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의 총장실을 방문했는데, 그 때 총장님이 바셀린을 입술에 바르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아니 어떻게 바셀린을 입술에? 오늘은 바셀린에 대해 궁금한 점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바셀린에 관심을 가지다
지금이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예전엔 외국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귀국 선물로 나누어주던 것입니다. 그렇게 받아 서랍 속에서 굴러다니던 것이 바셀린이었습니다. 마땅히 사용할 데도 없었습니다.
그 총장님이 입술에 바셀린을 바르는 것을 본 이후 집에 와서 바셀린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제조판매자는 유니레버코리아(주), 제품명은 Vaseline.
그런데 말입니다. 성분 표기에 ‘페트롤라툼 100%’라고 적혀있었습니다. Perolatum은 석유기름 같은 광물성 기름을 뜻합니다. 바로 바셀린이 석유덩어리였던 것입니다. 바셀린은 영국의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의 상품명이고, 통상적으로는 석유젤리(petroleum jelly)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입술에 바르는 립밤(Lip Balm)이 바로 바셀린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셀린을 기초로 향료 등 다른 성분을 넣어 만든 것이 립밤입니다. 그러니 그 총장님이 바셀린을 입술에 바른다고 아무 이상할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2. 매일 매일 석유와의 입맞춤
그러니까요, 요즘처럼 입술이 건조해지는 겨울철에 우리는 매일 ‘석유’를 입술에 바르고 있었습니다.
석유가 어떤 물건입니까? 지구의 생명체들이 지층에 갇혀 퇴적해 생긴 것입니다. 석유를 만들어내는 지층의 연대가 고생대, 신생대라고 하니 우리는 매일 아침 립밤을 입술에 바르며 5억7천만 년 전(고생대), 6천500만 년 전(신생대)의 생명체과 입맞춤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룡 같은 동식물, 바다의 조류들, 플랑크톤들, 미생물들 하고 말입니다.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3. 1872년 바셀린의 탄생
석유를 증류하면 가장 낮은 온도에서 LPG가 분리되고 차츰 높은 온도별로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가 차례로 분리됩니다. 윤활유와 아스팔트는 그 잔여물입니다. 이 잔여물을 정제한 것이 바셀린입니다.
바셀린은 1872년 상용화되었는데요, 발명자는 미국의 화학자 로버트 체스브러입니다. 그가 석유 노동자들이 유전시설의 파이프에 낀 이 물질을 연고처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바셀린을 상업화했다고 합니다.
바셀린 병 표면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당신의 피부를 부드럽고 건강하게 가꾸어 줍니다.’ 저는 매일 이 바셀린을 입술과 콧구멍에 바르고 잡니다. 그러면 밤에 코가 건조해지지 않고 밤새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 아침에 일어나도 코가 아프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보십시오. 그런데 Vaseline의 상표에는 한글로 ‘바세린’라고 적혀 있습니다. 우리 한글 표기는 ‘바셀린’이라고 부른다는 점도 함께 기억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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