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인님의 시 '국수'를 만납니다. 여기 나오는 '국수'는 물냉면인 평양냉면을 말합니다. 고담하고 소박한 평양냉면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더욱 고담하고 소박해질 시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백석 시 '국수' 읽기
국수
백석(1912~1996, 평북 정주)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날여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여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 귀 혹은 능달 쪽 외따른 산녑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햔 힌 김 속에 접시 귀 소기름 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볓 속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집웅에 마당에 우물 든덩에 함박눈이 푹푹 싸히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에 그득히 살이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집 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버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 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샅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 시선」(백석 지음, 정철훈 엮음,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년) 중에서
2.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백석 시인님의 시 '국수'는 1941년 4월 「문장」 26호에 발표된 시입니다. 시인님 29세 즈음의 시네요.
본문을 읽다 보면 이 시의 국수는 '냉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냉면'이니 '냉멘'이니 하는 말은 본래 쓰지 않던 말이었는데 개화기 이후 남쪽 말과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평북방언사전」, 김이협 편저).
그러니 북한에서 처음부터 냉면이라는 말이 없었고, 냉면을 국수라고 했다는 말입니다.
시 속에 '김치가재미'와 '동치미국'이 나오는 걸 보면, 이 시의 '국수'는 냉면 중에서도 육수에 동치미 국물이 들어간 물냉면, 즉 평양냉면이네요.
고향이 평양 가까운 정주이니 평양냉면을 무척 좋아하신 시인님이네요.
부산의 빗방울이네는 서울의 오래된 냉면 맛집에서 평양냉면을 처음 경험했는데요, 아무 맛도 안 나는 듯한 냉면 첫맛에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같이 갔던 짝꿍도 눈이 동그레져서는 "서울사람들은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거지?"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시 속에 나오는 표현처럼 정말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맛이었습니다.
그런데요, 그 '슴슴한 것', 젓가락질을 더할 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평양냉면이 이런 맛이구나!
그런 슴슴한 평양냉면 맛을 떠올리며 시 속으로 들어갑니다.
"눈이 많이 와서 / 산엣새가 벌로 날여 멕이고 /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날입니다. 온 세상이 눈에 덮였네요. 그래서 먹이를 찾아 산새('산엣새')들이 산에서 나와 들판('벌')으로 왔다는 말인데요, '날여 멕이고'는 무슨 말일까요?
이 구절에서 연 싸움이 생각나네요. 상대방의 연을 끊으라고 응원합니다. '지금 바로 멕이라!' 연실을 풀거나 감거나 당겨서 상대방의 연을 공격하라는 것입니다. '먹이다'의 뜻에 '겁, 충격 따위를 느끼게 한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면 '산엣새가 벌로 날여 멕이고'의 장면이 역동적으로 다가오네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가운데 까만 새들이 창공에서 몸을 날리면서 서로 쫓고 쫓기며 자유롭게 나는 장면 말입니다.
'그 무슨 반가운 것이' '마을'에 온다고 합니다. '눈이 많이 와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날렵한 토끼조차 눈구덩이에 빠지는 날입니다. 이런 날은 눈 핑계 삼아 무슨 무슨 일일랑 다 땡땡이치면서 맛난 거 먹는 시간 아니겠는지요?
'마을'이라는 시어가 시선을 당기네요. 그렇습니다. 우리 집만 아니라 집집마다 '그 무슨 반가운 것', 맛있는 국수 먹을 생각에 마을이 설렘에 들떠 있네요. 마치 즐거운 명절이라도 된 분위기네요. 얼마나 국수가 좋으면 이럴까요?
'한가한 애동들은 여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 이것은 오는 것이다'
아이('애동')들은 어둡도록('여둡도록') 꿩 사냥을 한다고 합니다. 꿩고기로 육수 내려고요.
'엄매'는 '어머니'의 뜻인데, 아이들끼리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를 때 쓰는 말(「평북방언사전」)입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이것'을 보고 있다는 말이네요.
'김치가재미'는 겨울 김장김칫독을 묻어둔 움막입니다. 거기에는 배추김치도 무로 만든 동치미김치도 있겠네요. '엄매'는 냉면 육수용 동치미국물을 떠러 갔겠지요? 벌써 침이 고이네요.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 말은 이렇게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말이네요. '이것'이 다 시켜서 한 일이라네요. '애동들'에게는 꿩 사냥시키고 '엄매'에게 '김치가재미' 가게 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말, 참 대단한 힘을 가진 '이것'이네요.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사서'는 '싸서'로 새깁니다. '이것'이 마을 전체를 구수한 즐거움의 보자기로 싼다는 말이네요. '이것', 어서 먹어보고 싶네요.
