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뜨끈한 국물이 당깁니다. 부산 맛집편으로 사직동 <특미손칼국수전문>이라는 칼국수 식당 체험기를 공유해드립니다. 칼국수(소 5,000원 대 6,000원)와 비빔칼국수(소 6,000원 대 7,000원), 여름에는 콩칼국수를 냅니다.
1. 사직동 <특미손칼국수전문>에 대하여
이 식당은 부산 사직동 사직시장 안에 있습니다. 밖도 안도 허름합니다. 공간도 좁습니다. 그런데 이 좁고 허름한 공간에 깊은 맛이 웅크리고 있답니다. 1984년부터 40년 가까이 칼국수를 내고 있는 오래된 집입니다.
저는 우선 칼국수 그릇에 담겨있는 면이 불규칙해서 좋습니다. 면발이 굵은 것과 가는 것이 섞여있습니다. 그런 불규칙한 면발이 주는 식감은 돌발적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면을 넘길 때, 좋은 느낌이 목을 간지럽힙니다.
이 면발에 멸치 육수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칼국수를 기다리면서 주인 아주머니가 요리하시는 걸 지켜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물이 펄펄 끓는 두 개의 커다란 솥을 앞에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한쪽은 갓 뽑아서 바쁘게 썰은 생면을 삶는 물이고, 다른 쪽은 육수였습니다. 삶겨진 면을 이 뜨거운 육수에 담가 여러 번 토렴을 하면서 육수의 맛과 간이 면에 스며들게 하였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터득하신 노하우인 듯합니다.
칼국수 위에 우동튀김을 고명으로 얹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칼국수를 먹다보면 이 부드럽고 고소한 튀김이 면발에 섞여서 전체의 맛을 더 부드럽고 고소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깍두기도 좋습니다. 간이 세지도 약하지도 않아 칼국수와 사이좋게 어울리는 느낌을 줍니다. 크기도 적당해서 한 입에 속속 들어갑니다. 메뉴판에는 맛있게 먹는 꿀팁이 적혀 있습니다. 그냥 먹다가, 땡초를 조금 넣어 먹다가, 특미 양념장을 넣어 먹다가,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요. 깍두기에 대한 주인의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2. 칼국수 먹고 싶어지는 시 '내일'
오늘 부산 맛집편으로 소개해드린 사직동 칼국수의 글에 '특별한 고명'으로 칼국수 소재의 시를 한 편 얹어봅니다. 박진규 시인의 '내일'이라는 시입니다.
내일
- 박진규
연휴에 어린이날이 붙어 삼일을 노는데
칼기운이 싫어서 수염을 그냥 두었는데
사춘기 딸아이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연방 눈을 흘긴다
나는 셀 수 있는 수염을 슬슬 만지며
짭조름한 수염내를 흠흠거리며
만화책 읽는 딸아이의 햇감자알 같은 어깨에
몰래 다가가 턱을 비벼주었다
정오가 다 되어서 어린 염소 부리듯
식구를 데리고 그 허름한 식당에 가서
양파양념 넣어 걸쭉한 국수를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는데
국수를 젓가락에 감고 고개를 숙였는데
내일 내일이 생각나 혼자 가슴께가 저릿하였다
- 박진규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에서 발췌
3. 삶과 사랑, 추억이 끓는 식당
바쁜 일상 속에 찾아온 어떤 휴일에 '어린 염소 부리듯 식구를 데리고' 허름한 칼국수집에 가신 적이 있습니까?
집에서 입는 츄리닝처럼 언제나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 식당에는 우리의 삶과 사랑, 그리고 추억이 끓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헝클어진 그 무엇이 있다면 어서 뜨거운 칼국수집에 가보셔요. 그동안 가라앉아 있던 어떤 용기가 뜨겁고 저릿한 것들과 함께 가슴 가득 차오를 지도 모르니까요.
혹시 지금 부산 사직동 근처를 여행 중이라면 오늘 부산 맛집편으로 소개해드린 <특미손칼국수전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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