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간, 누가 시끄럽게 하면?

음, 오늘은 좀 소소한 얘기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 매우 유용한 것이기도 하죠. 관계를 잘 맺고 잘 유지하기 위한 팁인데, 제가 직접 경험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나요?

1. 조용한 물리치료실을 울리는 어떤 전화소리

최근 제가 운동하다가 오금쪽의 햄스트링을 다쳐서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때의 일입니다. 2인 1실의 치료실은 치료실마다 커튼이 처져 있습니다. 그날 저 혼자 치료실의 침대에 누워 냉찜질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너편 어딘가의 치료실에서 누군가가 전화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60대 가량 되어 보이는 어떤 아주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곧 통화가 끝나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조용한 치료실를 울리는 시끄러운 통화는 계속되었습니다.

이럴 때 왠지 통화 내용이 속속들이 더 잘 들리지 않습니까? 응, 내가 아침에 시금치를 데쳤는데, 요즘 겨울이니까, 시금치가 맛있어, 그래, 맞아, 노지 시금치, 요즘 제철이야. 살짝 데쳐야해. 생시금치일 정도로 살짝. 아냐, 난 소금만 살짝 뿌린 무침이 좋더라...

2. 어떤 조치를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간호사를 불러 이야기를 하신다고요? 아니면, 직접 큰 소리로 "아주머니, 조용히 좀 합시다! 여기 치료받는 곳 아닙니까!" 하고 호소하시겠습니까?

그런데 그 순간, 거의 자동적으로 저는 '어흠!' 하고 약간 낮은 소리로 기침을 했습니다. 그건 정말 의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반사적으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조용한 치료실을 어지럽히는 통화 소리를 자르는 '어흠!'. 그 후 상황은 어땠을까요?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아주머니의 통화소리는 잠재워졌습니다. '어흠!' 하는 기침소리에 처음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나는 그런 기침소리에 놀라지 않겠다는 듯이요. 그런데 말입니다. 통화소리는 라디오 볼륨을 살그머니 낮추는 것처럼 점점 잦아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멈추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이 이야기를 저녁식탁에서 했더니, 며칠 전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딸이 그랬습니다.

아빠, 그거 잘 했어. 스코틀랜드에 머물 때, 8명이 한 공간에 잠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어. 외국인 할머니 두 분이 늦게 들어오셔서 계속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시는 거야. 거기도 각 침대칸마다 커튼이 처져 있어. 할머니들의 수다는 한동안 계속되었어. 그 때 누군가 못 참고 영어로 이렇게 말했어. '여기는 당신들만 있는 공간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여행의 피로를 풀고 있는 공간이다, 미안하지만 조용히 좀 해주시면 좋겠다.' 그러자 그 공간은 금방 쥐죽은 듯 고요해졌어.

누군가 조용한 공간을 훼방 놓으면 기침을 해보세요.

3. 기침 처방의 효과

딸의 이야기를 좀더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아빠, 그 공간은 조용해졌는데, 내가 무언가 야단맞은 기분이 들었어. 나도 꼼짝할 수 없는 느낌? 그 사람은 자신을 위해, 그리고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할머니들의 수다를 잘 제지했는데 왜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몰라. 조용히 해달라고 항의를 했던 사람의 화가 나한테 옮겨온 거 같았어.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머니들은 기분 좋은 여행에 살짝 상처가 생겼겠네. 자신이 잘못했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공개적으로 지적받으면 기분 나쁠테니까. 이럴 때 당신의 '기침처방'이 더 나은 거 같아.

이런 응원 덕분에 제가 기 펴고 삽니다.

여러분, 어흠! 하는 '기침처방'의 효과가 꽤 좋았습니다. '기침처방'에는 상대방에게 두 가지 신호로 들리는 거 같습니다. 하나는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하는구나, 둘째는 누군가 목이 간질거려 기침을 하고 있구나. 이런 다의성 때문에 상대방은 누군가의 '기침신호'에 자신의 행동을 멈추어도 자신의 자존심에 흠집이 생기지 않는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기침처방'을 하는 쪽도 이중의 상징 속에 안전하게 기댈 수 있는 점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니까, 혹시 어흠! 하는 소리를 듣고 그 사람이 항의하면 그냥 기침이었다고 하시면 되겠지요? 여러분도 한번 활용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