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고 스미기

등고산이망사해 뜻 유래

by 빗방울이네 2023. 12. 23.
반응형

'등고산이망사해(登高山而望四海)'라는 문장을 만나봅니다. 높은 산에 올라 사해(四海)를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어떤 함의가 있을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등고산이망사해(登高山而望四海) 뜻 유래

이 문장을 발견한 곳은 오래된 도서관이었습니다. 이 문장은 도서관의 복층구조로 된 로비 벽에 높이 걸려 있었습니다. 액자 속에 세로로 쓰인 한자(漢字)였습니다.

 
그 때 날마다 이 문장을 가슴으로 읽으며 도서관 4층 열람실까지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곤 했습니다. 마치 '등고산(登高山)' 하듯이요.
 
'登高山而望四海(등고산이망사해).'
 
'높은 산(高山)에 올라(登) 사해(四海)를 바라본다(望).'라는 뜻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서 동서남북 사방으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본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일까요? 이 문장의 출처는 어디일까요?


2. 배워서 지혜가 깊어지면!


이 문장은 「명심보감」 '근학편(勤學篇)'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명심보감」은 중국 명나라 문신 범립본(范立本)이 1393년에 저술한 책입니다.

 
莊子曰(장자왈) 人之不學(인지불학)은 如登天而無術(여등천이무술)하고
學而智遠(학이지원)이면 如披祥雲而覩靑天(여피상운이도청천)하고
登高山而望四海(등고산이망사해)니라.
 
사람이 배우지 않음은 재주 없이 하늘을 오르려는 것과 같고
배워서 지혜가 깊어지면 마치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며 
높은 산에 올라 사해(四海)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 「명심보감」(범립본 지음, 추적 엮음, 이규호 역해, 문예춘추사, 2016년) 중에서.

 

"높은산에올라"-명심보감'등고산이망사해'중에서.
"높은 산에 올라" - 명심보감 '등고산이망사해' 중에서.

 

 

3. 세상 천지를 한눈에 바라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人之不學(인지불학)은 如登天而無術(여등천이무술)하고'

- 위 같은 책 「명심보감」 중에서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人之不學) 재주없이(無術) 하늘을 오르려는 것(登天)과 같다.'라고 합니다. 하늘을 오르면서 빈손,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말이네요. '스펙' 없이 꿈만 원대하다는 말이네요. 
 
'學而智遠(학이지원)이면 如披祥雲而覩靑天(여피상운이도청천)하고'

- 위 같은 책 「명심보감」 중에서 

 
'遠(원)'은 '멀다'의 뜻도 있지만 '심오하다' '깊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러니 '智遠(지원)'은 '지혜가 멀리까지 닿다' '지혜가 깊어지다'로 새깁니다. '披(피)'는 '헤치다' '풀다' '열다'의 뜻, '覩(도)'는 '보다' '환히 알다'의 뜻입니다. 
 
그래서 이 문장은 '배워서 지혜가 깊어지면(學而智遠) 상서로운 구름(祥雲)을 헤치고(披) 푸른 하늘(靑天)을 보는 것(覩)과 같다(如).'라고 새길 수 있습니다.

 

상서로운 구름은 무얼 말할까요? 국어사전을 보니 '祥雲(상운)'은 '복되고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이 보이는 구름'이라고 풀이됩니다. 구름은 높은 산 위에 있습니다. 그 구름 위에 푸른 하늘이 있고요. 지혜가 충만해지면 푸른 하늘을 만나기 직전의 그런 상서로운 구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 바로 저 뒤에 푸른 하늘이 있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게 되는 직감/구름일 것입니다.
 
'登高山而望四海(등고산이망사해)니라'

- 위의 같은 책 「명심보감」 중에서

 
이 '높은 산에 올라 사해(四海)를 바라본다'는 문장은 앞의 문장과 연결되어 있네요. 지혜가 깊어지면(學而智遠) 그렇게 된다는 말입니다. 배워서 지혜가 깊어지면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만나게 되는 것과 같고, 높은 산에 올라 사방의 바다, 즉 세상 천지를 한눈에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뜻이네요.

왜 그렇게 될까요?


이 말은 배움이 깊어져 지혜가 생기면 자신의 시야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겠네요. 산의 입구에서는 동서남북의 바다를 다 볼 수 없습니다. 지혜가 얕은 때입니다. 그러나 배움이 깊어질수록 안목이 넓어진다는 말입니다.
 
그 전보다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은 그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는 보인다는 말이네요. 산을 오를수록 시야가 트이듯이 문리(文理)도 점점 더 트이고, 배움의 정상에 오르면 온세상을 아래로 내려다보듯 세상의 이치가 다 보인다는 말입니다. 단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다 볼 수 있다는 말이네요. 얼마나 머릿속이 환하고 시원하겠는지요? 이러면 마음의 중심이 잡혀 세파에 이리저리 휘달리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登高山而望四海'. 정말 대단한 문장이네요. 책이 숨쉬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러 오는 도서관 로비에 딱 어울리는 문장이네요.
 
그런데 아래의 문장은 '등고산(登高山)', 즉 배움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주네요. 
 
오늘날 학문하는 자들은 마치 산기슭을 오를 때처럼,

모두 비스듬한 기슭을 성큼성큼 오르다가도,

가파른 곳에 다다르기만 하면 바로 주춤거리고 만다.
今之爲學者(금지위학자), 如登山麓(여등산록), 方其迤邐(방기이이), 莫不闊步(막불활보), 及到峻處(급도준처), 便逡巡(편준순)

- 「학문에 관하여」(왕인우 엮음, 이영섭 옮김, 글항아리, 2020년)에 실린 「송원학안(宋元學案)」 문장 중에서 


그대도 정상을 향해 열심히 가는 중인지요? 가파른 곳에 이르러 주춤거리더라고 잠시 쉬고 다시 힘 내시기 바랍니다. 가파른 길일수록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이니까요. 애면글면 '등고산(登高山)' 중인 모든 분들께 성원을 보냅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세한도 세한 연후지송백지후조'를 만나 보세요.

 

세한도 세한 연후지송백지후조

'세한도'에 나오는 문장 '세한 연후지송백지후조'를 만납니다. 추사 김정희 님이 '세한도'에 써놓은 발문 중의 한 문장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세한도 '세한

interestingtopicofconversation.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