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위정 편 제4장을 만납니다.
공자님은 15세, 30세, 40세, 50세, 60세, 70세라는 삶의 마디마다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논어」 위정 편 제4장 읽기
子曰(자왈) 吾十有五而志于學(오십유오이지우학)하고
三十而立(삼십이립)하고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하고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하야 不踰矩(불유구)라
공자께서 말했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게 되었고
서른 살에 독립하게 되었으며, 마흔 살에 망설임이 없게 되었고
쉰 살에 천명을 알게 되었으며, 예순 살에 남의 말을 그냥 그대로 듣게 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대로 해도 할 바를 넘어서지 않았다.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08년 3쇄) 중에서.
2. 중2 때인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뜻은?
'吾十有五而志于學(오십유오이지우학)'
'吾(오)'는 '나'라는 뜻이고, 이 위정 편 4장 전체의 주어이며, 바로 공자 자신을 말합니다.
그러니 이 위정 편 4장은 공자님 15세, 30세, 40세, 50세, 60세, 70세에 각각 스스로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문장입니다.
이 시간들은 위로 뻗어가며 짓는 대나무의 마디처럼 공자님의 삶의 마디이자 우리네 삶의 마디이기도 할 것입니다.
15세부터 시작됩니다.
15세를 '十有五(십유오)'라고 했네요.
있을 '有(유)'는 또 '有(유)'로 쓰입니다. 즉, 또 '又(우)'와 그 뜻이 같습니다.
그러면 '吾十有五(오십유오)'는 '내 나이 열 하고도 다섯에~'라는, 판소리조로 읊는 공자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흥미로운 문장이네요.
이 문장의 말 이을 '而(이)'는 시간을 의미하는 한자(十有五) 뒤에서 '~에'라는 뜻의 접미사로 쓰였네요.
이 쓰임은 오늘 만나는 위정 편 4장의 문장에 6번 등장하는 '而'의 뜻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志于學(지우학)'. 뜻 '志(지)'는 '뜻하다, 뜻을 두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쓰였고, 어조사 '于(우)'는 '~에서, ~부터, ~까지, ~에게'의 뜻인데 여기서는 '~에'로 새깁니다.
그리하여 '吾十有五而志于學(오십유오이지우학)'는 '나는 열 하고도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게 되었다'라는 뜻이 드러나네요.
15세면 요새 중학교 2학년입니다. 공부가 깊어지고 많아지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이 나이 때를 '북한군도 두려워한다는 중2'라는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매사 예민한 중2의 시간이네요.
그만큼 삶에 대한 어떤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때, 신체와 정신이 온통 꿈틀거리는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런 나이 때 공자님은 배움(學)에 뜻을 두었다고 하는데, 이 15세 즈음은 저마다 삶에 대한 어떤 자각이 찾아오는 시간이라는 의미로 새겨봅니다.
'吾十有五而志于學'. 이 문장으로 인해 '志學(지학)'은 나이 15세를 일컫는 단어가 되었다는 점을 곁들여 새겨둡니다.
'三十而立(삼십이립)'
30세에(三十而) '立'했다고 합니다. 설 '立(립)'은 '똑바로 서다, 확고히 서다, 출사 하다' 같은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자립의 뜻으로 새깁니다.
30세는 부모님 품을 벗어나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독립의 시간이겠습니다. 취업하고 스스로 돈을 벌어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나이네요. 지금은 총체적인 구직난으로 30세에도 부모님 신세를 져야 하는 이들도 많지만요.
'三十而立(삼십이립)'이라는 문장에서 나이 30세를 '而立(이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점도 새깁니다.
그다음 문장을 들여다봅니다. 공자님 삶은 40세에 어떠했을까요?
3. 60세, 귀가 순해졌나요?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
공자님은 40세에(四十而) '不惑'했다고 하네요. 미혹할 '惑(혹)'입니다. '不惑(불혹)'은 미혹되지 않는다는 말이네요.
미혹(迷惑)이란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정신이 헷갈려 갈팡질팡 하다의 뜻입니다.
