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고 스미기

천도무친 상여선인

by 빗방울이네 2023. 7. 19.
반응형

천도무친(天道無親)이라는 문장을 만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문장과 함께 만납니다. 이 두 문장 속에는 어떤 삶의 신비로운 장면이 들어있을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씻으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왜 작은 것을 아껴야 하나요?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지인이 있습니다. 언젠가 빗방울이네가 물은 적이 있습니다. 평소 생활습관 중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요. 그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작은 것을 아끼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자판기의 믹스 커피 한 잔도 쉽게 뽑아먹지 않는 편입니다.

뭐라고요? 자판기 커피 한 잔 얼마나 한다고요? 500원도 아깝다 이말이네요. 빗방울이네는 '아끼는 것도 너무 아끼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물론 아끼는 것도 좋지만 그 정도는 좀 과한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그이의 사람됨됨이가 왠지 좀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은지요? 큰 것을 아껴야 표가 나지 작은 것을 아껴서 그것이 언제 크게 된다는 건지요.
 

2.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뜻은?


1년가량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커피자판기 앞을 지났을 때였어요.
 
- 저는 자판기의 믹스 커피 한 잔도 쉽게 뽑아먹지 않는 편입니다.
 
이렇게 불현듯 그의 말이 떠오는 거예요. 물 표면으로 불쑥 부표가 떠오르듯이요. 그리고 머리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답니다. 아, 그의 말은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구나!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모읍니다. 우리는 100원짜리를 수시로 그 저금통에 넣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결과나 나올까요? 그 결과는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보다 커진 현금이 모아졌다는 점일 것입니다. 두번째는 바로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일 것입니다. 그런데 빗방울이네는 두번째 결과가 더 중요한 것만 같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서 나를 위하고 있다는 느낌 말입니다. 이 기분은 돼지저금통에 가득찬 동전보다 더 귀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빗방울이네 지인의 '믹스 커피 한 잔을 귀하게 여기는 작은 마음'은 돼지저금통에 현금이 쌓이듯 '마음 저금통'에 차곡차곡 쌓여갔겠네요. 그래서 큰마음으로 자라났겠네요. 
 
이렇게 '작은 것을 아끼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해봅니다. 바로 '선(善)한 마음'이겠습니다. 이렇게 언제나 선(善)을 지향하는 마음이 눈처럼 그 사람의 내부에 쌓이면 그이의 마음은 더 크게 성숙하고 발전한다는 말이겠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런데요, '스스로 돕는다'라는 말은 무슨 뜻할까요? 내가 나 스스로를 도우라?

내가 나를 돕는다는 말은 나의 행위를 언제나 내가 보다 선한 쪽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그런 뜻이겠습니다. '스스로 돕는 자'란 선한 마음, 좋은 마음을 스스로에게 쌓고 또 쌓아가는 사람이겠네요.

좋은 마음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 그것을 성장시키기 위해 스스로 힘쓰는 사람, 그렇게 자신이 가진 고귀한 본성을 스스로 맑혀가는 사람이겠네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의 뜻은 하늘은 그런 사람 곁에 있고 그런 사람을 도와준다는 뜻이겠습니다.
 

하늘은스스로돕는자를돕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3. 천도무친, 자연이 잔인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올해(2023년) 여름 장마 속에 엄청난 폭우로 전국적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산사태로 흙더미에 묻힌 집을 보면서 절규하는 사람을 보면서 오래 전에 어떤 학자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天道無親 천도무친

이건 무슨 뜻일까요? '親'에는 '친하다, 사랑하다, 가까이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그럼 '無親(무친)은 하늘의 도는 친함이 없다? 사랑함이 없다? 

그런데 이 문장의 뜻을 오해한 그 학자가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자연은 친절하지 않고 잔인하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홍수 재해를 예로 들면서요. 그이는 홍수라는 자연현상이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집을 휩쓸어가니 하늘은 원래 잔혹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노자 「도덕경」의 문장인 '天道無親(천도무친)'이 과연 그런 뜻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구절은 이렇게 짝이 있습니다.

天道無親 常與善人 천도무친 상여선인

'여(與)'에는 '같이하다, 베풀어주다, 인정하다, 돕다, 협조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상여선인(常與善人)'은 '항상 선인과 함께 한다, 항상 선인을 돕는다'는 뜻이네요.

그러면 '天道無親 常與善人 천도무친 상여선인'의 의미는 이렇게 새겨지네요.

'하늘의 도는 지극히 공평하여 사사로이 누구라고 특별히 봐주는 일이 없는데, 다만 항상 선인(善人)과 함께 한다.'

하늘은 항상 착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말이네요. 이 문장 왠지 낯이 익네요. 바로 아래의 문장과 '쌍둥이'이네요!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두 문장에 등장하는 '선인'과 '스스로 돕는 자'는 ‘한통속’ 의 사람이네요. 

글 앞머리에 소개된 빗방울이네 지인도 그렇게 '스스로 돕는 자'였네요. 작은 것을 아끼면서 간결하고 검소한 삶으로 마음의 복을 누리는 사람이었네요. 그대도 이렇게 '작은 것'을 아끼는 편인지요?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마음을 맑히는 글 한 편 더 읽어보세요.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오늘 하늘이 아주 높고 파랬습니다. 구름 한 점 없고 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떤 생각이 나시나요? 오늘은 신문기사 속에서 등장한 한문 문장 하나를 읽으며 마음목욕을 함께 하려 합니

interestingtopicofconversation.tistory.com

 

반응형

'읽고 쓰고 스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형도 시 엄마 걱정 읽기  (50) 2023.07.23
김인육 시 사랑의 물리학 읽기  (64) 2023.07.21
박진규 시 꽃처럼 읽기  (47) 2023.07.17
장석주 시 대추 한 알 읽기  (50) 2023.07.16
이성복 시 남해 금산 읽기  (57) 202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