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님께도 '중꺾마'가 닿았나요?' 이 문장은 엊그제 저에게 메일로 온 H:730(한겨레 데일리뉴스레터)의 제목입니다. '중꺾마'에 대해 쓴 글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 말을 줄여서 '중꺾마'라고 합니다.
1.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여러분도 기억나시죠? 지난 3일 포르투갈 경기를 2:1로 극적으로 승리한 뒤 조규성 선수와 권경원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쳤을 때, 그 태극기에 쓰여진 문구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우선 저는 이 문구의 군청색 매직글씨를 '해맑은글씨체'라고 명명해주고 싶었어요. 삐뚤삐뚤하지만 착하고 반듯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씨였어요. 그러니까 더욱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습니다.
이날 H:730는 '중꺾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지난 9~11월 열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최약체로 꼽히던 선수가 10년 도전 끝에 이 종목 세계 최강을 꺾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말이라고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그래서 최약체 선수는 10년 동안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실력을 갈고닦아 기어코 우승을 손에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중꺾마'는 SNS를 통해 젊은층 사이에 파고 들었습니다.
2. 중꺾마에 매료되는 이유
우리 태극전사들은 '해맑은글씨체'로 또박또박 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를 대한민국 국기인 태극기 적어 온 국민에게, 온 세상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어떤 문장에 매료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상황이 뒷받침될 때라야 공감과 감동이 뒤따르게 됩니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잇따른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결코 중간에 주저 앉거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6강 진출을 겨룬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 장면을 연출한 우리 청춘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문장이 '중꺾마'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는 '꿈을 이루어진다'는 문장 아래 뜨겁게 뭉쳤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문장도 좋았지만, '중꺾마'가 보다 구체적인 도전 방안을 제시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동기를 유발시키는 문장이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3. '난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해 볼거야'
'중꺾마'를 접하면서 저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생각났습니다. 오랫동안 낚시에 허탕을 치던 어느 늙은 어부가 어느날 바다에서 자기 배보다 더 큰 18피트(5.5미터)짜리 물고기를 발견, 이틀 밤낮 사투를 벌인 끝에 잡았지만 상어에게 물어뜯겨서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대가리와 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저는 헤밍웨이에게 퓰리처상(1953년)과 노벨문학상(1954년)을 안겨주었던 이 작품에 나오는 이런 문장을 좋아합니다.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이 애써 잡은 물고기를 자꾸 뜯어가는 상어와 싸우며 노인이 한 말입니다.
- 난 상어를 몽둥이로 때려 죽이기엔 너무 늙었어. 하지만 노와 짧은 몽둥이와 키가 있는 동안은 난 포기하지 않고 해 볼거야.
노인은 힘들고 위험하지만, 자기가 잡은 물고기를 다 뜯어먹는 상어 쫓는 일을 끝내 포기하지 않습니다.
- 이 코스를 계속 항해하는 거야. 그리고 일이 닥치면 해결해보는 수밖에.
'중꺾마'. 우리 태극전사들이 또박또박 '해맑은글씨체'로 쓴 이 찬란한 문구를 지금 어떤 어려움에 부딪혀 힘들어 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보내드립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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