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고 스미기

타산지석 뜻 유래 시경 문장

by 빗방울이네 2024. 10. 16.
반응형

'타산지석(他山之石)'의 뜻과 그 유래를 알아봅니다. 이 문장이 유래한 「시경(詩經)」의 시(詩)도 자세히 음미해 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타산지석(他山之石) 뜻과 유래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다를 '他(타)', 메 '山(산)', 소유격의 '之(지)', 그리고 돌 '石(석)'으로 구성된 사자성어입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뜻은 이렇습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 : 다른 산의 돌이라도 자신의 옥(玉)을 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도 자기의 지덕(智德)을 닦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
▷「동아 새 국어사전」(이기문 감수, 동아출판사, 1990년) 중에서.
 
그런데 이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문장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바로 유학 오경(五經)의 하나이자,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詩經)」입니다. 공자님이 편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경(詩經)」의 소아(小雅) 편에 '학명(鶴鳴)'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 시 속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어떤 시일까요?
 

2.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나오는 시 '학명(鶴鳴)' 읽기

 
「시경(詩經)」에 나오는 시 '학명(鶴鳴)'은 2개 연, 모두 18개 행으로 된 시입니다.
 
그중에서 1연 9개 행을 감상해 봅니다.
 
학명(鶴鳴) 학이 울어
 
鶴鳴于九皐(학명우구고)어늘 : 학이 구택 언덕에서 울어
聲聞于野(성문우야)로다 : 그 소리 온 들에 울리고
魚潛在淵(어잠재연)이요 : 물고기 깊은 못에 잠겼다가
或在于渚(혹재우저)로다 : 이따금 물가로 나오네
樂彼之園(낙피지원)에 : 즐거워라 그의 동산에
爰有樹檀(원유수단)하며 : 박달나무 심겨 있고
其下維蘀(기하유탁)이로다 : 그 아래 개암나무 자라네
它山之石(타산지석)이 : 사산의 돌은
可以爲錯(가이위착)이로다 : 옥을 가는 숫돌로도 쓸 수 있다네
 
▷「시경(詩經)」(정상홍 옮김, 을유문화사, 2014년) 중에서.
 

"타산의 돌은 옥을 가는 숫돌로도 쓸 수 있다네" - '시경'의 시 '학명' 중에서.

 

 
시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한 구절씩 음미해 봅니다. 옥편을 옆에 끼고서요.
 
'鶴鳴于九皐(학명우구고)'
 
- 학 '鶴(학)', 울 '鳴(명)', 어조사 '于(우)', 아홉 '九(구)' 언덕 '皐(고)'
 
우리가 알고 있는 '구천(九天)'은 '가장 높은 하늘'을 뜻합니다. '구(九)'에는 가장 높다는 뜻이 있네요.
 
그러면 '九皐(구고)'는 '높은 언덕(皐)'을 말하겠습니다.
 
그런데요, '皐(고)'는 언덕이라는 뜻도 있지만 '못, 늪'의 뜻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천(九泉)'은 '땅속 깊은 밑바닥'을 뜻합니다. '구(九)'에는 가장 깊다는 뜻도 있네요.
 
국어사전에 보니 '九皐(구고)'라는 단어가 별도로 있네요. 뜻이 '으슥한 깊은 못'입니다.
 
이로써 '鶴鳴于九皐(학명우구고)'의 뜻은 '학이 높은 언덕에서 운다', 또 '학이 깊은 늪에서 운다'로도 새겨집니다.
 
'聲聞于野(성문우야)'
 
- 소리 '聲(성)', 들을 '聞(문)', 어조사 '于(우)', 들 '野(야)'
 
들을 '聞(문)'은 '듣다, 들리다, 알다, 소문나다, 알려지다' 같은 뜻이 있습니다.
 
이로써 이 문장의 뜻은 '소리가 온 들에 들린다', 또는 '소리가 온 들에 울리다'로 새겨지네요.
 
여기서 학(鶴)은 무엇을 은유할까요?
 
바로 벼슬하지 않고 숨어 사는 '은사(隱士)'를 말합니다.
 
그러면 '학명(鶴鳴)', 즉 학의 울음이란 바로 숨어있는 선비의 명성을 말하는 거네요.
 
숨어 지내도 그 이름이 멀리까지 알려진다는 속뜻을 새겨봅니다. 학의 울음소리처럼요.
 
'魚潛在淵(어잠재연)'
 
- 고기 '魚(어)', 잠길 '潛(잠)', 있을 '在(재)', 못 '淵(연)'
 
그러니 이 문장은 '물고기는 연못에 잠겨있다'가 됩니다.
 
'或在于渚(혹재우저)'
 
- 아마 '或(혹)', 있을 '在(재)', 어조사 '于(우)', 물가 '渚(저)'
 
'아마'로 잘 쓰이는 '或(혹)'은 '어쩌다가 우연히, 어쩌다가 띄엄띄엄'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문장은 '어쩌다가 물가로 나온다, 이따금 물가로 나온다'는 뜻이네요.
 
앞의 '魚潛在淵(어잠재연)'과 '或在于渚(혹재우저)'를 이으면 물고기가 연못에 잠겼다가 물가로 나왔다가 한다는 말이네요.
 
그렇게 물의 깊은 곳과 낮은 곳을 드나드는 물고기는 세상을 등지고 숨어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가기도 하는 선비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樂彼之園(낙피지원)'
 
- 즐길 '樂(낙)', 저 '彼(피)', 소유격의 '之(지)' 동산 '園(원)'
 
'彼(피)'는 '저, 그, 저쪽'의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세상에 뜻을 펼치고 싶은, 그러나 숨어 지내는 선비를 '그'로 새깁니다.
 
