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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박진규 시 오래된 체온

by 빗방울이네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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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시인님의 시 '오래된 체온'을 만납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박진규 시 '오래된 체온' 읽기

 

오래된 체온

 

- 박진규(1963년~ , 부산)

 

어머니와 단둘이 찍은 사진이 한 장뿐이다

용두산공원 용탑 앞에서 여름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두 팔로 어머니 오른팔을 감싸고 있다

어머니는 그 해 돌아가셨는데

병이 깊어 꽃무늬 원피스가 많이 부어있다

아마 그 공원 밑에 살던 친척에게 돈을 꾸러 갔던가 보다

지금부터 30년 전 지나가던 공원 사진사한테 찍은 사진이다

그 순간 어머니 팔을 꼬옥 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 박진규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도서출판 전망, 2016년 1쇄, 2017년 2쇄) 중에서

 

2. '두 팔로 어머니 오른팔을 감싸고 있다'

 

박진규 시인님의 시 '오래된 체온'은 2016년에 나온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에 실린 시입니다. 시인님 50대 초반 즈음의 시네요.

 

시인님은 시 제목을 '오래된 체온'이라고 해두고 마지막 행 말고는 시에서 특별한 감정 전달 없이 몇 가지 사실들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일까요?   

 

어머니와 단둘이 찍은 사진이 한 장뿐이다 / 용두산공원 용탑 앞에서 여름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 두 팔로 어머니 오른 팔을 감싸고 있다

- 박진규 시 '오래된 체온' 중에서

 

시의 화자는 아마 시인님일 것입니다. 지금 사진 한 장을 보고 있네요. '어머니와 단둘이 찍은 사진'요. 어떤 모습이 담긴 사진일까요?

 

부산 용두산공원 용탑 앞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시인님이 고등학생이라고 했으니 1980년 즈음이네요. 그 당시는 요즘처럼 사진 찍기가 쉬운 때는 아니었네요. 스마트폰도 없었겠고요. 

 

그래서 '어머니와 단둘이 찍은 사진'이 한 장뿐이라고 합니다. 그 사진 속에서 여름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인 시의 화자가 '둘 팔로 어머니 오른팔을 감싸고 있다'라고 합니다.

 

여름이어서 어머니도 맨팔이었을 테니, 아들과 어머니의 맨살이 서로 닿았네요. 그러면 사진을 찍으면서 서로의 체온이 느껴졌겠습니다. 

 

"오래된체온"-박진규시.
"오래된 체온" - 박진규 시.

 

 

3. '그 순간 어머니 팔을 꼬옥 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어머니는 그 해 돌아가셨는데 / 병이 깊어 꽃무늬 원피스가 많이 부어있다 / 아마 그 공원 밑에 살던 친척에게 돈을 꾸러 갔던가 보다

- 박진규 시 '오래된 체온' 중에서

 

시의 화자가 이 사진을 찍은 해,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사진 속에 찍힌 어머니의 꽃무늬 원피스가, 몸이 부어있다고 하네요. 꽃무늬 원피스가 부어있다는 진술은 우리를 참으로 애연하게 하네요. 그렇게 이쁘게 살고 싶었던 어머니였네요.

 

어린 시절이라 화자는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픈 어머니는 그때 친척에게 돈을 빌리러 왔던 길이었을 거라고 짐작하네요. 시인님 약력을 보니 집이 부산 일광이었으니 부산 중앙동 용두산공원까지 시내 나들이를 위해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먼 길을 왔었네요. 아픈 어머니 병원비 때문이었을까요?

 

지금부터 30년 전 지나가던 공원 사진사한테 찍은 사진이다 / 그 순간 어머니 팔을 꼬옥 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 박진규 시 '오래된 체온' 중에서

 

시의 화자는 다시 사진을 봅니다. '30년 전 공원 사진사한테 찍은 사진'요. 자신의 팔이 어머니 팔을 감싸고 있는 사진요.

 

맞습니다. 시의 화자는 지금 어머니의 체온을 느끼고 있네요.

 

고등학생이었던 자신의 팔이 감싼 어머니 팔에서 전해지는 체온요. 30년 전 어머니 체온요. 그 따뜻한 체온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그 어머니 체온 ···.

 

그 순간 어머니 팔을 꼬옥 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 마지막 행이 이 시의 '울음터'입니다. 만약 그때 어머니 팔을 꼬옥 감싸지 않았더라면, 둘이서 그냥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면 지금 이 사진을 보면서 어머니 체온을 느낄 수 없었으리라는 말입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그래서 더 이상 어머니의 체온을 느낄 수 없지만 30년도 더 된 사진 속에서 이토록 따뜻한 체온이 오고 가고 있네요. 참으로 애틋한 체온이네요.

 

지금(2023년)부터 50년 전의 일이지만 시의 화자는 지금도 그 어머니 체온을 느끼고 있겠지요? 얼마나 그리움에 사무치면 사진 속 체온으로 어머니를 느끼고 있겠는지요?

 

그대에게도 소중한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있겠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박진규 시인님의 시 '조심'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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