'不惑(불혹)'은 그렇게 미혹되지 않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 주체성 있게 살아가는 것을 말할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기, 군중의 심리에 좌우되지 않고 부나 명예만 좇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만의 철학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간이 40세네요.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라는 문장에서 나이 40세를 '不惑(불혹)'이라고 한다는 점도 새겨둡니다.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
공자님은 50세에(五十而) '知天命'했다고 합니다. 천명(天命)을 알았다(知)는 말이네요.
'천명(天命)'은 타고난 운명 또는 하늘의 명령을 뜻합니다. 하늘의 명령, 하늘의 뜻이란 무얼까요? 연기적(緣起的)으로 일어나는 자연의 법칙, 어느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 진리일 것입니다.
50이면 요즘 나이로 직장에서 책임자의 자리, 과장이나 부장의 나이쯤 될까요?
이 나이쯤이면 삶의 윤곽이 형성되는 시간입니다. 세상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명확해지는 시간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알게 되고,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잣대와 신념이 생기는 시간이기도 하겠습니다.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라는 문장에서 '知天命' 또는 '知命'이 나이 50세를 달리 일컫는 말이라는 점도 새겨봅니다.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
공자님은 60세에(六十而) '耳順'했다고 하네요. 귀(耳)가 순해졌다(順)는 말입니다.
순할 '順(순)'은 '순하다, 좇다, (도리에) 따르다, 순응하다, 편안하다' 같은 뜻입니다.
60세는 누가 싫은 소리를 해도 둥글둥글 받아들이며 그런 소리를 한 사람 입장도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인가 봅니다.
바른말로 충고하는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다는 뜻의 '충언(忠言)은 역이(逆耳)이나 이어행(利於行)이라'라는 문장도 떠오르네요.
60세는 노화현상이 빨라지는 시간, 스트레스가 많은 시간입니다. 대우를 받고 싶어 하고, 그렇지 못할 때 몽니를 부리게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AI시대의 60세라면 나날이 변화하는 신기술을 따라가기 힘들어 소외되기 쉽고 화가 많아지기도 하겠습니다.
'이순(耳順)'
이 말에서 60세쯤 되면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고집과 편견, 아상(我相)을 벗어나 귀가 순해져야 한다는 강조의 뜻도 느껴지네요.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이라는 문장에서 나이 60세를 '이순(耳順)'으로 부르게 됐다는 점도 알아둡니다.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 不踰矩(불유구)'
공자님은 70세에(七十而)는 '從心所欲(종심소욕) 해도 不踰矩(불유구)'했다고 합니다. 이는 무슨 뜻일까요?
'不踰矩'를 먼저 들여다봅니다. '踰(유)'는 '넘다, 지나가다'의 뜻, '矩(구)'는 '법도, 상규, 규칙'의 뜻이 있습니다.
'從心所欲(종심소욕) 해도 不踰矩(불유구)'는 마음(心)이 욕망(欲)하는 바(所)를 따라도(從) 법도(矩)를 넘어서지(踰) 않는다(不), 법도를 벗어남이 없다는 뜻이겠습니다. 법 없이도 산다는 말이 생각나는 구절이네요.
세상천지 모르고 혈기왕성 날뛰는 20~30대 때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큰 일 날 일 많겠네요.
그런 좌충우돌의 시간을 지나 70세가 되었네요.
삐죽삐죽 튀어나왔던 마음들이 세월의 물살에 둥글둥글 다듬어진 시간, 사리분별도 명확해진 시간입니다.
이런 70세의 시간은 세상의 크고 작은 욕망에서 벗어나 나와 남을 분별하지 않고 자연처럼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자유인의 시간일까요?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 不踰矩(불유구)'라는 문장으로 인해서 나이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부릅니다.
70세는 '종심(從心)' 말고도 '고희(古稀)', '희수(稀壽)'라고도 합니다. 기쁠 '喜(희)'의 '희수(喜壽)'는 77세를 이르는 말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둡니다.
그대는 지금 삶의 어느 시간대에 와 있는지요? 공자님의 시간과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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