그러니 이 문장은 '즐거운 그의 동산'이란 풀이에서 시적으로 '즐거워라 그의 동산'으로 새깁니다.
 
'爰有樹檀(원유수단)'
 
- 이에 '爰(원)', 있을 '有(유)', 나무 '樹(수)', 박달나무 '檀(단)'
 
이에 '爰(원)'은 '아아'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樹(수)'는 '나무'라는 뜻과 함께 '심다'로도 쓰입니다.
 
시적 감흥을 위해 이 문장은 그 동산에 '아아, 박달나무가 심겨 있다'라고 새겨봅니다.
 
'其下維蘀(기하유탁)'
 
- 그 '其(기)', 아래 '下(하)', 벼리 '維(유)', 낙엽 '蘀(탁)'
 
벼리 '維(유)'는 '밧줄, 구석, 귀퉁이, 오직, 유지하다, 매다'의 뜻이 있습니다.
 
'유지하다, 매다'의 뜻에서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는 속뜻이 보이네요.
 
그래서 전후 맥락을 살펴 이 문장의 뜻으로 '그 아래 낙엽이 쌓여있네'는 어떨까요?
 
위 책 「시경(詩經)」(정상홍 옮김)에서는 이 문장을 '그 아래 개암나무 자라네'로 옮겼습니다.
 
위 책에서 '蘀(탁)'을 개암/고욤나무를 뜻하는 '檡(석)'의 가차자(假借字)로 볼 수 있다고 한 점도 함께 새깁니다. 가차자는 뜻은 다르나 음이 같은 글자를 빌려 쓰는 것을 말합니다.
 
'그 아래 낙엽이 쌓여있네'와 '그 아래 개암나무 자라네'도 나란히 읽으며 다채로운 시의 맛을 음미해 봅니다.
 
'它山之石(타산지석)'
 
- 다를 '它(타)', 메 '山(산)', 소유격의 '之(지)', 돌 '石(석)'
 
타산지석이 드디어 등장했네요. 
 
그런데 한자가 다르네요. 시 원문에는 이렇게 '它'로 적혀있나 봅니다.
 
'它(타)'와 '他(타)'는 같은 글자입니다. 다만, '它'는 뱀 '사(蛇)'와도 같은 글자여서 '사'로 읽힐 때는 뱀을 뜻합니다.
 
위 책에서 '사산의 돌'이라고 옮겼네요. '사산(蛇山)'이라는 산 이름으로 새긴 풀이라고 합니다.
 
'可以爲錯(가이위착)'
 
- 옳을 '可(가)', 어조사 '以(이)' 할 '爲(위)', 섞일 '錯(착)'
 
'可(가)'는 옳거나 좋다는 의미, '爲(위)'는 '하다, 행하다'의 뜻입니다.
 
'錯(착)'은 뜻이 다양하네요. '어긋나다, 섞다, 꾸미다, 도금하다, 숫돌' 같은 뜻을 가졌네요.
 
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숫돌'의 쓰임새를 생각하면, 왜 '錯(착)'이 '어긋나다, 섞다, 꾸미다, 도금하다' 같은 동작을 나타내는 뜻을 가졌는지 그 이유를 짐작케 하네요.
 
위 책에서는 '錯(착)'이 '옥을 가는 숫돌'로 옮겨졌습니다. 
 
이로써 이 문장의 뜻은 '옥을 가는 숫돌로도 쓸 수 있다'라고 새깁니다.
 

3.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나'를 닦는 재료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오는 「시경(詩經)」의 '학명(鶴鳴)'이라는 제목의 시를 만나 보았습니다.
 
이 시에서 가장 핵심구절은 마지막 이 두 구절이네요.
 
'它山之石(타산지석)이 可以爲錯(가이위착)이로다 : 사산의 돌은 옥을 가는 숫돌로도 쓸 수 있다네'
 
'사산'으로 옮겨진 '它山(타산)'은 뒤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他山(타산)'으로 바뀌게 됩니다.
 
시는 한 가지 뜻만 내포하고 있지 않겠지요?
 
그래서 시 속에서 이 구절은 숨어 지내는 선비가 스스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칭하면서 자신이 옥(나라)을 갈고 다듬어 빛내는 숫돌로 쓰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구절은 숨어 지내는 선비가 타인의 언행(타산지석)을 '나'라는 거친 원석을 예쁘게 다듬는 숫돌로 쓴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고요.
 
오늘날에는 앞의 뜻은 밀리고, 뒤의 뜻이 널리 통용되어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 즉 다른 산의 돌은 잘 생긴 돌일 수도 못 생긴 돌일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언행도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나쁜 언행일지라도 나를 비추고 닦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네요.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타인의 언행에 상처받곤 하는지요?
 
그럴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외쳐야겠네요.
 
他山之石(타산지석)이 可以爲錯(가이위착)이로다!
 
이 시 '학명(鶴鳴)'의 2연 마지막 구절에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등장합니다.
 
덧붙여 새겨봅니다.
 
'它山之石(타산지석)이 可以攻玉(가이공옥)이로다 : 사산의 돌은 옥을 갈 수도 쓸 수 있다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시경(詩經)」의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일취월장 뜻 유래 시경 문장

'일취월장(日就月將)'의 뜻과 유래를 만나봅니다.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에 대하여, 그리고 나날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문장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interestingtopicofconversation.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