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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한대수 바람과 나

by 빗방울이네 2023.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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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 가수님의 '바람과 나'를 만납니다. 이 노래는 어떤 삶의 풍경을 담고 있을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씻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한대수 '바람과 나' 읽기


바람과 나
 
- 한대수 작사·작곡
 
끝 끝없는 바람
저 험한 산 위로 나뭇잎 사이 불어가는 ···
아, 自由의 바람
저 언덕넘어 물결같이 춤추던 님 ···
無名 無實 無感한 님
나도 님과 같은 人生을
지녀볼래 지녀볼래
 
물결 건너편에
황혼에 젖은 산끝보다도 아름다운
아, 나의 님 바람
뭇 느낌없이 진행하는 時間따라
하늘 위로 구름 따라
無目 여행하는 그대 ···
人生은 나 人生은 나
 

- 「김민기 1집」 (1971년) 중에서

 
가수, 사진작가, 저술가인 한대수 님은 1948년 부산 출신으로 '한국 모던록의 창시자' '한국 포크록의 대부'로 불립니다.
1968년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데뷔, 1974년 1집 「멀고 먼길」을 비롯 「고무신」 「무한대」 「기억상실」 「천사들의 담화」 「이성의 시대, 반역의 시대」 등과 15집 「하늘 위로 구름 따라」 등 모두 15장의 정규 앨범과 다수의 싱글 앨범을 냈습니다. 
저서로는 「한대수, 물 좀 주소 목마르요」 「침묵」 「작은 평화」 「올드보이 한대수」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즈,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 「바람아, 불어라」 「나는 매일 뉴욕 간다」 등이 있습니다.
2023년 「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북하우스)을 냈습니다. 
 

2. ‘무명 무실 무감한 님’

 
위에 소개된 가사는 '바람과 나'가 처음 발표된 때의 원문입니다. 한대수 님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1971년 「김민기 1집」을 통해 처음 발표됐습니다. 위의 가사는 이 앨범에 실린 가사입니다. 지금(2023년)으로부터 52년 전의 노래네요.
 
'바람과 나'는 한대수 가수님이 열여덟 살 때 만든 노래입니다.
 
미국 유학 중이던 아버지의 실종으로 7세 때부터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야했던 외로운 한대수 소년. 17세 때 미국에 사는 아버지의 소재가 확인돼 미국으로 가서 살게 됩니다. 그러나 가정과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10대를 보내게 되는데, 상담교사의 도움으로 시와 노래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노래는 그 즈음 탄생했네요. 
 
끝 끝없는 바람 / 저 험한 산 위로 나뭇잎 사이 불어가는 ···
아, 자유의 바람 / 저 언덕넘어 물결같이 춤추던 님 ···

- 한대수 '바람과 나' 중에서

 
열여덟살의 한대수 님에게 현실은 너무 답답했나 봅니다. 끝없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산 위로도 불어가고, 나뭇잎 사이로도 불어가고 싶었네요.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청춘이었네요. 바람을 '님'으로 가슴에 간직한 힘든 청춘요. 
 
무명 무실 무감한 님 / 나도 님과 같은 인생을 / 지녀볼래 지녀볼래

- 한대수 '바람과 나' 중에서

 
한대수 님은 자신의 산문집 「한대수, 물 좀 주소 목마르요」(가서원 펴냄, 1998년)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은 욕망을 '바람과 나'에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이름도 없고(無名), 실체도 없고(無實), 감각도 없는(無感) 바람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청춘의 좌절감이 느껴집니다.
 
물결 건너편에 / 황혼에 젖은 산끝보다도 아름다운 
아, 나의 님 바람 / 뭇 느낌없이 진행하는 시간따라 

- 한대수 '바람과 나' 중에서

 
바람은 자유롭게 흘러갑니다. 그저 수많은 인연에 따라 흘러갑니다. 산을 만나면 높아지고 강을 만나면 낮아집니다. 나무를 만나면 감싸며 지나가고 직박구리를 만나면 직박구리를 높이 띄워주겠지요?
 
바람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수많은 인연에 따라 흘러가는 것만 같습니다. 어떤 어려운 일을 만나도 벗어나려 아등바등하지 않고 바람처럼 흘러가면 되겠네요.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다 스쳐가는 것이 바람이네요.

한대수노래바람과나중에서
한대수 노래 '바람과 나' 중에서.

 

 

3. ‘인생은 나’가 던져주는 의미


하늘 위로 구름 따라 / 무목 여행하는 그대 ··· / 인생은 나 인생은 나

- 한대수 '바람과 나' 중에서

 
이 구절의 '무목(無目)'은 글자 그대로는 목적이 없다, 눈이 없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이 둘의 의미를 모두 따서 '정처없이'라는 의미로 새겨봅니다. 자유롭게 정처없이 여행하는 바람을 말합니다. 
 
'인생는 나'가 두번 반복됩니다. 그렇게 무목 여행하는 바람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의미네요. 그런데 여기서 그런 인생이 바로 '나'라는 통찰이 가슴에 쑥 들어오네요.
 
우리는 '나'라는 실체가 있어서 그 실체가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생=나'라고 하면서, '나'란 다른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일이겠습니다. 
 
'바람과 나'는 김민기 가수님이 1971년 처음 노래했습니다. 그러다 노래를 만든이인 한대수 님이 1974년 자신의 1집 앨범 「멀고 먼길」에 삽입합니다. 이후 김광석 가수님도 이 노래를 했고요.
 
이 세 가수님들의 ‘바람과 나’를 들으면 다 다른 느낌입니다. 목소리도 다르고 창법도 달라서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각자의 삶이 서로 다른 색깔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바람과 나’. 삶이란 무엇인지, 나란 어떤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멋진 노랫말이네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김성호 가수님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를 만나 보세요.

 

김성호 노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김성호 가수님의 노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를 만나봅니다. 순수하고 솔직한 노랫말에 맑고 서정적인 멜로디, 속삭이는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interestingtopicofconversati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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