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이편 제7장을 만납니다. 글을 배우지 못했다 하더라도 글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문장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자하왈(子夏曰) 현현(賢賢)하되 이색(易色)하며
사부모(事父母)하되 능갈기력(能竭其力)하며
사군(事君)하되 능치기신(能致其身)하며
여붕우교(與朋友交)하매 언이유신(言而有信)이면
수왈미학(雖曰未學)하되 오필위지학의(吾必謂之學矣)라 하리라
자하가 말했다. 어진 사람을 어진 줄 알아보고 여색을 가볍게 여기며
부모를 섬기되 온 힘을 다할 줄 알며
임금을 섬기되 제 몸을 다 바칠 줄 알고
벗과 사귐에 말마다 믿음이 있으면
비록 못 배웠다해도 나는 그를 아는 이라 부르겠다.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08년 3쇄) 중에서.
1. '어진 이를 가까이하고 여색을 멀리하라'
논어 학이편 제7장을 한줄씩 파봅니다. 먼저 첫 번째 줄부터 만나봅니다.
'자하왈(子夏曰) 현현(賢賢)하되 이색(易色)하며'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의 말이네요.
'현현(賢賢)'은 흥미로운 배치네요. 같은 글자(賢)가 동사와 목적어로 각각 쓰였네요.
'어질다'의 뜻으로 많이 알고 있는 '賢(현)'은 '현명하다, 좋다, 낫다, 더 많다, 넉넉하다, 존경하다, 두텁다, 착하다, 어진 사람' 같은 다양한 뜻으로 쓰입니다.
여기서 앞의 '현(賢)'은 '존경하다'의 뜻, 뒤의 것은 '어진 사람'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니 '현현(賢賢)'은 '어진 사람을 존경하라'는 의미가 드러나네요.
이 의미는 앞의 6장에서 나온 '친인(親仁)'과 같은 맥락이네요. 가까이할 '親(친), 어질 '仁(인)'. 즉 '친인(親仁)'도 '어진이를 가까이하라'는 뜻이네요.
성현들의 말씀을 새기다 보면 유난히 어진 사람을 가까이하라는 문장이 많이 나옵니다. 어리석은 사람을 멀리하고, 어진 사람을 알아보고 어진 사람을 닮아가라는 뜻이겠지요?
'이색(易色)'의 뜻은 위 책의 해석에서 '여색을 가볍게 여기다'입니다.
바꿀 '역', 쉬울 '이'로 알고 있는 '易'의 쓰임도 매우 다양하네요.
'역'으로 읽힐 때는 '바꾸다, 고치다, 무역(貿易)하다, 전파하다, 다르다, 어기다' 같은 뜻이고요,
'이'로 읽힐 때는 '쉽다, 편안하다, 경시하다, 가벼이 보다, 다스리다, 생략하다' 같은 뜻이네요.
'이색(易色)'에서 '易(이)'는 '경시하다, 가벼이 보다'로 쓰였네요. 그러니 '이색(易色)'은 '여색(女色), 색정(色情)을 가벼이 보라'입니다.
'어진이를 가까이 하고, 여색을 멀리하라'라는 것이 첫 번째 지침이네요.
2. '친구와의 말에 믿음이 있는가!'
다음 문장입니다.
'사부모(事父母)하되 능갈기력(能竭其力)하며'
'사부모(事父母)'에서 '사(事)'도 매우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일'이라는 뜻을 비롯, '직업, 관직, 경치, 변고, 섬기다, 부리다, 힘쓰다, 다스리다' 같은 많은 뜻이 있네요.
여기서는 '섬기다'의 뜻으로 쓰였네요. 그래서 '사부모(事父母)'는 '부모님을 섬기다'라는 뜻입니다.
'능갈기력(能竭其力)'에서 '能(능)'은 '능하다, 잘하다'의 뜻, '竭(갈)'은 '다하다, 없어지다, 마르다, 모두, 전부'의 뜻입니다.
그러니 '능갈기력(能竭其力)'은 '그 힘을(其力)을 전부 다 쏟아라'의 뜻이겠습니다. 부모님 모시는 일에 그 힘을 다 쏟아라!
'사군(事君)하되 능치기신(能致其身)하며'
앞의 '사부모(事父母)'을 참고하면, '사군(事君)'은 '임금을 모시다'의 뜻이네요. 이 말은 국가를 위해 힘을 쏟는다는 뜻이겠지요?
'능치기신(能致其身)'에서 '능치(能致)' 앞의 '능갈(能竭)'과 대구를 이루었네요. '致(치)'는 '이르다' 외에도 '다하다, 주다, 내주다, 촘촘하다, 경치, 정취, 취미' 같은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다하다, 내주다'의 뜻입니다.
그러니 '능치기신(能致其身)'는 '그 몸(其身)을 다바쳐라'는 뜻이 드러나네요. 국가를 위해 일할 때는 몸을 바쳐라!
'여붕우교(與朋友交)하매 언이유신(言而有信)이면'
'여붕우교(與朋友交)'에서 '붕우(朋友)'는 친하게 지내는 벗들을 말합니다. 벗들(朋友)과 함께(與) 사귄다(交)는 의미네요.
성현의 말씀에서 친구 간의 교제를 언급할 때마다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바로 '믿음(信)'이네요.
여기서는 특히 '언이유신(言而有信)', 즉 '말마다 믿음이 있다'라고 하여 말(言)을 강조했네요. 아주 가까운 친구라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며 믿음성 있는 말을 하라는 말로 새깁니다.
3. 글을 배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왈미학(雖曰未學)하되 오필위지학의(吾必謂之學矣)라 하리라'
'未學(미학)'은 배우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雖'는 '비록'의 뜻이니, '수왈미학(雖曰未學)'은 '비록 배우지 않았다 해도'라는 뜻이 드러나네요.
'오필위지학의(吾必謂之學矣)'는 나 '吾(오)', 반드시 '必(필)', 이를 '謂(위)', 이 '之(지), 배울 '學(학)', 어조사 '矣(의)로 구성되었네요.
여기서 '謂(위)'는 '이르다, 일컫다, 가리키다, 논평하다, 설명하다, 알리다, 고하다, 생각하다' 같은 뜻이 있습니다.
'學(학)'은 '배우다' 말고도 학문에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학자'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그러니 '오필위지학의(吾必謂之學矣)'는 '비록 배우지 않았다 해도 나는 필히 그를 학문에 뛰어난 사람이라 일컫겠다'라는 뜻이 새겨집니다.
이렇게 논어의 학이편 제7장을 읽다 보니 기시감이 듭니다. 앞의 제6장 말입니다. 6장은 이렇습니다.
弟子入則孝(제자입즉효)하고 出則弟(출즉제)하며
謹而信(근이신)하고 汎愛衆(범애중)하되 而親仁(이친인)이라
行有餘力(행유여력)이어든 則以學文(즉이학문)이니라
젊은이는 집안에서는 효도하고 집을 나서서는 자애로우며
매사를 삼가 신의를 얻고 널리 여러 사람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라
그렇게 하고서도 힘이 남거든 비로소 육경(六經) 등과 같은 것을 배워라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08년 3쇄) 중에서.
6장과 7장 모두 글을 배우는 것보다 '인간성'의 함양을 강조하고 있네요.
심지어 6장에서는 '行有餘力(행유여력) 則以學文(즉이학문)'이라고, '인간성' 닦는 일을 다하고 힘이 남으면 공부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가슴으로 살지 않고 머리로만 사는 일을 경계하는 문장들로 새깁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행복한 삶의 팁이 되는 논어의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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