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수 시인님의 동시 '자전거'를 읽습니다.
오빠는 왜 달밤에 자전거를 배워야 했을까요?
동시 속으로 달려가 비틀거리는 이 어린이의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이원수 동시 '자전거' 읽기
자전거
이원수(1911~1981년, 경남 양산읍)
달 밝은 저녁에 학교 마당에
오빠가 자전거를 배웁니다.
비뚤비뚤 서투른 오빠 자전거
뒤를 잡고 밀어주면 곧잘 가지요.
중학교 못 가는 우리 오빠는
어제부터 남의 집 점원이 되어
쏜살같이 심부름 다닌다고
달밤에 자전거를 배운답니다.
▷「이원수아동문학전집 1 - 고향의 봄」(이원수 지음, 웅진출판, 1987년 7판) 중에서.
2. '배달 라이더'들이 생각나는 동시
동시 '자전거'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로 시작되는 동요 '고향의 봄'을 지은 이원수 시인님의 작품입니다.
동시 '자전거'는 1937년 「소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시인님 26세 즈음이네요.
이 동시는 아름답고 꿈결 같은 동시가 아니라 가난한 현실을 힘겹게 살아가는 어린이의 생활을 보여주는 작품이네요.
어떤 동시일까요?
'달 밝은 저녁에 학교 마당에 / 오빠가 자전거를 배웁니다
비뚤비뚤 서투른 오빠 자전거 / 뒤를 잡고 밀어주면 곧잘 가지요'
오빠가 자전거를 배우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요.
여동생이 뒤를 잡아주며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네요.
그런데 달밤이라고 하네요.
낮에 배우지 않고 달밤에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나 봅니다.
'중학교 못 가는 우리 오빠는 / 어제부터 남의 집 점원이 되어
쏜살같이 심부름 다닌다고 / 달밤에 자전거를 배운답니다'
'남의 집 점원이 되어 쏜살같이 심부름 다닌다고' 자전거를 배우고 있었군요.
자전거에 물건을 싣고 배달을 하기 위해서였겠지요?
'중학교 못 가는 우리 오빠'라고 합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이 어린 오빠는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가게에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 했네요.
그 가게 주인이 이 어린아이에게 일을 하려면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한다고 했겠지요?
자전거를 탈 줄 모르면 일하기 곤란하다고 했을까요?
그래서 급히 자전거를 배우려고 달밤 학교 운동장에서 애쓰는 어린 남매의 모습이 애연하게 다가오네요.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
빗방울이네가 사는 동네에 커다란 야구장이 있고, 그 야구장 옆에 아주 넓은 주차장이 있답니다.
그 넓은 주차장에는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스케이트보드 타기, 단소나 대금 같은 악기 불기, 춤 추기 ···.
그런데 최근 유난히도 오토바이를 배우는 사람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중고오토바이를 구입했는지, 낡은 오토바이를 끌며 비틀거리며 배우는 사람들입니다.
그분들 중에는 50~60대의 중년들도 많았습니다.
빗방울이네의 짐작으로는 아마 이 분들은 '배달 라이더'가 되려는 것 같았습니다.
이 동시 '자전거'에 나오는 '오빠'처럼요.
'쏜살같이 심부름' 다니며 돈 벌려고요.
동시 속의 '오빠'가 달밤에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배우던 풍경은 1937년의 삶이네요.
그 애틋한 풍경이 90년이 지난 2024년 겨울에 오버랩되네요.
늙수그레한 사람들이 야구장 주차장에서 오토바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니던 직장을 잃었을까요? 평생 몸담았던 직장에서 퇴직을 했을까요?
계면쩍은 표정의 중년들이 서툰 몸짓으로 혼자서 비틀거리며 오토바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일어서고 ···.
요즘은 커피 같은 음료도 배달시켜 먹는 사람이 많아서 '배달 라이더'가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른 것이겠지요?
이 분들의 새로운 도전이 팍팍한 삶을 풍요롭게 해 주기를!
3. 서로 도와가며 우리 모두 '도담도담'하기를
이원수 시인님의 동시 '자전거'를 읽다 보니 문득 '이동노동자'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이동노동자(플랫폼노동자)란 대리기사나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처럼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은 거리에서 거리로 이동하며 일하기 때문에 잠깐 틈날 때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검은 헬멧을 쓴 채 길가 외진 곳에 오토바이를 멈춘 채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거리에서 다음 콜을 기다리고 있는 이동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도담도담'이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이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도담도담'은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공간입니다.
냉·난방도 되고요, 간단한 음료와 간식이 제공되고, 어깨 발 마사지기, 신발이나 헬멧 건조기도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양심우산도 빌려주고, 핸드폰 충전이나 pc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동노동자들의 쉼터인 '도담도담'은 부산에 4곳이 있습니다.
서면센터(1588-1892), 사상센터(051-977-3021), 해운대센터(051-742-3021), 동래간이쉼터(온천동 527).
'도담도담'은 여럿이 모두 야무지고 탐스럽다는 뜻입니다.
이 어려운 시간, 내남없이 서로 도와가며 우리 모두 도담도담하기를!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이원수 시인님의 동시를 더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