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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동요 둥근 달 윤석중 작사 권길상 작곡

by 빗방울이네 2024.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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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중 시인님의 동요 '동근 달'을 만납니다. 누구라도 아이 마음으로 데려가 아이가 되게 해주는 동요입니다. 함께 부르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동요 '둥근 달' 부르기

 
둥근 달
 

작사 윤석중, 작곡 권길상

 
보름달 둥근 달
동산 위로 떠올라
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초가집 지붕에
새하얀 박꽃이
활짝들 피어서
달 구경하지요.
 

▷ 「새싹의 벗 윤석중 전집 - 1. 봄 나들이」(윤석중 지음, 웅진출판, 1988년) 중에서

 

2. 어둡던 마음이 대낮처럼 환해지는 시

 
어른이 되었는데도요, 아이 때 배워 불렀던 이 동요, '둥근 달'이 가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흥얼흥얼 흘러나오는 건 무슨 곡절일까요? 
 
'둥근 달'은 우리 마음의 계곡에 숨어있다가 무시로 둥실 떠올라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습니다.
 
둥그런 마음이 필요한 시간이네. 요즘 많이 힘 들지? 아이 마음이 되어 보아. 그럼 모든 게 다르게 보일 거야. 
 
보름달 둥근 달 / 동산 위로 떠올라 / 어둡던 마을이 / 대낮처럼 환해요

▷ 윤석중 동요 '둥근 달' 중에서

 
시인님, 요즘은요, 보름달이 떠도 마을이 대낮처럼 환하지 않아요. 이 화려한 도시에는 불빛이 너무 많거든요. 우리는 어두워지지 않는 밤에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이 구절이 왜 이리 좋을까요?
 
이 구절을 부르다 보면 저마다 마음 속의 '어둡던 마을'에 보름달이 뜨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어둡던' 우리 '마음'이 대낮처럼 환해지는 것이겠지요? 눈을 감아도 환하게 보이는 보름달, 얼마나 반갑고 따뜻한지요. 
 
초가집 지붕에 / 새하얀 박꽃이 / 활짝들 피어서 / 달 구경하지요

 윤석중 동요 '둥근 달' 중에서

 
시인님, 요즘은요, 초가집이 없거든요. 그래서 '초가집 지붕에 새하얀 박꽃'도 볼 수 없어요. 
 
그런데 이 구절도 왜 이리 좋을까요?
 
우리 마음 속에 저마다의 초가집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마음 속에 초가집을 한 채씩 갖고 있는 일은 얼마나 보석 같은 일인지요. 박꽃이 활짝 피어나는 나즈막한 초가지붕 말이에요. 
 
이렇게 밤에 피는 박꽃은 얼마나 '신박한' 박꽃인지! 이 박꽃이 등장하는 다른 멋진 시, 잠깐 만나볼까요?
 
당콩밥에 가지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백석 시 '박각시 오는 저녁' 중에서

 
이 시에 나오는 '바가지꽃'이 박꽃입니다. 강낭콩을 넣어 지은 밥에 가지냉국을 먹은 여름날 저녁입니다. 지붕 위에 박꽃이 하얗게 피었다고 하네요. 이 박꽃이 밤에 피는 줄 어찌 알고 박꽃 꿀 빨러 나방들(박각시 주락시)이 찾아온다고 하네요. 호리병이나 물바가지를 만드는 박이 열리는 박꽃은 정말 특별한 성격의 소유자네요. 
 
초가집 지붕에 / 새하얀 박꽃이 / 활짝들 피어서 / 달 구경하지요

 윤석중 동요 '둥근 달' 중에서

 
이 동요를 부르며 밤이 좋은 우리도 밤이 좋아 밤에 피는 다정한 박꽃을 떠올려봅니다.
 
그래서 동요 '둥근 달'에 피는 이 '새하얀 박꽃'은 우리의 친구인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친구들이 '활짝'도 아니고 '활짝들' 피었다고 합니다. '하얀'도 아니고 '새하얀'이라고 합니다. 마음도 몸도 맑고 깨끗한 친구들이네요. 이렇게 정다운 친구들이 '활짝들' 피어서 무얼할까요? '달 구경하지요!' 
 
'새하얀 박꽃이 활짝들 피어서 달 구경하지요'. 이 구절을 자꾸 반복하다 보면 어둡게 주름 잡힌 우리 마음도 활짝 피어나는 것만 같습니다. 새하얗게요. 그런 새하얀 박꽃과 친구와 되어, 아니 우리가 새하얀 박꽃이 되어 보름달을 올려다보는 것만 같습니다. 박꽃에도 우리에게도 보름달이 가득 차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박꽃도 보름달도 커다란 둥그런 하나가 되는 것만 같습니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요.
 

"새하얀 박꽃이" - 윤석중 동요 '둥근 달' 중에서.

 

 
 

3. 나이를 먹어도 동심은 늙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요의 노랫말을 지은 분이 동요시인 윤석중 님(1911~2003, 서울)입니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초석을 놓은 '동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분입니다. 
 
13세 때인 1924년 「신소년」에 동요 '봄'이 뽑히면서 데뷔한 이후 어린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일깨워주는 동요 동시 창작에 평생을 바친 분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집 「윤석중 동요집」 발간(1932년)했고요, 아동문학협회와 새싹회 등을 창설하여 우리말 글짓기 운동과 동요 보급에 애쓴 분입니다. 
 
'둥근 달'을 비롯 '퐁당퐁당' '나리나리 개나리' '낮에 나온 반달' '기찻길 옆' '우산 셋이 나란히' 같은 주옥 같은 동요의 노랫말이 윤석중 님이 쓴 동요입니다.
 
또 이렇게 아름다운 노랫말에 또 이렇게 아름다운 가락을 얹은 분은 아동음악가 권길상 님(1927~2015, 서울)입니다. 1947년 동요 '굴렁쇠'로 데뷔한 권길상 님은 '둥근달'을 비롯 '스승의 은혜' '과꽃' '꽃밭에서' 등 150여 곡의 동요를 작곡하셨답니다.
 
언제나 우리를 아이 마음으로 데려가 주시는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멋진 동요를 지은 분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위의 책에서 윤석중 님은 우리에게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지고 어려지기를 바란다"면서 이렇게 당부하셨네요. 
 
오래 오래 살 수 있는 길
나이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고, 언제까지든지 어린 맘을 잃지 않는 것이다.

 위의 책 앞에 실린 윤석중의 글 '전집을 내면서' 중에서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아름다운 동요를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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