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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문득 첼로라는 악기가 궁금해졌어요!

by 빗방울이네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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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를 영어로 cellist라고 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cellist라는 단어가 주는 생경함 때문에 첼로라는 악기가 궁금해졌답니다. 첼로를 좋아하십니까? 어떤 첼로 연주를 좋아하십니까?

1. Cellist는 세포주의자?


아침에 눈을 뜨는데 문득, 첼로라는 악기가 궁금해졌어요. 청담동 첼리스트 뉴스를 보다보니, 첼리스트가 영어로 Cellist였네요! Chellist라고 생각했는데요. Cell이면 세포를 뜻하는데, 첼로가 세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첼로연주자(Cellist) = 세포주의자(Cellist)? 이런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된, 첼로에 대한 저의 궁금증은 자꾸 부풀어 올랐네요. 첼로, 하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저는 여대생이 어린아이만한 첼로 가방을 등에 지고 가볍게 지하철 계단을 탁탁 오르던 장면요.

이참에 우리 첼로에 대해 몇 가지 알아 볼까요?

- 콘트라베이스 다음으로 큰 악기
- 현이 4개
- 피아노와 하프를 제외하고 가장 넓은 음역을 소화할 수 있는 악기
- 사람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
- 연주자의 심장에 가장 가까운 악기
- 현악 3중주: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의 세 개 현악기로 연주하는 실내악

국내에서 ‘정현악기’가 ‘정현첼로’라는 브랜드로 첼로를 출시하고 있어요. 정현악기 블로그에 올라있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비유가 재미있네요.

- 바이올린 소리를 ‘아내의 소리’로, 첼로의 소리를 ‘남편의 소리’로 비유하여 말하기도 하며 바이올린을 ‘여자 시인’에, 첼로를 ‘남자 시인’에 비유하기도 한다.

2.첼로의 매력에 대해


정현악기 측은 첼로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네요.

- 첼로의 음향은 저음역에서 숭고한 의식이나 비극적 장엄미를 토해내며, 고음역에서는 격렬한 정열을 나타내기도 하고 고요한 상태뿐 아니라 악마적인 광폭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 첼로는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리드미컬한 선율도 매우 민첩하게 연주할 수 있어서 오늘날 실내악, 그리고 독주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랬군요. 그래서 첼로가 관현악단 구성은 물론 실내 소규모 연주에서 빠지지 않는군요. 저는 첼로가 사람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라는 표현에 공감 꾹! 부드럽고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웅장하고 따뜻한 첼로 소리에는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듣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첼로의 구약성서’로 꼽히는 명곡입니다. 바흐는 첼로를 통해 사람을 어디론가 하염없이 데리고 가려는 것만 같습니다.

깊고 굵고 단순한 음률에 실린 저는 꼼짝없이 따라가야 합니다. 바람 부는 언덕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달빛 환한 강가로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거기서 저의 내면이 바닥까지 건조되는 것만 같습니다. 바람에게, 달빛에게요. 그러면 세상살이에 복잡해진 속이 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법정 스님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좋아하셨다는 사실, 아시나요?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네요.

“사실 모든 게 무반주 첼로예요.
저기 바람소리도 그렇고 찻물 내리는 소리도 그렇지요.
단순 소박하고, 또 검박하고 맑아요.
그게 이를테면 기도지요.
요란한 기도, 복잡한 기도는 하늘에 닿을 수 없지요.”

- 임의진 목사님(시인)의 글 ‘바흐 무반주 첼로곡과 법정스님’ 중에서



단순하게! 소박하게! 맑게!

첼로연주장면
첼로 연주 장면.

3. '모든 것이 무반주 첼로이다'


오늘 그대의 점심 식탁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올려 드립니다.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 1948~ ) 연주입니다. 라트비아 출신의 미샤 마이스키는 세계 3대 첼리스트로 꼽히는 첼로 거장입니다. 그의 연주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 음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연주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장한나 첼리스트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분이죠.

미샤 마이스키는 1969년 누이가 이스라엘로 망명한 것이 계기가 되어 14개월 간 강제수용소에서, 2개월간 정신병원에서 참혹한 고통을 경험한 첼리스트입니다. 그런 그의 아픔이 이런 깊은 연주를 만든 것일까요?

아, ‘cello’라는 악기 이름 유래를 정리해 드립니다. 정리하기 좀 복잡했는데, 제가 이해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 첼로 전신인 비올로네(violone)의 크기가 변화를 겪음
- ‘축소’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 ‘cello’가 붙어 비올론첼로(violoncello)로 불림
- 그냥 cello로도 불림

cellist! 청담동 첼리스트에서 시작된 아침의 서핑이 우리를 이렇게 예상치 않던 세계로 불쑥 데려와 주었네요. 서핑은 언제나 혼돈의 연속, 그리고 놀라운 발견, 그리고 변화! 방금 소개드린 대로 ‘cellist’의 cell이 ‘축소’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저는 그냥 처음에 제가 상상했던 ‘세포주의자’(?) 정도로 알고 있으렵니다. 첼로는 언제나 잠든 우리의 세포를 깨워주니까요.

단순하게! 소박하게! 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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