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고래가 생각났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담은 머그컵에 고래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래들은 머그컵의 윗부분, 입술이 닿는 곳에 새겨져 있습니다. 정말 멋진 컵이죠?
1. 고래와의 입맞춤이라니!
이 컵에는 모두 24마리의 다양한 고래가 있습니다. 컵의 둘레 윗부분에 위를 향해 서 있습니다. 마치 바닷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요. 차를 마시다보면 이들과 입맞춤을 하게 됩니다. 고래와의 입맞춤, 정말 신나지 않습니까?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쪽 방향, 그러니까 머리를 아래로 하고 있는 고래가 있습니다. 몸을 뒤집은 채 배쪽의 주름이 훤히 보이는 혹등고래입니다. 영어로 Hump-back whale입니다.
허먼 멜빌은 <모비딕>에서 이 고래는 고래 가운데 가장 놀기 좋아하며 명랑하고, 대체로 다른 고래보다 크게 물거품을 일구며 뛰논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고래는 저의 머그컵에서 하늘을 향해 드러눕는 행동을 하고 있군요.
2. 지구 최대 우두머리 향유고래
머그컵 고래 중에는 머리부터 몸체의 절반에 이르는 부분이 하얀색인 고래가 있습니다. 바로 <모비딕>의 주인공,향유고래인 듯합니다. 허먼 멜빌은 "이 녀석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지구 최대의 우두머리이며, 고래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고래이다. 또 가장 화려한 외관을 지니고 있으며, 상품으로서도 가장 가치 있는 고래라 할 수 있다. 이 고래한테서만 저 귀중한 경뇌유, 즉 향기 높은 고래기름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머그컵에는 형태가 비슷한 세 마리가 나란히 있는 그림도 있습니다. 이 고래들은 하나같이 머리 위에 양쪽으로 갈라진 고리 같은 모양이 보이는데요, 물 속에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몰아쉬며 힘껏 물을 분출하고 있는 듯합니다. 새끼를 밴 모양의 고래도 있습니다. 또 새끼를 등에 태우고 나란히 헤엄쳐가는 고래도 있습니다.
3. 고래연구센터를 아시나요?
이 머그컵의 고래들은,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울주군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에 새겨져있는 것입니다. 이 멋진 머그컵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의 기념품입니다. 오래 전에 지인이 울산 장생포에 있는 고래연구센터를 방문했을 때 선물받은 것입니다.
2004년 설립된 고래연구센터는 고래류 분포 모니터링, 고래류 자원평가 같은 일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가까운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들을 잇따라 발견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곳입니다.
5천년 전 바위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처럼, 인간과 고래는 오래도록 공존해왔습니다. 고래도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고래가 살지 못하는 바다라면, 우리도 견디지 못하겠지요? 고래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함께 평화롭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명랑한 혹등고래가 바로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고래입니다. 우영우 변호사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화면 가득 유영하는 고래입니다. 내면에 잠들어 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듯, 물 속에서 불쑥 솟아나는 몸짓이 장관인 고래입니다.
고래는 어쩐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바다, 그 바다의 심연까지 다 가본 고래이기에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만 같습니다.
고래연구센터가 찍어 보내주는 고래를 볼 때마다 우영우 변호사처럼 그대에게도 반짝, 좋은 영감이 떠오르기를 희망합니다. 고래는 다정하고도 신비로우니까요.
책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고래와 모비딕 연관 글을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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