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가수님의 노래 '실향가'를 만납니다. 정태춘 가수님의 실향가이자 포근한 마음의 고향을 잃은 우리 모두의 실향가입니다. 함께 부르며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정태춘 노래 '실향가' 부르기
실향가(失鄕歌)
- 정태춘 작사 작곡
고향 하늘에 저 별 저 별 저 많은 밤 별들
눈에 어리는 그날 그날들이 거기에 빛나네
불어오는 겨울바람도 상쾌해
어린 날들의 추억이 여기 다시
춤을 추네 춤을 추네
저 맑은 별빛 아래 한밤 깊도록 뛰놀던 골목길
그때 동무들 이제 모두 어른 되어 그곳을 떠나고
빈 동리 하늘엔 찬 바람결의 북두칠성
나의 머리 위로 그날의 향수를 쏟아부어
눈물 젖네 눈물 젖네
나의 옛집은 나도 모르는 젊은 내외의 새 주인 만나고
바깥 사랑채엔 늙으신 어머니 어린 조카들 가난한 형수님
아버님 젯상에 둘러앉은 객지의 형제들
한밤의 정적과 옛집의 사랑이 새삼스레
몰려드네 몰려드네
이 벌판 마을에 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오며는
저 먼 들길 위로 잊고 있던 꿈같은 아지랭이도 피어오르리라
햇볕이 좋아 얼었던 대지에 새 풀이 돋으면
이 겨울바람도 바람의 설움도 잊혀질까
고향집도 고향집도
- 정태춘 노래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천년의시작) 중에서
정태춘 가수님은 1954년 평택 도두리 출신으로 1978년 자작곡집 앨범 「시인의 마을」로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1979년 MBC가요대상 신인상, '촛불'로 TBC가요대상 작사부문 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정태춘 박은옥의 얘기 노래 마당' '정태춘 노래극 송아지 송아리 누렁송아리' 등의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현장 공연을 통해 팬들과 호흡했습니다.
1990년 정부의 음반 사전심의 제도를 거부하는 뜻에서 심의를 거치지 않은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을 발표하면서 사전심의 폐지 운동을 전개했고, 1993년 두 번째 비합법음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냈습니다. 1996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습니다.
2004년 시집 「노독일처」를 냈고, 2012년 정태춘 사진전 「비상구」를 열었습니다. 2019년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사람들 2019」를 발표했습니다. 민족예술상,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 27세 청년 정태춘 가수님이 쓴 시
정태춘 노래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는 노래 '실향가'의 가사가 1981년 12월 쓰인 것으로 표기되어 있네요. 지금(2023년)으로부터 42년 전, 정태춘 가수님 27세 때네요.
'실향가'는 고향을 잃은 슬픔을 달래는 노래네요. 어떤 사연일까요?
고향 하늘에 저 별 저 별 저 많은 밤 별들 / 눈에 어리는 그날 그날들이 거기에 빛나네
불어오는 겨울바람도 상쾌해 / 어린 날들의 추억이 여기 다시 / 춤을 추네 춤을 추네
- 정태춘 노래 '실향가' 중에서
정태춘 가수님은 20대 후반에 경기도 평택 도두리 고향집에 가서 밤하늘을 보고 있네요.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입니다. '저 많은 밤 별들'이 고향 하늘에 총총히 빛나고 있습니다. 그 별마다 어린 날의 추억들이 빛나고 춤을 춘다고 합니다. 빗방울이네도 고향에서 본 별이 생각나네요.
저 맑은 별빛 아래 한밤 깊도록 뛰놀던 골목길 / 그때 동무들 이제 모두 어른 되어 그곳을 떠나고
빈 동리 하늘엔 찬 바람결의 북두칠성 / 나의 머리 위로 그날의 향수를 쏟아부어 / 눈물 젖네 눈물 젖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시골의 흙담을 끼고 있는 골목길이 떠오릅니다. 그 골목길을 '맑은 별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고 동무들과 한밤 깊도록 뛰놀았다고 합니다. 그 동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동네가 비었다고 합니다. 가수님은 그 '빈 동리 하늘'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3. 북두칠성이 머리 위로 부어주는 향수
북두칠성!
정태춘 가수님은 북두칠성을 보았는데요, 그 국자 같은 북두칠성이 '나의 머리 위로 그날의 향수를 쏟아부어' 준다고 합니다. 빗방울이네는 이 대목이 너무 좋습니다. 북두칠성이 국자를 비스듬히 기울여 그날의 추억을 스르르 머리 위로 쏟는 장면이 눈앞에 선연하네요. 참으로 신비로운 장면입니다.
그러니까 북두칠성은 우리의 '시간'을 그 큰 국자에 다 담아두고 있는 거네요. 빗방울이네의 추억도 거기 있겠네요. 빗방울이네의 친구들,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와의 시간도 다 있겠네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려옵니다.
나의 옛집은 나도 모르는 젊은 내외의 새 주인 만나고 / 바깥 사랑채엔 늙으신 어머니 어린 조카들 가난한 형수님
아버님 젯상에 둘러앉은 객지의 형제들 / 한밤의 정적과 옛집의 사랑이 새삼스레 / 몰려드네 몰려드네
- 정태춘 노래 '실향가' 중에서
참 슬픈 사연이네요. 정태춘 가수님의 사연에 우리도 저마다의 이런저런 속상하는 사연이 겹쳐져 설움이 서러워지네요.
정태춘 노래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 따르면, 정태춘 가수님은 제대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후 큰형과 둘째 형의 사업 실패로 도두리 고향집이 팔리게 됩니다.
아버지 제삿날에 시골집에 가보니 대청마루에 걸려던 가족사진 액자가 새 주인의 가족사진 액자로 바뀌어 있었다고 하네요. 집주인이던 어머니와 큰형 가족은 옹색한 사랑방으로 나앉아 있었다고 하고요.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이 벌판 마을에 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오며는 / 저 먼 들길 위로 잊고 있던 꿈같은 아지랭이도 피어오르리라
햇볕이 좋아 얼었던 대지에 새 풀이 돋으면 / 이 겨울바람도 바람의 설움도 잊혀질까 / 고향집도 고향집도
- 정태춘 노래 '실향가' 중에서
고향집이 팔리고 어머니와 큰형 가족이 마을을 떠나면서 그 정다웠던 고향이 이제는 고향이 아니게 되었네요. 위의 에세이집에서 가수님은 이때를 회고하며 "고향 마을과 고향집에 대한 자부심은 산산조각이 났다."라고 썼습니다.
그래서 시인님은 고향집을 잊고 서러움도 잊고 싶어하네요. '새봄이 오며는' '햇볕이 좋아'지면 이 겨울바람 같은 설움이 잊히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어린시절 고향의 아름다운 ‘시간’은 어찌 잊을 수 있겠는지요. 밤하늘 북두칠성이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영원히요.
정태춘 가수님의 노래 '실향가'를 듣고 있습니다. 애절한 가사가 낮고 담담한 목소리에 실려 실내 가득 차오릅니다. 푸른 별빛 샤워를 하는 느낌입니다. 그 푸르스름한 별빛이 온몸 가득 차오르네요.
빗방울이네도 오늘 북두칠성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 국자 안에 우리의 시간이 가득 담겨있겠지요? 얼마나 해맑았던 시간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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