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름값이 싸다고 경유용 자동차를 구입하신 분들, 그리고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 기사님들의 걱정이 태산입니다. 경유와 휘발유의 역전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1. 경유 몸값은 휘발유의 반값도 안 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경유가 휘발유보다 220원이나 비싸졌다고 하네요. 1 리터 당 휘발유 1,658원 << 경유 1,877원! 참으로 격세지감이네요. 가격에서 늘 형님 대접을 받던 휘발유가 동생 경유에게 형님 자리를 내주는 신세가 이어지고 있네요.
경유는 더 이상 저렴한 기름이 아닙니다. 휘발유 경유의 가격 역전 스토리가 시작됐네요! 이 두 기름 사이, 연도별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1997년엔 얼마였을까요?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오피넷)에 올라있는 자료에 따르면요, 1997년엔 휘발유가 838.65원, 경유가 겨우 376.15원이었어요. 우와, 그 때는 경유 몸값이 휘발유의 반값도 안 되었네요.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저렴했던 이유? 경유에 붙는 세금이 휘발유보다 낮았기 때문이죠. 당시 경유는 화물차나 굴착기 레미콘 같은 차들의 연료로 많이 쓰였지요. 이렇게 경유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산업용으로 쓰였기 때문에 휘발유보다 경유에 세금이 낮게 매겨진 거죠.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이 두 형제의 몸값 차이가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2002년에는 휘발유 1,269.10원, 경유 677.58원. 경유가 반값을 약간 넘어섰죠? 서서히 ‘경유는 휘발유의 반값’이라는 추세가 무너지네요. 이때 경유차 운전자들은 슬슬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러려고 내가 경유차 샀나!!!

2. 언제부터 경유가 가격 형님이 되었나?
휘발유 경유의 가격 역전 스토리,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06년 자료를 보니 휘발유(1,492.43원)에 경유(1228.17원)가 바짝 추격했네요. 동생 경유가 형님 휘발유의 코 높이까지 진격한 거죠! 그러다, 이럴 수가! 2008년 6월 27일 “경유는 싸다”는 우리의 몹쓸(?) 고정관념, 무너집니다! 경유(1,909.36원)가 휘발유(1,907.09원)보다 비싸지다니(2.27원)!
“당시(2008년 6월 27일) 경유 가격은 1909.36원으로 휘발유 가격(1907.09원)보다 2.27원 많았다.”
- <이데일리> ‘경유가격 사상 첫 1950원 돌파…휘발유 값 역전 계속’ 기사 중(2022.5.12.)
2008년 한 해 평균 가격은 휘발유(1,692.1원)가 경유(1,614.4원)보다 높아진 추세로 마무리되었죠.자, 그 후 10여 년 동안 둘 사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휘발유 가격이 다소 높게, 경유보다 200~300원 높게 유지되었어요. 그러나 이건 예전에 비하면 거의 차이가 안 나는 거죠. 아슬아슬한 형님(휘발유) 자리. 언제 동생(경유)이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팽팽한 위기. 이 때 기름 싼 맛에 경유차 구입한 운전자들은 너무 속상한 나머지 속으로 이랬어요. ‘조만간 휘발유 차로 바꾸고 말거야!’
이즈음 경유는 다시 형님(휘발유) 자리를 넘보는 ‘위험한 동생’으로 성장하고 있었네요.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지난 5월 11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1,947.59원)은 휘발유 가격(1,946.11원)을 1.48원 앞섰어요. 하루 평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건 2008년 6월 27일 이후 약 14년 만.
이어 지난 5월 12일, 경유 가격(1,950.78원)이 사상 처음으로 1,950원을 돌파했어요. 한라산 높이(1,947m)를 넘어섰네요. 한국석유공사가 199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경유 가격 역대 최고치 기록! 25년 전인 1997년만 해도 휘발유의 반값도 안 되던 동생 경유가 휘발유의 형님이 되어 버렸네요. 그러다가 지난 6월 휘발유 2,084.0원<경유 2089.0원, 9월엔 휘발유 1,730.0원<경유 1,850.0원, 11월 5일 휘발유 1,658원<경유 1,877원.

3. 경유 강세 원인은?
이렇게 경유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답니다.그 원인은 뭘까요?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를 꼽고 있어요. 경유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러시아산 수입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격이 치솟았다는 거죠. <BUSINESS WATCH>는 5월 9일자 ‘경유 값, 휘발유 값 역전했다, 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유업계 관계자의 말을 이렇게 전했어요.
“러시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해 수급 불균형이 커졌다.”
“유럽에서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는 비중이 약 60% 정도.”
“결국 경유 수급 불안정 상황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새삼 이런 생각이 드네요. 어떤 물건이라도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요. 휘발유나 경유 속에 자신의 고유한 가치가 내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가치는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여건’에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요. 가치라는 것은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여러분이나 저도 그렇겠지요? 후후 - 희망을 가슴에 꼭 품고, 우리 행복한 주말 보내자고요. 이상으로 휘발유 경유 가격 역전, 신세 역전 스토리였습니다!
'색깔 있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을 왜 쓸까요? 어떻게 버릴까요? (4) | 2022.11.08 |
---|---|
청도 반시에 왜 씨가 없을까요? (4) | 2022.11.07 |
궁금한 은행나무 이름 유래 (4) | 2022.11.04 |
분변 잠혈 검사의 진화, 응가 검사 했나요? (8) | 2022.11.03 |
압사 예방 ①팔짱 껴 ‘ㅁ’자 ②모로 누워 공처럼 (3) | 2022.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