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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다큐 어른 김장하 그리고 문형배 이야기

by 빗방울이네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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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만나 봅니다.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꾸만 물어오는, 가슴 찡한 다큐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소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등대가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같은 시간일 때가 있습니다.

 

빗방울이네의 그런 시간, 넷플릭스에서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를 만났습니다.

 

MBC경남이 제작해 2023년 11월 개봉한 다큐멘터리인데 1, 2편 합쳐 105분짜리입니다.

 

다큐의 주인공은 경남 진주에서 60여년 동안 '남성당 한약방'을 경영한 한약사 김장하(81세) 어른입니다.

 

경남지역에서 32년 동안 기자로 활동한 김주완 기자의 취재 형식으로 김장하 어른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사람(김장하 한약사, 김주완 기자)은 워낙 말수가 적고,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극적인 에피소드도 별로 없는 잔잔한 다큐입니다.

 

그런데 이 다큐는 세상에 드문 다큐였습니다. 안일한 정신과 나른한 육체에 죽비를 내리치는 다큐였습니다.

 

한약방으로 번 돈으로 설립한 명신고등학교 등 110억 원의 재산을 나라에 기부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수많은 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김장하 어른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내세우는 언론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행사장이나 간담회 같은 자리에서는 구석진 자리에 앉는 사람입니다.

 

한약방 벽에 아주 오래된 '금성에어컨'을 달고 있던 사람입니다.

 

속지가 헤어져 팔이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곤 하는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입니다.

 

돈을 빌려달라는 이웃들에게 아무 군소리 없이 돈을 내준 사람입니다.

 

그렇게 돈을 벌고 많이 기부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승용차 없이 산 사람, 바로 김장하 어른입니다.

 

아, 이런 삶도 있구나! 세상에 이런 어른이, 아니 어르신이 계셨구나!

 

빗방울이네는 두 번 보았는데 그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서 재생을 멈추고, 또 보약 같은 문장 적어두느라 수시로 멈추어야했던 다큐였습니다.

 

그 105분짜리 다큐 속에, 우리의 캄캄한 삶을 밝혀주는 북극성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 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경외하고 닮고 싶어하는 북극성 같은 어른이 있었습니다.

 

그런 어른과 이 세상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뜨거운 일인지요?

 

2. '김장하 키즈'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말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초반부에 양복 입은 늙수그레한 남자가 어떤 행사의 무대 단상에 나와 이렇게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갔더니, 자기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자기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은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할··· 갚아야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제가 ··· 조금의 기여를 한 게 ···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 넥플릭스, 2023년) 중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말.

 

이 말을 한 남자가 바로 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2025년 4월 현재)입니다.

 

인용된 문장 속의 '···' 표시는 그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한 대목입니다. 인사말 도중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그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이 날 행사는 2019년 김장하 선생님의 생신 축하잔치였습니다. 이런 행사를 선생님이 싫어하니까 지인들이 주인공 몰래 준비한 깜짝 행사였다고 하네요.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고교와 대학시절 내내 김장하 선생님의 장학금을 받은 '김장하 키즈'입니다.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김장하 어른의 이 말은 얼마나 우리네 가슴을 출렁이게 하는 문장인지요?

 

이 어른은 다큐에서 "(한약방을 해서)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 ···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차곡차곡 모아서 사회에 환원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어렵게 번 돈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있는 것'이라고 하시네요.

 

자신이 번 돈을 장학금으로 주면서 단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전해준 것 뿐이라고 여기는 이 높은 마음을 생각해봅니다.

 

그 높은 마음은 나라는 생각, 내가 있고 내 것이 있고 내가 한다는 생각, 즉 아상(我相)을 버린 자유로운 마음이네요.

 

인도 고전인 「바가바드 기타」의 한 문장이 떠오릅니다.

 

네 할 일은 오직 행동에만 있지, 결코 그 결과에 있지 않다.

행동의 결과를 네 동기가 되게 하지 마라.

▷「바가바드 기타」(함석헌 주석, 한길사, 2021년 16쇄) 중에서.

 

이 문장 아래에는 '하나님의 뜻을 이룬다는 그 선한 뜻 외에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라는 라다크리슈난의 주석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문장도 생각나네요. 김장하 어른의 그 귀한 '빈손'이 보이는 문장입니다.

 

김장하 어른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소위 '티'를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리저리 살아라 같은 장황한 당부도 없었다고 합니다.

 

도움받는 이의 입장을 위축시키지 않으려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제가 (이 사회에) 조금의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말입니다. '그 말씀'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니 사회에 갚아라'라고 했던 김장하 어른의 말이네요.

 

어떤 보약 같은 말은, 그 보약을 달여먹은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키나 봅니다.

 

가슴에 기둥처럼 꽂혀 도무지 엇나갈 수 없게 하는 '그 말씀'의 힘을 생각합니다. 

 

'그 말씀'이 힘을 갖게되는 것은 '그 말씀'을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그 말씀'에 들어있기 때문이겠지요?

 

'험한 세상 살아오면서 힘이 되었던 것은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왔다는 것'

 

이 문장은 김장하 어른의 말입니다.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왔다는 것'이 삶의 힘이라고 하네요.

 

깨끗한 삶이란 자신에게, 하늘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삶이겠지요? 

 

그런 삶이라면 누가 함부로 할 수 있겠는지요? 경외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사회에_있는_것을_너에게_주었을_뿐이니_사회에_갚아라"-다큐멘터리_'어른_김장하'_중에서.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사회에 갚아라" -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중에서.

 

 

 

3. 삶의 지표가 되는 북극성 같은 사람 '김장하 어른'

 

이 글의 앞에서 빗방울이네는 김장하 어른을 '북극성 같은 사람'이라고 비유했습니다.

 

다큐 「어른 김장하」 속에 등장하는, 김장하 어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정신이 혼미하거나 내가 중심을 못 잡을 때 그 분이 마치 뒤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 같다'

-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의 말

 

'내가 이런 짓을 했을 때 김장하 선생한테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은연 중에 가슴 속에 있는 것 같아요.'

- 전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의 말

 

'나는 너한테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되겠다는, 이 생각 밖에 없지'

- 최관경 부산교대 명예교수(김장하 70년 지기, 사천 정동초등학교 동창)의 말

 

맞지요? 김장하 어른이 '북극성 같은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중성공지(衆星共之)'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논어」 위정 편 1장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여러 별들(衆星)이 함께(共) 간다(之)는 뜻입니다. 여러 별들이 함께 간다는 말은,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함께 돈다는 말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나 어른이 '덕(德)'으로 행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지도자나 어른을 경외하며 돈다는 말입니다. 

 

그 북극성이 김장하 어른이라는 말입니다.

 

「어른 김장하」는 이런 다큐입니다.

 

나를 거쳐간 인연에 대해서, 내가 받은 사랑과 내가 나주어준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다큐입니다.

 

어떻게 살면 좋은 지, 차가운 샘물 같은 기운을 주는 다큐입니다.

 

보다가 척추를 곧게 펴고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하게 하는 다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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