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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명소 - 남구 이기대

by 빗방울이네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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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산 남구 이기대를 함께 걸어보실까요? 저마다 사연이 다르고 감성도 다르겠지요? 한적한 숲길을 홀로 걸을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요? 이기대를 소재로 한 시 한 편에 마음을 담그고 당신과 함께 이기대로 가서 마음 목욕을 해보려합니다.

1. 탄성 부르는 '이기대해안산책로'를 가다


이기대는 부산 남구 용호동에 있습니다. 장산봉(높이 225.3m)의 동쪽 바닷가에 있는 바위 절벽의 높은 대(臺)를 말합니다. 오늘은 이 이기대가 품고 있는 '이기대해안산책로'로 가보려고 합니다.

'이기대해안산책로'는 오륙도 선착장에서 농바위를 거쳐 어울마당을 지나 동생말까지 모두 4.7km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해안산책로는 기암괴석의 아찔한 절벽과 무성한 숲, 호수 같이 펼쳐지는 바다의 비경이 서로 숨박꼭질 하듯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나타나는 명소입니다.

예전에는 이기대의 이런 비경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파른 바위 절벽 위를 걸을 수 있도록 설치된 나무 데크와 절벽과 절벽을 이어주는 구름다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산책자들은 바다와 숲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조화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저마다 탄성을 지르는 곳이지요.

2. 이기대 산책로에서 무엇을 보았나요?


우리 함께 이번 토요일 '이기대해안산책로'로 가 볼까요? 늦잠 자고 천천히 일어나 세수도 하지 말고 배낭도 메지 말고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길을 나서 볼까요? 다만 이 시 하나를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말입니다.

이기대를 돌며

- 박진규

이기대를 한 바퀴 도는 해안길에 지렁이들이 나와 있다
언젠가 저 몸을 통과해야하리라
그러면 나는 부드러운 흙이 되어 해국으로 피어날 것이다
벌이 찾아와 입맞춤을 한다면
절벽 끝 석청으로 매달려 황홀해질 것이다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었으니
그것이 약이 되어
좀 더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먼 옛날 솔향으로 바람 속에 흩어졌던 나와 동행하면서
언젠가 한번 와본 듯한 이 솔밭길을 다시 걸을 수 있다면

- 박진규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박진규 지음, 신생) 중에서

부산남구용호동이기대해안산책로.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해안산책로.

 


시인은 이기대 산책로를 돌며 풍경 속에 비친 '자신'을 보았나 봅니다. 지렁이와 해국과 벌과 석청이라는 사물 속에 투영된 자기 자신을 보았나 봅니다.

이 시는 지렁이가 모티브가 되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산책로에 지렁이가 나와 있는 까닭은 무얼까요? 지렁이는 비가 많이 오면 흙속에 물이 차 밖으로 나옵니다. 너무 더워도 흙이 뜨거워져 밖으로 나옵니다. 밖도 뜨거우니 지렁이들은 피부가 말라서 숨을 못 쉬고 죽어갑니다. 그날 이기대 산책로에 그런 지렁이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3. '언젠가 저 몸을 통과해야 하리라'


그 지렁이들은 부식토나 미생물이 있는 흙을 먹기 때문에 창자 속에는 그런 흙이 가득합니다. 그런 지렁이의 생태를 떠올리니 아래의 이 구절이 쉽게 이해되시지요?

'언젠가는 저 몸을 통과해야하리라'

이 구절은 이 시의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게 되면 그것이 끝일까요? 우리는 죽으면 모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환하게 된다는 엄밀한 자연의 법칙을 시인은 직시합니다.

시 속의 화자는 죽어 지렁이의 몸 속을 '통과'하여 '부드러운 흙이 되어' 해국의 거름이 되고, 해국의 꿀을 먹은 벌에 의해 석청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 석청을 보약으로 먹게 되겠네요. 화자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었으니 그 '부끄러움'의 성정을 보약으로 먹은 이는 더 부끄러워하는 이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그 보약을 먹은 사람도 이 시 속에 나오는 화자의 일부가 되는군요.

시인은 이 시에서 평소 부끄러움이 많은 자신의 성격을 떨치려 하지 않습니다. 다시 태어나 부끄러움이 더 많은 사람이 된다해도 '그것으로 족하다'고 합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이어서 이런 시인의 성정이 더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시인은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스쳐가는 사람도 나와 분자적으로 뒤섞인 사람이 아닐까 하고요. 그런 인식이라면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미워할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그냥 가슴 먹먹히 함께 동행할 수밖에요.

당신에게 이기대의 사물들은 어떤 말을 걸어올까요? 4.7km의 절벽 위 해안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이 시로 따뜻하게 마음 목욕해 보시기 바랍니다.

책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박진규의 시를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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