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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기소불욕 물시어인 뜻

by 빗방울이네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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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문장 '기소불욕(己所不慾) 물시어인(勿施於人)'을 만납니다. 공자가 애제자인 자공에게 좌우명으로 내려준 말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기소불욕(己所不慾) 물시어인(勿施於人)' 읽기

 
기소불욕(己所不慾) 물시어인(勿施於人)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04년 1쇄, 2008년 2쇄) 중에서

 
기소불욕(己所不慾): 자기 기(己), 바 소(所), 아닐 불(不), 하고자 할 욕(慾) : 자기(己)가 원하지 않는(不慾) 바(所)를, 
물시어인(勿施於人): 말 물(勿), 베풀 시(施), 어조사 어(於), 사람 인(人) : 남에게(於人) 베풀지(施) 말라(勿).
 
이 문장에서 '시(施)'는 '베풀다'의 뜻도 있지만 '실시하다'의 뜻도 있으니 '하게 하다'의 의미로 새겨봅니다. 그러면 '물시어인(勿施於人)'은 '남에게 하게 하지 말라'로 풀이되면서 뜻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네요.
 

2. 스승님, 평생토록 간직할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 이 문장은 제자의 물음에 대한 스승의 대답입니다. 「논어」 위령공편 23장에 나옵니다. 위의 같은 책에서 이 페이지를 잠시 볼까요?
 
자공문왈(子貢問曰)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 자공이 여쭈었다. "한마디로 평생토록 지킬 수 있는 말씀이 있겠습니까?"
자왈(子曰) 기서호(其恕乎) 기소불욕(己所不慾) 물시어인(勿施於人) : 공자께서 말했다. 바로 서(恕)라는 한마디일세.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질문자는 공자가 가장 총애하는 애제자 자공(子貢)입니다. 
 
스승님, 평생토록 지킬 수 있는 한마디 좀 해주십시오!
 
어느 저녁, 공부를 끝내고 사제지간에 마주 앉아 반주로 곡주라도 한 잔 하셨을까요? 이런 말에는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스승님은 누구보다 삶의 길을 환히 꿰뚫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시니 제 평생 가슴 깊이 지니고 실천하면 좋기만 할 보석 같은 한마디는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간절함 말입니다. 좋은 삶의 길을 묻는 자공의 애타는 심정에 저절로 공감이 가네요.
 
그 간절한 제자의 질문에 대한 스승의 대답은 제자의 요청대로 한 글자입니다. 
 
其恕乎(기서호). 그것은 '恕(서)'일세!
 
참 똑 부러지는 스승이십니다.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한 마디를 요청하자 정말 딱 한 마디를 내놓으시네요. 그러니 오늘 만나는 「논어」 위령공편 23장의 핵심은 바로 '서(恕)'이네요.
 
그러니까 이 23장의 전체 윤곽은 제자의 질문에 스승은 '기서호(其恕乎)'라고 답한 뒤, '기소불욕(己所不慾) 물시어인(勿施於人)'이라고 '서(恕)'에 대한 풀이를 덧붙여주신 거네요.
 

"내가 원하지 않는 일" - 논어 '기소불욕 물시어인' 중에서.

 

 

 

3. 평생 간직할 한 마디? 그것은 서(恕)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서(恕)'라는 글자에 더 눈길이 가게됩니다.
 
'恕'.
 
이 글자는 용서할 '서'로 잘 알려진 글자입니다. '용서하다'의 의미와 함께 '어질다' '동정하다' '사랑' '남의 처지에 서서 동정하는 마음' 등의 뜻을 아우르고 있는 글자이네요. 전체 문맥으로 보아 여기서의 '恕'는 '용서하다'의 의미보다는 '남의 처지에 서서 동정하는 마음'이라는 뜻이 더 어울립니다.
 
그런데요, 이 '恕'라는 글자를 들여다보면, 같을 如(여)와 마음 心(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如'는 '~ 와 같다' 또는 '같게 하다'의 뜻을 가집니다. 그러니 '서(恕)'는 마음을 같게 한다는 말이네요. 
 
스승의 대답은 바로 이것이었네요.  
 
서(恕), 마음을 같게 하라.
 
상대방과 마음을 같게 하라는 뜻이네요. 삶의 길을 환히 꿰둟고 있는 천하의 인문학자인 공자입니다. 애제자에게 내려주는 한 마디, 좋은 삶을 위한 공자의 비장의 레시피가 상대방과 주파수를 잘 맞추며 살아라는 말이었네요.
 
그러면서 이 '恕'에 대한 의미를 덧붙입니다. 이렇게요.
 
기소불욕(己所不慾) 물시어인(勿施於人) :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하게 하는 것, 그것은 '서(恕)'가 아니네요. 마음을 같게 하는 것이 아니네요. 그렇게 내가 원하지 않는 것, 내가 싫은 것이 뭐가 있을까요?
 
누가 나에게 큰소리치는 것
욕하는 것
때리는 것
힘들게 하는 것
거짓말하는 것
강제로 술 먹이는 것
재미 삼아 놀리는 것
대중 앞에서 면박주는 것
예의 없이 구는 것
사실을 부풀려 말하는 것
나에 대해 누군가에게 나쁘게 뒷담화하는 것
·
·
·
 
이렇게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스승의 말씀은 얼마나 소중한지요.
 
그런데요, 내가 좋은 것을 남에게 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도 마음을 같게 하는 '서(恕)'일 텐데요,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상대가 싫어하게 되겠네요. 왜냐하면 싫어하는 것, 원치 않는 바는 같아도 좋아하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내가 수영이 좋다고 물이 싫은 상대방에게 수영을 하게 하면 어찌 되겠는지요? 
 
그래서 스승은 삶의 좌우명을 요청하는 제자에게 '서(恕)'라는 한 글자를 내려주면서 '자가기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게 하지 말라'라고 덧붙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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