주는 감정의 서비스맨이다.'

그는 “시는 세상에 내보내는 러브레터다.”라고 하면서, “시인은 러브레터 쓰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시를 왜 쓸까요? 그는 “마음을 씻어내려고 쓴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오염된 마음은 걸레 빨듯이 씻어내고 닦아내야한다.”라고 하면서, “비오는 날 맑은 하늘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고 했습니다.

강연을마치고독자들에게사인을해주고있는나태주시인
강연을 마치고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나태주 시인님.

 


3.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나태주 시인님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누리는 복에 열복(熱福)과 청복(淸福)이 있어요. 열복이란 누구나 누리고 싶어 하는 화끈한 복으로 출세나 자녀출산, 재물획득에서 오는 복이에요. 청복이란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누리는 복이죠. 옛사람들은 이 두 가지 복을 동시에 추구했어요. 요즘 세상에선 열복만 구하죠. 열 좀 식히자. 이젠 청복도 생각하자.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 <월간 사람과 산> 인터뷰 중에서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으로 마음목욕을 해보았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누리는 청복을 추구하는 그이기에 ‘풀꽃’ 같은 아름다운 시도 나왔겠지요? 책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시 한 편 더 읽어 보세요.

 

정현종 시 방문객 읽기

요즘 주위에 부쩍 이 시를 인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어느 예식장에서 사회가 읽어주며 예식을 시작하기도 하고, 강연에서 강연자가 인용하기도 하고, 라디오 진행자가 읊어주기도 합니다

interestingtopicofconversati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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