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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부산 맛집 - 대연동 초원복국

by 빗방울이네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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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맛집인 남구 대연동 '초원복국'에 갑니다. 만일 그대가 어젯밤 광안리바다의 출렁임에 흔들리다가 오늘 아침 숙취인 채로 깨어났다면, 그래서 속을 무얼로 달래줄까 생각한다면, 이 집에 가면 좋겠습니다. 
 

1. 부산 맛집 대연동 '초원복국' 소개

 
부산 맛집 대연동 '초원복국'(부산 남구 황령대로 492번 길 30)은 복국 전문 식당입니다. 그 유명한 '초원복국집 사건'의 역사 현장이기도 합니다. 일식집 50년 경력의 아버지에 이어 부산 첫 특수조리사 복어자격증을 보유한 아들이 2대째 경영하고 있습니다.
 
부경대학교(대연캠퍼스) 후문 바로 맞은편에 있는데요, 3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복국을 내는 식당입니다. 빗방울이네도 20여 년 좋아하고 있는 맛이죠. 이 집 복국 맛에 기대어 이런저런 간담회를 자주 열었답니다.
 
복국 자체도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고요, 워낙 유명한 집이다 보니 외지인들도 이 복국을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집입니다.
 
이 집의 복국(지리 복국)은 맑고 개운한 맛이 납니다. 가볍지 않고 깊은 맛입니다. 순해서 몸과 마음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기분이 좋습니다. 칼칼하거나 맵고 짠, 다소 공격적인(?) 맛을 원하는 사람은 지리 대신 매운탕을 선택하면 됩니다.
 
복국 특유의 담백함은 어째서일까요?
 
복어는 대표적인 흰 살 생선으로 엑스분 및 지방 함량이 아주 적으므로 대단히 담백한 맛을 낸다.
복어의 담백한 맛은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IMP)과
단맛을 내는 글리신과 알라닌 등이 맛의 주체 성분이 된다.
복어육만이 갖고 있는 담백한 참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복지리 형태로 먹어야 할 것이다.

- 「생선횟감 바로 알기」(조영제 지음, 도서출판 한글) 중에서

 
메뉴를 볼까요? 복국 종류로는 은복(15,000), 밀복(21,000), 생까치복(25,000), 참복(40,000)이 있고요, 복수육과 복찜, 복튀김, 복불고기, 복샤부샤부, 복코스요리 등이 있답니다.
 

2. 세월 지나도 변함없이 깔끔한 맛

 
세월이 지나도 맛이 변함이 없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그래서 오늘 가서 먹어도 20여 년 전 그 맛인 것만 같습니다. 언제나 여전한 집밥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반찬 가짓수나 종류, 맛도 예전 그대롭니다. 반찬 중에 빗방울이네 젓가락에 자주 집히는 것은 전어젓갈과 데친 다시마와 케일입니다. 다시마와 케일에 번갈아 밥을 올려 꼬릿하고 짭짤한 전어젓갈을 발라 쌈으로 먹으면 얼마나 맛있다고요. 국그릇 속의 부드러운 복어 수육을 한점씩 씹으면서요.
 
또 한 가지 좋은 것은 데친 콩나물 무침입니다. 복어 육수에 데친 것이라 하는 콩나물을 고춧가루 양념으로 칼칼하게 무쳤는데, 밥이 20%쯤 남았을 때 밥그릇에 넣어 쓱쓱 비벼 한 입 넘기면 눈이 스르르 감길 정도랍니다.
 
이밖에도 열무 산초무침(정말 좋죠!), 부드러운 가지무침, 복튀김, 복껍질무침, 김치, 감자 요리 등이 식탁 위에 깔립니다. 이들은 순한 복국과 함께 잘 어울려서 각각 좋은 맛을 서로 더욱 좋게 해 준답니다. 밥도 얼마나 고슬고슬하다고요.
 

부산맛집대연동초원복국집의복국
부산 맛집 대연동 '초원복국'의 복국.

 

 

3.  역사의 한 페이지, 바로 그 현장


'초원복국집 사건'은요, 1992년 12월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집 지하에 있는 방에서 부산의 주요 기관장들이 김영삼 민자당 후보 지원 방안을 논의한 녹취록을 당시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 측이 공개했던 사건입니다.
 
녹취록으로 나타난 관권선거와 녹취의 불법성에 대한 공방이 어지럽게 전개되었죠. 불리했던 김영삼 후보의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하는 형세가 되고, 김영삼 후보는 당선되었답니다. 이 사건으로 증거 자체보다는 증거확보의 합법성이 더 중시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오늘은 빗방울이네의 정다운 이들이 오랜만에 초원복국에서 뭉쳤답니다.
 
사진을 담당하는 L(언제나 천진난만한), 디자인의 H(패들보드로 새벽바다를 혼자 갖는), 기획의 C(오랜 수영으로 점점 날렵한).

매우 오랜만에 자리해서 어색할 것 같았는데, 늘 같은 맛의 복국에 같은 메뉴의 반찬들이, 그것을 함께 먹으며 친하게 지냈던 우리들 사이의 거리를 당겨주었지요. 다들 이집 복국처럼 변함없이 순하고 다정했답니다. 삶에서 어떤 특별한 걸 기대할까요? 이렇게 언제나 변함없이 순하고 다정하면 그게 최고죠.

이렇게 가끔 복국 같이 먹어요 우리! 

PS: 비오는 날 따뜻한 히레(복어 지느러미를 태워 정종에 우린) 한 잔도 좋은데 오늘은 참았어요.
 
글 읽으며 가끔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몸과 마음을 맑히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부산 맛집 연관 글을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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