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승원 작가의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산돌 키우기'입니다. 자서전 제목으로 치면 너무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주 범상치 않은 제목입니다. 과연 '산돌 키우기'는 무슨 뜻일까요?
1. 한승원 자서전 '산돌 키우기'
한승원 작가의 '초의', '원효'를 읽고 나서, 그의 자서전 '산돌 키우기'(문학동네 발간)를 읽게 되었습니다. 누가 권해서 읽은 것이 아니라, 도서관 책장을 둘러보는데 그 책이 저를 딱 찍었습니다. 나를 읽어보라고요. '산돌 키우기'는 좀 남다른 형식의 자서전입니다. 올해 83세인 작가가 삶을 되돌아보면서 삶의 장면들을 삽화처럼 수필처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 중의 한 장면이 바로 자서전 제목인 '산돌 키우기'입니다. '산돌 키우기'는 말 그대로 산에서 주운 돌을 키우는 것을 말합니다. 돌을 키운다고요?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입니다. 아홉살 때입니다. 동네 형이 작가에게 특이한 선물을 합니다. 주먹 두 개만한 크기의 돌입니다. 작가는 '돌의 한쪽 모서리가 연한 자주색의 석영인데 끝부분이 약간 희면서 투명하고 무지갯빛이 감돌았다'고 기억합니다. 동네 형은 어린 한승원에게 이 산돌을 주면서 키우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정말 어떻게 하면 돌이 자랄까요?
2. 산돌을 키우는 방법
동네 형이 가르쳐준 산돌 키우는 법을 작가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회상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오금도 못 펴고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 "그늘진 땅속에 묻어놓고 쌀이나 보리 씻은 뜨물을 날마나 한 번씩 부어주어야 하는데, 그때부터는 절대로 파보아서는 안 되고 참을성 있게 자라나기를 기다려야한다. 산돌을 키우는 사람은 남의 못자리 논에 돌을 던진다거나, 남의 감을 따먹는다거나, 남의 수수모가지를 자른다거나, 누구를 때린다거나, 뱀이나 개구리를 잡아 죽인다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 거지가 밥을 얻어러 오면 후하게 곡식을 퍼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은 동무하고 나눠 먹고, 책도 돌려 보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싸우지도 말고, 양보를 하고 ... 그래야 그 돌이 숙쑥 잘 자란단다."
아홉살짜리 한승원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산돌을 키웁니다. 산돌을 담 그늘에도 묻고 그 위에 부지런히 뜨물을 부어줍니다. 물론 그러면서 지켜야할 약속, 맛있는 거 동무하고 나눠먹기 등등의 약속을 잘도 지킵니다.
그 후 그 돌은 얼마나 자랐을까요? 정말 돌이 자랐을까요, 아니면 어린 한승원이 자랐을까요?
3. 당신의 산돌 키우기는 ?
저에게도 산돌 하나를 주면서 키워보라고 말해주는 동네 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돌 위에 쌀 뜨물을 주면서 착하게 살고 싶습니다. 절대 파보아서는 안 된다는 약속을 꼭꼭 지키면서요. 그러면 저도 점점 자라 공벌레 가는 길도 비켜주게 되고, 고양이에게 손을 들어 인사도 해주고, 별들을 바라보며 속삭일 수도 있겠지요?
산돌 키우기 하는 그 아이처럼 언제나 순수한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지는 않겠습니다. 무언가를 믿으며 나아갈 때 환한 빛이 보인다는 점을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산돌 키우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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