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어탕을 소개해 드립니다. 부산에서 추어탕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추어탕집입니다. 시내에서 벗어난 외곽에 위치합니다만, 사람들은 멀리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충분히 감수합니다. 과연 어떤 맛일까요?
1.추어탕 이름 유래
몸이 허할 때 가는 집입니다. 원조석대추어탕집(부산해운대구 반송로 571번길 5). 아시겠지만, 추어탕 할 때 ‘추’자는 미꾸라지 추입니다.
추는 한자로 鰍 또는 鰌라고도 씁니다. 둘은 같은 자로 통합니다. 미꾸라지 鰍자를 보시면, 물고기 魚(어)와 가을 秋(추)가 결합되어 있지요?
그러니까 이 가을에 먹어야합니다. 鰍는 ‘미꾸라지’라는 뜻과 함께 ‘능가하다’ ‘밟다’는 뜻도 있네요. 글자에서부터 보양식 미꾸라지의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鰍(추)자와 같이 쓰이는 鰌(추) 자에 보면 추(酋)가 부수로 붙어 있는데, 추(酋)도 우두머리, 추장(酋長), 묵은 술, 가을이라는 뜻이 있네요. 이 글자에도 무언가 압도하는 느낌을 품고 있습니다.
2. 아궁이로 끓이는 추어탕
이렇게 ‘추어탕’을 알고 나니, 추어탕 먹으면 어쩐지 더 힘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자, 원조석대추어탕집으로 함께 가시지요. 우선 이 단독주택 식당 마당에는 커다란 가마솥 2개가 걸려 있습니다. 이 집에 갈 때마다 아궁이에는 장작이 활활 타고 있고, 솥에는 추어탕이 펄펄 끓어요. 이 드문 광경에서 추어탕을 준비하는 사장님의 진심이 확 전해져 옵니다. 눈으로 먼저 보신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저 붉은 아궁이를 바라보며 식당 방으로 가면요, ‘전투력’이 쑥쑥! 자, 부산 추어탕 대표선수가 상에 올라옵니다.(9,000원) 저 밥은 고슬고슬 정말 다정한 어머니 같고요, 추어탕은 걸쭉하니 든든한 아버지 같습니다.
저는 추어탕도 좋지만 이 집 반찬에 끌리는 편입니다. 얼마 전 저 열무 나물 먹어보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야들야들한 열무를 데쳐 된장에 무친 나물인데 한 젓가락에 거의 '순싹'했어요. 아마 가을 열무가 나는 철에만 맛볼 수 있는 나물인 듯해요.
그리고 저 전어젓갈! 제가 이 집에 가는 진짜(?) 이유입니다. 저 전어젓갈 한 토막을 밥에 얹어먹으면 온몸에서 엔도르핀이 뿜뿜! 저는 왜 이렇게 발효된 음식에 꼼짝 못하는 거죠? 짝지는 자꾸 눈총을 보내옵니다, 짠 거 많이 먹지 말라고요. 그래도 짝지 안 볼 때 슬그머니 또 한 젓가락!
갈치조림은 항상 부족하죠. 어머님, 갈치조림 조금만 더 주세요! 왜 추어탕과 갈치조림은 그렇게 잘 어울리는 걸까요?
3. 반찬도 맛깔난 집
저는 이렇게 밥과 반찬을 마음껏 즐기면서 중간 중간 추어탕 국물과 건더기를 숟가락으로 후루룩 퍼먹어요. 밥과 반찬이 주력 선수, 추어탕은 후보 선수로요. 그렇다고 추어탕이 만만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주인장이 뜨거운 아궁이를 안고 오래 끓인 명작입니다. 그러니까 미꾸라지와 시래기뿐만 아니라 장작불의 뜨거움, 주인의 정성, 손님들의 사랑이 다 들어있는 부산 추어탕 대표선수이죠.
이런 추어탕 한 그릇이면, 몸과 마음이 어찌 힘껏 일어서지 않겠습니까? 깊어가는 가을, 오늘 점심은 추어탕 한 그릇 어떠신가요? 네. 오늘은 부산 추어탕 대표선수, 원조석대추어탕 이야기였습니다.
책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부산 맛집 연관 글을 더 읽어보세요.
'색깔 있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동차 번호판 캐치프레이즈 (10) | 2022.11.13 |
---|---|
대통령 전용기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9) | 2022.11.12 |
문득 첼로라는 악기가 궁금해졌어요! (11) | 2022.11.09 |
낙엽을 왜 쓸까요? 어떻게 버릴까요? (4) | 2022.11.08 |
청도 반시에 왜 씨가 없을까요? (4) | 2022.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