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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카르페 디엠 죽은 시인의 사회 호라티우스 시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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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이 문장은 호라티우스의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과연 이 시구에는 삶의 어떤 비의가 들어있을까요? 우리 함께 이 구절을 깊고 넓게 읽으며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호라티우스 시 '묻지 마라, 아는 것이' 읽기

 
묻지 마라, 아는 것이
 
- 호라티우스
 
묻지 마라, 아는 것이 불경이라. 나나 그대에게,
레우코노에여, 생의 마지막이 언제일지 바뷜론의
점성술에 묻지 마라. 뭐든 견디는 게 얼마나 좋으냐.
유피테르가 겨울을 몇 번 더 내주든, 바위에 부서지는
튀레눔 바다를 막아선 이번 겨울이 끝이든, 그러려니.
현명한 생각을. 술을 내려라.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을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 호라티우스 서정시집 「카르페 디엠 CARPE DIEM」(김남우 옮김, 민음사) 중에서

 
2016년에 나온 위 시집은 '호라티우스 라틴어 서정시 최초 완역본'입니다. 이 시집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 시인님(Quintus Horatius Flaccus)은 기원전(65~8) 활약했던, 고대 로마를 대표하는 서정시인입니다. 시집으로 「풍자시」 「비방시」 「서정시」 「서간시」 등과 작시법 「시학」 등이 있습니다. 호라티우스 시인님의 영향은 거의 모든 시대 작가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지대하다고 합니다. 서구 문화의 끊임없는 탐구, 모방과 도전의 대상이 호라티우스 님의 시였다고 합니다. 위 시집의 뒤표지에는 '「신곡」의 단테에서 「실낙원」의 밀턴까지, 철학자 몽테뉴에서 시인 워즈워스까지, 서양 문학의 거장들이 숭배한 시성(詩聖)'이라고 호라티우스 시인님의 위대함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놓았네요.
 

2. Carpe diem의 뜻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문장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속의 대사입니다. 피터 위어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1990년 5월 19일 국내에 개봉됐습니다. 33년 전이네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존 키팅(John Keating) 선생님(로빈 윌리엄스 분)이 학생들에게 자주 외치는 'Carpe diem'은 이 영화 이후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멋진 잠언으로 대중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바로 오늘 읽는 호라티우스의 시 '묻지 마라, 아는 것이'에 나오는 시구(詩句)입니다.
 
이 시의 맨 마지막 구절에 나옵니다. 보시지요.
 
오늘을 즐겨라

- 호라티우스 시 '묻지 마라, 아는 것이' 중에서
 

이 시구가 라틴어로 'Carpe diem'입니다. 우리말로 '현재를 잡아라', 영어로 'Seize the day'로 번역됩니다. 의역해서 '현재를 소중히 여겨라.' '지금 살고 있는 현재의 이 순간에 충실하라.' 쯤으로 이해되네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그런데요, '오늘을 즐겨라'의 앞 구절을 보셔요.
 
내일을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 호라티우스 시 '묻지 마라, 아는 것이' 중에서

 
맙소사! '내일을 믿지 마라'라고 하네요. 왜 내일을 믿지 말라고 했을까요?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 호라티우스 시 '묻지 마라, 아는 것이' 중에서

 
인생은 짧은데 내일 내일 하다가 우리 인생 다 가버린다는 말이네요.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죽지 않고 살아있는 우리를 질투라도 하는 듯이 멈추어주지 않고 흘러가버렸다고 시인님은 한탄합니다. 그래서 시인님은 그렇게 말했군요. 내일을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우리에게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도 들어있네요. 
 

호라티우스시묻지마라아는것이중에서
호라티우스 시 '묻지마라, 아는 것이' 중에서.

 

 

3. '오늘을 즐겨라', 또는 '제때에 거두어들이게'

 
'카르페 디엠'의 뜻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위키백과'에 소개된, 호라티우스의 같은 시 마지막 부분을 라틴어와 우리말 번역으로 함께 읽어봅니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 제때에 거두어들이게,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해두고
 
'오늘을 즐겨라'는 '제때에 거두어들이게'라고 옮겨졌네요. '내일은 믿지 마라'는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해두고'라고 번역되어 있고요.
 
이 두 가지를 함께 놓고 음미해 보니,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carpe'는 'carpo(뽑다)'의 명령형이고 'diem'은 'dies(날)'의 목적격이라고 나옵니다. 라틴어 사전을 찾아보니 'carpo'는 '뽑다, 따다, 골라내다, 뜯어먹다' 같은 뜻이네요. 그래서 'Carpe diem'을 거칠게나마 직역하면 '하루를 뽑아라, 따라, 골라내라, 뜯어먹어라' 쯤으로 해석됩니다.
 
하루를 그냥 보내버리지 말고 속속들이 다 따 먹어라는 말이네요. 익은 과일을 따듯이요. 따지 않고 그냥 두면 못 먹게 되니까요. '즐겨라'라는 해석도 좋지만, 이렇게 직역으로 보니 뜻이 좀 더 구체적으로  살아나는 것도 같습니다.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허투루 보내버리지 말라'는 데 방점이 찍힌 것 같습니다. 그대도 오늘 하루 그렇게 보내고 있는지요? 우리 모두 Carpe diem!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좋은 삶을 위한 잠언 같은 시를 한 편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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