'이것은 어늬 양지 귀 혹은 능달 쪽 외따른 산녑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 하로밤 뽀오햔 힌 김 속에 접시 귀 소기름 불이 뿌우현 부엌에 /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 구절부터는 '이것', 즉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의 성장사입니다.
'양지 귀'는 햇빛 잘 드는 양지의 한 귀퉁이, '능달'은 응달을 말합니다. 그러니 '이것' 메밀은 양지에서나 음지에서나 잘 자란다는 말이네요.
'산녑은댕이 예데가리 밭'. 산옆의 밭이 기본 뜻이겠습니다. 산에 있는 밭이니 비탈밭이겠지요? 메밀은 이렇게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는 말이겠습니다.
그렇게 자란 메밀이 국수가 되는 장면이 다음 장면입니다.
부엌에서 냉면 국수를 내리는 장면이네요. '산멍에'는 사전에 '이무기'의 평안도 사투리로 나옵니다. '산멍에 같은 분틀'이라고 했으니 '분틀'이 커다란 뱀처럼 생겼다는 말이네요. '분틀'은 국수를 눌러 빼는 틀입니다.
백석 시인님의 다른 시를 잠시 읽습니다.
여인숙이라도 국수집이다
모밀가루 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은 들믄들믄 더웁기도 하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 누워서
- 백석 시 '산숙(山宿)' 중에서.
이 시에서 '모밀가루(메밀가루) 포대'가 나오고, '국수분틀'이 나옵니다. 국수분틀은 바로 메밀 반죽을 눌러서 냉면 국수를 내리는 틀입니다.
이런 분틀이 집집이 부엌마다 있어서 커다란 솥 위에 분틀을 올려놓고 반죽을 누르면 송송 뚫린 바닥의 구멍으로 삐져나온 국수가락이 바로 끓는 물에 떨어지게 되어 있네요.
분틀이 왜 이무기(산멍에) 같이 생겼다고 했을까요? 강원도 어느 메밀국숫집의 분틀을 보니, 커다란 'C'자 형으로 깎은 통나무를 가마솥 위에 걸친 모습입니다. 솥 위로 무지개가 뜬 형상이랄까요? 'C'의 중간 둥근 마루부분에 국수가 나오도록 촘촘히 구멍이 뚫렸고요. 언뜻 보면 커다란 이무기 한 마리가 솥 위를 타고 넘어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 커다란 이무기를 타고 '이것'이 오는 배경은 '하로밤 뽀오햔 힌 김 속에 접시 귀 소기름 불이 뿌우현 부엌'입니다. 뽀오얀 김이 나고요 불이 뿌연 부엌이네요. 그 신비스러운 무대 장치 속에서 신령스러운 모습으로 오는 것이 국수라고 하네요.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오는 게 아니고요. 그러니 얼마나 소중한 국수이겠는지요?
시인님의 상상의 나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더 아득하게 펼쳐지네요. 이렇게요.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볓 속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집웅에 마당에 우물 든덩에 함박눈이 푹푹 싸히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에 그득히 살이워 오는 것이다'
이 소중한 메밀은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평양냉면 한 그릇 앞에 놓고 이렇게 메밀의 성장사를 되짚어 보게 되네요.
아득한 옛날('녯날') 한가하고 즐겁던('즐겁든') 세월로부터 왔다고 합니다.
부드러운 봄비, 타는 듯한 여름 햇볕, 들크레한('들쿠레한') 가을의 바람을 지나서 왔다고 합니다.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얼마나 많은 마을의 갑남을녀들이 이 국수를 사랑했을까요?
'텁텁한 꿈을 지나서'에서 '텁텁한'은 '첩첩(疊疊)한'의 뜻(「평북방언사전」)입니다. '첩첩'은 '여러 겹' 또는 '근심, 걱정 따위가 많이 쌓여있는 모양'이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명멸해 간 이름 없는 마을사람들의 그런 '텁텁한 꿈'을 얼마나 살뜰히 달래주었겠는지요?
