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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강은교 시 저물녘의 노래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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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시인님의 시 '저물녘의 노래'를 만납니다.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인지요? 시인님과 함께 저물녘 어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면서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강은교 시 ‘저물녘의 노래’ 읽기


저물녘의 노래

- 강은교

저물녘에 우리는 가장 다정해진다
저물녘에 나뭇잎들은 가장 따뜻해지고
저물녘에 물 위의 집들은 가장 따뜻한 불을 켜기 시작한다
저물녘에 걷고 있는 이들이여
저물녘에 그대의 어머니가 그대를 기다리리라
저물녘에 그대는 가장 따뜻한 편지 한 장을 들고
저물녘에 그대는 그 편지를 물의 우체국에서 부치리라
저물녘에 그림자도 접고
가장 따뜻한 물의 이불을 펴리라
모든 밤을 끌고
어머니 곁에서.


- 강은교 시집 <어느 별에서의 하루> 중에서

 
강은교 시인님은 1945년 함남 홍원 출신으로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순례자의 잠'외 2편이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70년대' 동인지 활동을 했으며, 1971년 첫시집 「허무집」을 비롯, 시집 「풀잎」 「빈자일기」 「소리집」 「붉은 강」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벽 속의 편지」 「어느 별에서의 하루」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등을 냈습니다. 산문집 「그물 사이로」 「추억제」 「도시의 아이들」 「누가 풀잎으로 다시 눈 뜨랴」 「어두우니 별뜨는 하늘이 있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법 - 그 담쟁이가 말했다」 「토요일에 읽는 시 - 강은교의 시에 전화하기」 등, 동화집 「민들레 홀씨의 여행」 등, 역서 「예언자」 등을 냈습니다. 한국문학작가상 시부문,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 '저물녘에 우리는 가장 다정해진다'


오늘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참으로 낮의 시간은 길었습니다. 어쩌면 전쟁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화염 없는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모두 얼마나 힘들었는지요? 돌아보니 우리는 저마다 다치고 지친 부상병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요, 그래도 우리 살아남았네요. 우리의 오늘이 이렇게 어둑어둑 저물었네요. 
 
저물녘에 우리는 가장 다정해진다

- 강은교 시 '저물녘의 노래' 중에서


저물녘은 세상 만물이 어둠에 스며드는 시간이네요. 우리가 낮에 보았던 카페도 자동차도 가로수도 어둠 속에 잠기는 시간입니다. 낮에 보았던 사람의 표정도 말도 어둠에 스며드는 시간이네요.

저물녘은 누구나 덮어주네요. 완벽하지 못하면 어때. 최선을 다했으니 됐어. 저물녘은 무엇이나 토닥토닥 두드려주네요. 좀 부족해도 괜찮아. 내일이 있잖아. 저물녘은 차별없이 편견없이 마냥 발그레하게 따뜻하게 물들이네요. 
 
저물녘에 물 위의 집들은 가장 따뜻한 불을 켜기 시작한다

- 강은교 시 '저물녘의 노래' 중에서


멀리 강 건너 집들이 불을 켜기 시작합니다. 먼 물 위에 먼 불빛이 있네요. 물과 불의 섞임! 빛이 어둠에 스미듯 불이 물에 스며들었네요. 물 위의 사람들은 불을 켜고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고 있네요. 저곳은 얼마나 포근하겠는지요?
 
저물녘에 걷고 있는 이들이여 / 저물녘에 그대의 어머니가 그대를 기다리리라

- 강은교 시 '저물녘의 노래' 중에서


그 부드러운 물의 집에서 따뜻한 불을 밝히고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대는 물의 안식과 불의 정화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고 있네요. 이 긴 강의 다리를 지나 물의 집, 불의 품으로 서둘러 서둘러 그대는 가네요. 아,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당신!
 

강은교시저물녘의노래중에서
"저물녘에 우리는 가장 다정해진다" - 강은교 시 '저물녘의 노래' 중에서.

 


3. '새로운 경험과 성격을 얻어서 집으로 돌아가야한다'


저물녘에 그대는 가장 따뜻한 편지 한 장을 들고 / 저물녘에 그대는 그 편지를 물의 우체국에서 부치리라

- 강은교 시 '저물녘의 노래' 중에서


우리의 기도를 생각합니다. 우리가 물의 우체국에서 올린 묵상은 어둠을 지나 저마다의 먼 별에 도착하겠지요. 오늘 우리가 찾아 헤매어 얻은 것이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용서하소서. 그 남루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을 발견하는 눈을 주소서. 그리하여 내일의 벌판에서 얻어야할 것 또한 미미할지라도 용기와 사랑으로 행하게 하소서.
 
아래 보석 같은 소로의 문장을 함께 읽으며 강은교 시인님의 '저물녘의 노래'를 마무리합니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얌전히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날마다 멀리서,
모험과 위험과 발견으로부터
새로운 경험과 성격을 얻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림원, 2021년) 중에서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강은교 시인님의 시 '사랑법'을 만나보세요.

 

강은교 시 사랑법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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