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건강에 대해 알아봅니다. 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요? 혹시 신체 중 발을 가장 하찮게 취급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발이 왜 중요한지, 발 건강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읽으며 그동안 발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씻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52개의 뼈가 지탱하는 섬세한 '아치형 건축물'
우리 몸에는 모두 210개의 뼈가 있는데요, 놀랍게도 그중 25%인 52개의 뼈가 발에 몰려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뼈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발이라는 구조물을 이루고 있었네요. 문득 선암사의 승선교가 생각나네요.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돌다리 말입니다. 수많은 돌들이 아치를 기하학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아름다운 다리입니다. 아치가 있는 우리 발도 수많은 뼈들로 구성된 정교한 '아치형 건축물'인 것만 같습니다.
주요 뼈들의 역할을 볼까요?
발가락 뼈들은 마치 손가락처럼 바닥을 움켜쥐어 몸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하고요, 중족골(발가락과 이어진 발등의 뼈)은 체중을 골고루 지탱해 주고,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엄지발가락 뼈는 체중을 옮겨주는 지렛대의 임무를 맡고 있고요, 발뒤축(후족부)은 신체를 균형 있게 지탱하는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일어서고 걷고 달리지만 발에 있는 52개의 뼈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정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네요.
2. 발을 유난히 사랑하는 국선도의 발운동 방법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인데도 우리 신체의 여러 부위 중에서 주인의 사랑을 가장 받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눈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고, 바닥에 닿아서 땀이 차고 냄새도 나서 지저분하기 때문일까요? 남이 안 보는 곳이니 가꾸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그런데요, 발을 매우 섬세하게 돌보는 운동이 있습니다. 바로 국선도입니다. 국선도는 특별히 발의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운동입니다.
국선도 수련생들은 수련장에서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수련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준비운동과 단전행공, 그러고 정리운동을 하게 됩니다.
국선도의 특별한 발 운동은 준비운동 때 이루어집니다. 준비운동은 먼저 선 자세로 기지개를 하고 허리 돌리기 동작을 하면서 몸 전체에 운동 시작 신호를 줍니다. 그러고 나서 바닥에 앉아서 곧바로 발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국선도 준비운동은 인체 중에서 발을 풀어주는 운동을 가장 먼저 하는 것입니다.
국선도의 발 운동은 참으로 섬세하기 그지 없습니다. 순서대로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바닥에 앉아 두발을 쭉 뻗어 두 발끝을 앞으로 민 다음 뒤로 젖혀 나를 향해 당기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두 발끝을 모아 크게 원을 그리며 좌우로 돌리기를 반복합니다.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에 올린 뒤 왼발의 발가락을 오른손으로 감싸 쥐고 앞뒤로 젖히기를 반복합니다.
손으로 발을 잡고 발목 돌리기를 반복합니다.
발바닥의 움푹 파인 곳을 주먹으로 힘껏 두드리기를 반복합니다.
왼발이 끝나면 오른발에도 왼발과 똑같은 동작을 하게 됩니다.
준비운동의 막바지에는 무릎을 꿇고 목 운동과 팔 운동을 하는데, 그때 발가락에 자극을 주기 위해 발가락을 젖힌 상태로 바닥에 대고 엉덩이로 발뒤축을 꾹 누른 채 통증을 참으며 목 운동 팔 운동 동작을 진행합니다.
정리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발 자극이 이어집니다. 엎드려 누운 자세에서 물장구를 치듯 손가락 발가락을 바닥에 두드리는 동작을 중간중간에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은 국선도를 세상에 전한 청산선사님의 안내(녹음)로 이루어집니다. 발 운동을 위한 동작이 진행될 때 녹음기에서 이런 멘트가 이어집니다.
"발바닥의 움푹 파인 부위는 평소 마찰이 가장 적은 부위기 때문에 특별히 자극해야 합니다."
"인체의 모든 하중을 발이 담당하기 때문에 발 운동을 골고루 잘해야 합니다."
"발가락과 손가락이 튼튼하면 오장육부가 다 강화되는 겁니다."
발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발에 자극을 주고 발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점이 매우 이채롭네요. 이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국선도에서는 기혈순환유통법이라고 합니다.
3. 저녁기도 같은 발 씻기 도전하기
국선도 사범으로 활동하는 평소 존경하는 분이 어느 날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녁에 씻을 때, 발을 어떻게 씻느냐고요.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속으로 당황했습니다. 저녁에 발을 씻을 때, 발끼리 서로 씻도록 시켰기 때문입니다. 한쪽 발이 다른 발을 씻는 식으로 발 씻기를 대충 끝냈던 것입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요. 그것도 지금까지 평생요.
그럼, 선생님은 발을 어떻게 씻습니까? 이때 알게 된 그분의 발 씻기는 경건한 저녁기도 같았습니다.
우선 화장실 바닥에 앉아 자신의 발에게 말한다(!)고 합니다. '발님, 하루 동안 수고했습니다'라고요. '무거운 나를 이리저리 이동시켜 주느라 정말 고생했습니다.'라고요. '내일도 잘 부탁합니다.'라고요.
그리고는 따뜻한 물로 발을 한벌 세척한 다음, 발에 골고루 비누칠을 하고 목욕수건(이 분은 발 전용 이태리타월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으로 발바닥을 골고루 부드럽게 씻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발가락 사이사이, 발톱 표면 하나하나, 발톱 끝부위 하나하나 정성 들여 씻는다고 합니다.
발을 씻고 난 뒤 말리는 일에도 정성을 다한다고 합니다. 헤어드라이어로 양쪽 발을 말끔히 말려주고 바디 로션까지 발라준다고 하네요. 빗방울이네는 이렇게 발을 씻는 사람을 이전에는 결코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 분은 일과가 끝나면 매일 저녁 화장실 바닥에서 목욕의자에 앉아 저녁기도 같은 발 씻기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천천히 정성껏 발을 씻고 나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고 마음도 편안해진다고 하네요. 한 달쯤 하고 나면 발이 뽀얗게 피어난다고 하고요. 발에게 이 정도 대접은 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하고요.
저녁에 발을 어떻게 씻나요? 우리도 정성을 다해 저녁기도 같은 발 씻기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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