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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모비딕과 무슨 관계?

by 빗방울이네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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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허먼멜빌의 소설 모비딕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라고 합니다.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항해사 이름이 스타벅입니다. 그의 이름은 왜 커피 브랜드가 되었을까요? 오늘 그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1. 동해에 모비딕 등장하다


우리의 동해에 ‘그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어제 저녁 뉴스를 보다가 저는 야호를 외치며 두 손을 번쩍 들었죠. '그 녀석'이 바로 옆에 있었구나! 국립수산과학원이 18일 동해에서 참고래를 포함한 고래류 6종 24군 1,639마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네요. 참고래가 1999년 이후 처음 목격됐다는 사실도 경이로운 일이었지만, 저는 ‘그 녀석’이 나타났다는 뉴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어요.

향유고래 말입니다.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 말입니다. 허먼 멜빌의 소설 제목 ‘모비딕’은 ‘거대한 녀석’이라는 뜻입니다. Moby(거대한) Dick(녀석). 향유고래는 이빨고래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크고 영리해 바다의 제왕으로 불리죠. 동해에 참고래와 함께 향유고래가 나타났으니, 모비딕을 쫓는 에이허브 선장이 이렇게 소리칠 것 같습니다.

“이봐, 스타벅! 동해에 녀석이 나타났어!”

에이허브 선장이 왜 ‘스타벅’을 불렀냐고요? 아시겠지만, 스타벅은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포경선 ‘피쿼드’호의 항해사입니다. 에이허브 선장은 자신의 한쪽 다리를 뺏어간 ‘원수’(에이허브 자신에게) 모비딕이 나타났으니까, 항해사에게 뱃머리를 빨리 동해로 돌리고 모비딕을 쫓아가라고 고함치겠지요?

스타벅, 그는 모비딕을 쫓는 광기의 선장 에이허브와 대립각을 세우며, 피쿼드 호에서 유일하게 이 무모한 항해를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우리의 거리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고래처럼 유영하는 진한 향기-. 커피 향기를 풍기는 ‘스타벅스’는 소설 모비딕의 항해사 스타벅 이름에서 따온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저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과연 항해사 스타벅의 어떤 면이 커피 브랜드 이름이 되게 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항해사 스타벅과 커피가 특별한 관계가 있을까요? 그러나 소설 속에 스타벅이 커피 마시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스타벅스 창업자 고든 보커, 제리 볼드윈, 지브 시글 세 사람 모두 문학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이 중 보커가 ‘스타벅’을 브랜드로 제안했고, 창업자 세 사람은 발음하기 좋게 스타벅 뒤에 ‘s’를 붙여 스타벅스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는 것이 브랜드 네이밍 과정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와 같은 스타벅스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항해사 스타벅이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된 이유, 오늘 포스팅에서 그 까닭을 제 나름대로 추적(?)해 보려합니다.

2. 스타벅은 어떤 인물인가?


아시다시피 소설 모비딕에는 선장 에이허브와 항해사 스타벅이 중요 인물로 등장하죠. 모비딕이라는 하얗고 거대한, 재수없는(에이허브 입장) 고래가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악마적 고래라고, 이 고래를 쫓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는 에이허브! 동물에게 가지는 그런 믿음은 참으로 부질없는 일이라고, 배를 돌리고 고향으로 가자고 주장하는 스타벅!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대사를 한 구절씩 읽어보죠. 먼저 항해사 스타벅의 대사입니다.

- 오오, 선장, 선장! 고귀하신 분, 훌륭하신 노인이여! 결국 무엇 때문에 저 저주받은 고래 따위를 뒤쫓아야 합니까? 저와 함께 떠납시다. 이지옥의 바다를 벗어납시다. 집으로 돌아갑시다. 아내와 아이, 스타벅의 아내와 아이는 그 형제나 자매들의 친구들과 같은 청년기의 동반자인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선장님, 당신의 부인과 아이가 당신의 사랑에 차고, 동경에 찬, 부성적인 노년의 동반자인 것처럼 말입니다.
갑시다. 어서 가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항로를 바꾸게 해 주십시오.(현영민 번역본 백경 2권 469쪽에서 인용)

다음은 선장 에이허브의 대사입니다.

- 에이허브가 과연 에이허브란 말인가? 지금 이 팔을 흔드는 것이 나인가, 신인가, 아니면 누구인가? 그러나 만일 웅위한 태양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하면, 또 다른 하나의 별일지라도 그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하지 않고는 회전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 조그만 하나의 심장이 맥박을 울리고 이 하나의 조그만 두뇌가 사색하는 것도, 다만 신이 그 맥박을 울리게 하고 그 사색을 시키기 때문이며, 삶을 영위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신일 것이리라.(현영민 번역본 백경 2권 470쪽에서 인용)

어떻습니까? 두 사람의 성격이 확실히 드러나지요? 하지만 스타벅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황천행 항해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스타벅은 배를 되돌리기 위해 총으로 선장을 사살하려고까지 합니다. 이대로 가면 자신이 죽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눈에 뻔히 보이지만, ‘이건 아닌데!’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모비딕을 쫓게 됩니다.

스타벅스커피간판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3. 스타벅은 어쩔 수 없이 가야한다!


제가 이런 생각에 빠져있던 어제였어요. 저와 함께 TV를 보던 둘째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 아빠, 그런 상황 있잖아. 나는 그 놀이기구가 무서워 못 타겠는데, 친구들이 다 타니까 무서워도 안 탈 수 없는 상황. TV 속의 어떤 장면은 모비딕과는 관계없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때 '반짝' 하고 머릿속에 불이 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스타벅입니다. 한번 빠지면 거기서 못 빠져 나오는 스타벅입니다. 그러다가 선장의 광기에 휘말리게 되는 스타벅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말입니다. 스타벅이 처한 이런 상황을 겹쳐보니 스타벅스 커피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특히 선장 에이허브와 항해사 스타벅이 쫓는 모비딕은 향기 나는 기름을 가진 향유고래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커피는 여러분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여러분이나 저도 또 한 사람의 스타벅이었나요? 그래서 우리는 여러 명의 스타벅, 스타벅스가 된 건가요?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자꾸 좋아지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네요 ㅜㅜ. 거기서 못 빠져 나와도 좋은 건 좋은 건가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동해에서 향유고래가 출현했다는 뉴스를 보고 모처럼 모비딕과 상념의 바다에 마음껏 풍덩 빠져본 시간이었습니다. 향유고래처럼 자유로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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