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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새해 새 다짐 첫 시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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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다짐을 위한 시를 읽으려고요. 올해는 어떤 계획을 세우셨는지요? 무얼 하려 하시는지요? 아니면 무얼 하지 않으려 하시는지요? 새해 아침에 시를 읽으며 말끔히 마음목욕을 하고 새해 첫날을 시작해 봅시다.

1. '새해 첫 시'를 읽다


새해 연휴가 끝나면 직장인들은 각자의 사무실에 출근하겠지요? 다소 무거운 몸과 마음을 데리고요. (많이 쉬었는데 왜 더 피곤하지요?) 그렇게 조금 일찍 사무실에 도착한 시인은 새해 첫날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까요? 함께 읽어보시지요.

새해 첫 시

- 박진규

새해 첫 출근,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
사물들에게 새해 인사를 다하고 나니 그가 출근했다
우리는 서로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의 손이 따뜻하다 그러니 내 손은 차겠구나
그의 얼굴이 무표정이다 그러니 내 얼굴이 무표정이구나
그가 무언가 어찌하려는 걸 보니 내가 무언가 어찌하려는구나
방금 풍란에게 인사를 했을 때는 스스럼이 없지 않았던가
그 풍란에게 건넨 말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이 풀렸다
나는 이 일화를 새해 첫 시로 간직하여 한 번씩 읽어보기로 하였다

- 「작가와 사회」 2018년 봄호 중에서


2.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서 보인다


시인은 새해 첫날 일찍 출근했기 때문에 사무실에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물들에게 새해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는 아마도 매일 아침 출근하면 사물들에게 인사를 하는가 봅니다. 사무실의 사물들이라면, 화분의 식물들이나 책상이나 의자 등등이겠네요. 그런 사물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때 그는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렇게 사물들과의 조우가 끝났을 때 누군가 출근합니다. 시인은 그와 악수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인은 그 사람의 손이 따뜻하다는 걸 느낍니다. 맞잡은 상대방의 손이 따뜻하다는 걸 느끼는 것은 자신의 손이 차갑기 때문이겠네요. 내 손이 아주 따뜻하다면 상대방의 손이 차갑게 느껴졌을 테니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시의 장면들은 표정이나 행동도 그렇게 나의 모습이 상대방에게 투영된다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저도 이 장면들에 즉각 공감합니다. 언젠가 결재서류를 들고 윗사람의 사무실에 들어갈 때였지요. 제가 결재를 하러, 또는 어떤 의논을 하러 그 사무실에 들어갈 때마다 그 사람의 표정이 굳어있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혹시 그건 저의 자세와 표정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저만의 '실험'을 해보았지요.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 사무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밝은 표정을 일부러라도 만든 후에 들어가기로요. 입술 양쪽 끝부분을 위로 올리고 눈에 웃음을 가득 담고, 그렇게 좋은 표정을 얼굴에 '장착'한 후 그 사무실에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이게 왠일입니까? 정말로 그 사람의 표정이 환해지지 뭡니까?

방금풍란에게인사했을때는스스럼이없지않았던가
방금 풍란에게 인사했을 때는 스스럼이 없지 않았던가

 

 

3. 부디 새해 천진한 마음으로


시의 후반부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풍란에게 인사를 했을 때는 스스럼이 없지 않았는가'. 그렇겠네요. 우리는 화초들에게 종종 말을 건네곤 합니다.

- 아유, 이쁘게 꽃을 피워주었네. 고맙구나. 그래, 목이 말랐겠구나. 조금만 기다려, 시원한 물을 가져올게.

이런 말을 했을 때의 우리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랑과 자비가 가득한 마음 ,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자연 그대로 깨끗하고 순진한, 즉 천진(天眞)한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마음이면, 그 마음에서 피어난 표정은 어땠을까요?

책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박진규 시를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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