다음 구절은 잠시 시름에 빠진 우리를 달래주네요.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에 그득히 살이워 오는 것이다'
시인님은 장난꾸러기인 것만 같습니다. 아버지('아배') 앞에 '왕사발'이, 어린 아들 앞에 '새끼 사발'이 나란히 놓여있는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나네요.
'살이워'는 '사리다'에서 파생된 것으로 새깁니다. 즉, 국수를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말입니다. 냉면 사발에 동그랗게 말려 탑이 된 국수사리가 떠오르네요.
그렇게 냉면 사발에 '그득히 살이워' 온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냉면 사발에 담겼으니 이젠 정말 먹겠군요!
아쉽게도 아직 아니네요. 시인님, 언제 맛있는 '이것'을 먹여주시렵니까!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 또 그 집 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버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이제는 전설까지 들려주시네요.
위의 「평북방언사전」에 따르면 '큰마니'는 할머니, '큰아버지'는 할아버지, '자채기'는 재채기를 뜻합니다.
두 분 다 예사분이 아니네요. 할머니는 곰의 잔등에 업혀 자랐고, 할아버지는 한번 재채기를 하면 산너머 마을까지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하네요.
자연이 귀하게 대하고 용감무쌍하며 그 기백이 하늘을 찌르는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이 '오는 것같이' '이것은' 온다고 합니다.
'이것'을 먹으면서 그런 선조들의 굳센 기상과 진취적인 정신을 기리고 있는 장면으로 새깁니다.
드디어 '이것'을 먹을 수 있겠지요?
3.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 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샅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제 먹습니다!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이라고 했네요.
'이것'의 빛깔은 희스무레하고, 촉각은 부드럽고, 그 생김새는 수수하고(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무던하고), 먹어보니 그 맛은 슴슴하다고 하네요.
여기서 평양냉면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는 그 유명한 단어가 나왔네요. '슴슴하다'.
「평북방언사전」에 따르면 '슴슴하다'는 '심심하다, 맛이 조금 싱겁다'의 뜻입니다. 간이 세지 않고 싱거우면서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랄까요?
사실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좋아한다는 것, '이것'과 잘 어울리는 것을 소개해 두었네요. 동치미국과 고춧가루(댕추가루), 꿩고기 말입니다.
그리고 다음 구절에서는 '이것'이 요리되는 동안 시인님이 입맛 다시며 기다리고 있는 공간을 소개해 두었네요.
그 공간은 '아랫목('아르궅')'입니다. '아래 끝'에서 '아르궅'이 파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윗목은 평북 말로 '우끝'입니다.
삿자리를 바닥에 깐 '샅방'의 아랫목입니다. 그 아랫목에 있으니 담배 냄새도 나고, 탄수 냄새(목탄 피울 때 나는 냄새)도 나고, 냉면 고명에 올릴 수육 삶는 냄새도 난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밤, 그런 방의 쩔쩔 끓는 아랫목에 앉아 동치미국물에, 삶은 산꿩고기에, 고춧가루를 푼 '이것'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시인님의 목울대가 자꾸 출렁거리는 것만 같네요.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으젓한'은 '의젓한', '살틀하니'는 '매우 친절하다, 자상하게 성의를 다하여 보살피다'의 뜻입니다.
'고담(枯淡)하다'는 '꾸밈이 없고 담담하다', '소박(素朴)하다'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의 뜻이고요.
'이것'이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매우 친하다는 말은 이런 사람들이 '이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말이겠지요?
그렇게 '살틀하니' 친하다는 말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도 '이것'과 닮았다는 말이겠지요?
'이것'도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이지만,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도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하다는 말이겠지요?
'한가하고 즐겁던 세월' 속에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의 삶은 그지없이 평화로웠을 것입니다.
그 평화로운 삶은 '히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국수와 같았고, '고담하고 소박한' 국수와 같았을 것입니다.
이 시가 발표된 1941년 무렵은 일제의 강압 통치가 극에 달하는 시기였네요.
시인님은 시 속에서 '이것은 무엇인가' 하고 다섯 번이나 묻고 있습니다.
암울한 시간을 건너가던 청년 백석 시인님이 '국수'를 앞에 두고, 국수처럼 부드럽고 조용하고 수수하고 소박하며 평화로웠던 우리네 시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타의에 의해 빼앗기고 짓밟혀버린 것 말입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백석 시인님의 시를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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