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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박진규 시 꽃처럼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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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시인님의 시 '꽃처럼'을 만납니다. 이 시에는 어떤 삶의 장면이 들어있을까요? 어떤 삶의 팁을 전해줄까요? 함께 시를 읽으며 독서목욕을 하며 마음을 씻어봅시다.
 

1. 박진규 시 '꽃처럼' 읽기


꽃처럼

- 박진규

언제 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돌아보면 문득 피어 있다
절벽에서도 눈 얼음 속에서도
때가 되면 꼭 핀다
깊은 숲 속이나 제왕의 수반(水盤)에서도
그저 타고난 모습으로 핀다
피어있는 동안 타인(他人)이 환하다
오로지 그러다가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그리하여 열매가 생긴다
꽃은 모르는 열매가 생긴다


- 계간 「시인정신」(2019년 겨울호) 중에서

 
박진규 시인님은 1963년 부산 출신으로 1989년 부산문화방송 신인상,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습니다. 2016년 첫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를 냈습니다. 월간 동녁 기자, 부산매일신문 기자, 부경대학교 홍보담당관 등을 역임했습니다. 2018년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 '꽃은 모르는 열매가 생긴다'


엊그제 서울의 지인으로부터 톡이 왔습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승강장에 이 시가 붙어 있더라면서요. 읽어보니 좋더라면서 사진을 찍어서 빗방울이네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그 시는 박진규 시인님의 시 ‘꽃처럼’이었습니다.

2019년에 발표된 시이니 시인님 50대 후반에 쓴 시로 짐작되네요. 함께 시를 만나볼까요?

언제 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 어느 날 돌아보면 문득 피어 있다

- 박진규 시 ‘꽃처럼’ 중에서

 
참으로 꽃은 언제 필까요? 꽃몽우리가 져 있다 싶으면 어느 날 활짝 피어있습니다. 꽃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몰래 필까요? 지금 꽃 피우지 못한 그대도 그렇게 어느날 문득 피어날 것이라고 하네요.

절벽에서도 눈 얼음 속에서도 / 때가 되면 꼭 핀다

- 박진규 시 ‘꽃처럼’ 중에서

 
꽃은 어느 곳에서도 핍니다. 히말라야에 간 지인이 눈 속에 핀 앵초꽃을 찍어 빗방울이네에게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얼음처럼 굳어버린 눈 사이를 뚫고 고개를 내민 그 보랏빛 꽃잎은 얼마나 환하던지요. 앵초는 그 눈 얼음 속에서도 참자, 조금만 참자, 얼마나 숨죽이며 기다렸을까요? 

깊은 숲 속이나 제왕의 수반(水盤)에서도 / 그저 타고난 모습으로 핀다

- 박진규 시 ‘꽃처럼’ 중에서

 
꽃은 아름답습니다.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아무도 안 보는 그 계곡에서 마냥 환하게 피어있던 산유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권력자 앞에서도 꽃은 이쁘게 보이려 꾸미지 않네요. 잘 보이려 표정을 꾸미지 않고, 달콤한 말로 아부하지 않네요. 천성 그대로 피어있네요. 자연스럽게!

피어있는 동안 타인(他人)이 환하다 / 오로지 그러다가 /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 박진규 시 ‘꽃처럼’ 중에서

 
꽃도 환하지만 그 꽃을 보는 이는 얼마나 환한지요. 와, 꽃이다! 하면서 그 표정 그 마음 얼마나 환해졌겠는지요. 그래서 우리는 환해지기를 원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꽃다발을 건네주기도 하는가 봅니다.
 
이 시의 1행에서 꽃은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게 문득 피었는데, 이 구절에서는 언제 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진다고 하네요. 조용히요. 오로지 타자를 환하게 하다가 꽃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리하여 열매가 생긴다 / 꽃은 모르는 열매가 생긴다

- 박진규 시 ‘꽃처럼’ 중에서


이 구절이 이 시의 솟대 같습니다. 아, 꽃은 열매를 볼 수 없겠네요. 단지 자신의 임무, ‘활짝 피어있는 일’을 열심히 수행하고 사라지니까요. 꽃은 알고 있었을까요? 꽃에게 말해주고 싶네요. 너로 인해 이렇게 멋진 열매가 열렸다고요. 
 
서울지하철 서초역 스크린도어에 붙어있는 이 시를 읽은 서울의 지인은 사진과 함께 이런 문장을 보내주셨네요. 
 
우리, 이렇게 꽃처럼 삽시다!
 

박진규시꽃처럼중에서
박진규 시 '꽃처럼' 중에서.

 

 

3. '여기까지가 끝!‘


빗방울이네가 평소 사랑하는 이의 이야기입니다. 이이는 손맛이 좋은가 봅니다. 숙주나물 소고깃국, 김치찌개, 잡채 ···. 다 맛있습니다. 종종 이 맛있는 음식을 해서 주위에 돌리곤 합니다. 그때마다 운전은 빗방울이네 담당입니다.

빗방울이네는 이 음식 나눔이 참 좋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재료를 구입하고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이요. 특히 다 된 음식을 용기에 담을 때는 세상이 반짝거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할까요? 음식을 받는 이의 환한 표정이 벌써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음식을 전해준 다음날 사랑하는 이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맛있다고 하지요? 그러면 이이의 대답은 한결같네요.
 
여기까지가 끝!
 
음식을 해서 전해주는 것까지의 일이 본인이 할 일이라는 말입니다. 어쩐지 이 한마디가 '꽃처럼!'이라는 말로 들리네요. 여기까지가 끝! 이 답이 나올 줄 알면서도 매번 빗방울이네 묻곤 합니다. 맛있다고 하지요?

음식을 건네받은 이의 공차사도 좀 듣고 싶을텐데요, 사랑하는 이이는 그런 것을 도무지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네요. 옆에서 보면, 그 마음 진심인 거 같네요. 열매를 모르는 꽃처럼요. 어떻게 그런 마음일 수 있을까요? 늘 가까이 사는 사람에게서 이렇게 배운답니다. 수시로 머릿속에 떠올려야겠네요, 여기까지가 끝! 이렇게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마음을 맑히는 글 한 편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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