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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슬픔 벗어나기 셰익스피어 명언 스피노자 명언

by 빗방울이네 202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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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대한 셰익스피어와 스피노자의 명언을 만납니다. 슬픔은 우리에게 어떤 작용을 할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슬픔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문장 읽기

 
사촌이 죽었다고 계속해서 울고 있어?
아니, 눈물로 그 애를 무덤에서 꺼내려고?
그래도 그 애를 살려내진 못할 거다.
그러니 그쳐라. 애통은 사랑의 표시지만
지나치면 언제나 지각 없단 표시란다.

- 「로미오와 줄리엣」(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민음사, 2008년 1쇄, 2016년 25쇄) 중에서

 
위 문장은 우리 모두 사랑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입니다. 로미오와의 결투에서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가 죽게 됩니다. 그래서 로비오는 베로나 시에서 추방당하게 됩니다. 
 
줄리엣은 사촌의 죽음에다 사랑하는 로미오의 추방 소식으로 비통에 잠겨 있습니다. 위 문장은, 그때 줄리엣의 어머니 캐풀렛 부인이 나타나 딸 줄리엣에게 한 말입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이 문장을 주목합니다.
 
'애통은 사랑의 표시지만 지나치면 언제나 지각 없단 표시란다.' 
 
애통은 슬픔입니다. 사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사촌에 대한 사랑을 표시하는 것이지만 그 슬퍼하는 정도가 지나치면 그 사람에게 지각(知覺), 사물의 이치나 도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없다는 표시라고 하네요.  
 

2. 슬픔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2세」 문장 읽기

 
슬픔의 이유 하나하나는 스무 개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어서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그것들이 다 슬픔 자체로 보이는 것이옵니다.
슬픔에 잠긴 눈은 앞을 가리는 눈물로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마법의 거울처럼 한가지 대상을 여러 개로 나뉘어서 보이게 하옵니다.

- 「리처드 2세」(셰익스피어 원작, 이덕수 역주, 형설출판사, 2003년) 중에서

 
위 문장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역사희극 「리처드 2세」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아일랜드로 원정을 떠나는 영국 왕 리처드. 왕과 이별하게 된 왕비 이저벨이 울고 있을 때 왕의 신하 부쉬가 왕비를 위로하며 한 말입니다.
 
부쉬는 이저벨에게 말합니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요, 생명의 피를 말리는 슬픔을 멀리하고 유쾌한 마음을 가지겠다고 전하와 약속해 놓고 왜 이렇게 우느냐고요.
 
그러면서 부쉬가 말한 이 문장에 우리는 주목합니다.
 
'슬픔에 잠긴 눈은 앞을 가리는 눈물로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슬퍼하면서 흘리는 눈물로 인해 우리의 정신은 왜곡된다고 합니다. 앞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문장과 연결되고 있네요. 정신이 왜곡되어 우리의 지각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네요.
 

"눈물로왜곡되어"-셰익스피어'리처드2세'중에서.
"눈물로 왜곡되어" - 셰익스피어 '리처드 2세' 중에서.

 

 

3. 슬픔에 대한 스피노자 「에티카」 문장 읽기

 
슬픔은 인간의 활동능력을 감소시키거나 억제한다.
즉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끈질기게 지속하려는 노력(코나투스)을 감소시키거나 억제한다.

- 「에티카」(스피노자 지음, 황태연 옮김, 비홍출판사, 2015년) 중에서

 
우리의 정신은 시시때때로 외부의 작용을 받아 변화됩니다. 스피노자는 이를 정신의 '수동'이라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감정이 '기쁨'과 '슬픔'인데, 스피노자는 '정신이 보다 큰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수동이 기쁨'이고, 반대로 '정신이 보다 작은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수동이 슬픔'이라고 정의합니다.
 
슬픔이 정신을 작은 완전성으로 이끄는 감정이기 때문에 스피노자는 슬픔이 우리의 활동능력을 감소시키거나 억제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슬픔에 빠질수록 우리의 능동성이 떨어져 활동역량이 떨어진다는 말이네요. 
 
슬픔에 너무 빠지지는 말아야겠네요. 더구나 슬픈 감정은 자꾸만 '자가발전'되어 우리를 슬픔의 우물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하니까요.
 
앞에서 나온 셰익스피어의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셰익스피어는 슬픔에 빠진다는 것은 '지각이 없다는 표시'이며, 슬픔에 빠지면 우리의 눈/시각/분별력이 '눈물로 왜곡'되기 때문에 사물/상황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럼,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스피노자의 처방을 읽어봅니다. 스피노자의 앞 문장에서 우리는 슬픔이란 정신을 보다 작은 완전성으로 끌고 가는 '수동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신의 능동은 오직 타당한 관념에서만 발생하며, 정신의 수동은 타당하지 못한 관념에만 의존한다.
(중략)
수동적인 감정은 우리가 그것에 대하여 뚜렷하고 명확한 관념을 형성하자마자 수동적이기를 멈춘다.

- 위 같은 책 스피노자 「에티카」 중에서

 
슬픔의 원인에 대해 직시하라고 하네요. 셰익스피어는 앞의 문장에서 '눈물로 그 애를 무덤에서 꺼내려고?'라고 아주 극적인 스타일로 말했는데 스피노자의 팁과 일맥상통합니다.
 
스피노자는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슬픔에 빠져나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자신이 왜 슬퍼하고 있는지, 이 슬픔이 나의 정신활동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성찰하면서요. 그러면 슬픔에 대한 '뚜렷하고 명확한 관념'이 형성되고, 그 순간 슬픔이 멈추게 된다고 합니다. 
 
빗방울이네도 종종 슬픔 쪽으로 잘 기우는 편입니다. 슬플 때 눈물을 실컷 흘리면 마음이 후련해지기도 합니다. 참으로 슬프기 그지없는 상황인데 어찌 슬픔을 참고 있을 수 있겠는지요.

 

다만 우리가 이 같은 슬픔의 속성과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팁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으면 슬픔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하고 그 슬픔의 우물에 더 깊이 빠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무대 공포증 극복 팁 에티카 달라이 라마'를 만나 보세요.

 

무대 공포증 극복 팁 에티카 달라이 라마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팁을 만나봅니다. 에티카 해설서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과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들이 퍼올려주는 사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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