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피노키오 이야기 장치 중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의 코가 자라죠? 오늘 포스팅에서는 거짓말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해봅니다.
1.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은 다 보인다
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도입부에서 아버지 제페토가 아들 카를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거짓말이란 단번에 들키게 돼 있단다. 거짓말은 기다란 코와 같아서 거짓말을 한 사람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들에겐 보이거든.
이 대사를 듣고 저는 거짓말의 속성을 참 적절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코를 잘 볼 수 없습니다. 남들은 나의 코를 뻔히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거짓말도 그런 거 같습니다. 자신은 거짓말 아닌 척 하지만 거짓말은 남들에겐 다 보이잖습니까?
불교나 개신교, 가톨릭교, 유대교 모두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을 계율의 한 항목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들이 벗어나기 힘든 일이 거짓말이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2. 거짓말은 재채기와 같다
영어 'lie'는 '눕다'와 '거짓말하다'라는 두 가지 뜻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뜻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우면 잠에 빠져들고, 거짓말 하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듭니다. 눕고 싶은 유혹을 제어하기 힘든 것처럼 거짓말도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행동입니다.
머리(정신)로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입(신체)은 해버립니다. 제어하기 힘든 면에서 거짓말은 재채기와 같아 보입니다. 정신은 신체를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류라는 말에 수긍이 갑니다.
그래서 거짓말 버릇이 있는 사람은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신체는 단련되는 것처럼 거짓말하는 신체도 중독되고 단련되니까요. 그래서 거짓말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입장에 유리하도록 상황을 바꾸어 말하는 것, 없는 일을 마치 있는 것처럼 꾸미는 것,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고 부풀리거나 줄여서 말하는 것.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 조금 아는 것을 많이 안다고 하는 것,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 모두 거짓말입니다.
3.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
선지자들은 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였을까요?
거짓말은 남을 속이는 행위처럼 보여도 결국 바로 자신을 속이는 행위입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면 자신을 허약하게 합니다.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면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마음이 흐려지고 저리고 시큰거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열등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흔들리게 됩니다. 잇몸이 허약하면 치아가 흔들리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거짓말은 언제나 당당하게 삶을 지켜주고 이끌어야할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독약과도 같다고 할 것입니다. 거짓말은 자신의 마음을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몰고가는 성난 말과 같다고 할까요. 거짓말이 상대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폐해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성철 큰스님은 방문객들에게 '不欺自心'이라는 네 글자를 한지에 붓글씨로 써주셨다고 합니다. 불기자심,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뜻입니다. 눈을 감고 이 네 글자를 가슴에 깊이 품어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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