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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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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시인님의 시 '4월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 시는 같은 제목의 가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박목월 시인님은 이 노랫말 속에 어떤 메시지를 남겨놓았을까요?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며 생각하며 마음을 씻고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읽기

 
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 「구름에 달 가듯이- 나그네 시인 박목월」(김중순 조미경 지음, 소통) 중에서

 
박목월 시인님(1916~1978)(본명 박영종)은 경주 모량리 출신으로 18세 때인 1933년 대구 계성중학교 3학년 때 잡지 「어린이」에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실리고 「신가정」에 '제비맞이'가 당선됐습니다. 1939년 정지용 시인님의 추천으로 「문장」에 시 '길처럼' '그것은 연륜이다' '산그늘'이 잇따라 추천되고 이듬해 같은 잡지에 '가을 어스름' '연륜'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했습니다. 
1946년 조지훈 박두진 시인님과 합동시집 「청록집」을 발간했고, 1955년 첫 개인시집 「산도화」를 비롯 시집 「난·기타」 「경상도의 가랑잎」 「어머니」 「청록집· 기타」 「무순」 등을, 동시집 「박영종 동시집」 「산새알 물새알」 등을 발간했습니다. 아시아자유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서울시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습니다.
 

2. 목련꽃이 시키는 노래

 
엊그제 빗방울이네는 짝지(풀잎)와 꽃을 활짝 피우고 선 목련나무 옆을 지나가던 중이었는데요, 문득 풀잎이 이리 흥얼거리네요
 
목련꽃그늘 아래서 /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중에서

 
목련나무가 풀잎의 마음에 있는 어떤 단추를 누른 걸까요? 노래를 하라고요. 지금은 이 멋진 가곡을 노래할 때라고요. 풀잎은 자동인형처럼 목청을 소프라노톤으로 변환해 베르테르를 호명하고 있습니다. 거참.
 
목련나무는 환하게 꽃을 피워두고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에 단추를 무시로 눌러댑니다. 그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속절없이 바리톤이나 소프라노가 되어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습니다. 
 
'베르테르'라는 외국어가 주는 어감이 낯설면서도 어쩐지 이지적으로 느껴져서 좋은지요? 그런데 이 가곡의 노랫말에는 왜 난데없이 베르테르가 등장할까요?
 
이 가곡은 1953년 김순애(1920~2007) 작곡가님이 만든 노래입니다. 당시 「학생계」라는 이름의 잡지가 창간을 기념해 김 작곡가님에게 요청해서 이 가곡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사는 박목월 시인님이 쓰신 시입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시기는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탄생한 노래네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잡지 「학생계」, 그리고 최초의 여성 작곡가 김순애 작곡가님, 당대 최고 서정시인의 한 사람 박목월 시인님 등은 우리 청춘들에게 전쟁의 절망을 딛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던 거네요.
 
이 시 '4월의 노래'를 쓸 때 박목월 시인님은 37세였습니다. 박목월 시인님은 이 시에 무얼 담고 싶었을까요? 박목월 시인님은 어떤 시어로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그 속에 깃든 도전과 열정을 불러내려고 했을까요?
 
노래 첫 구절 '베르테르의 편지'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말합니다. 1774년 괴테가 25세에 쓴 편지형식의 소설입니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이끈 청년 괴테의 대표작입니다. 이 소설을 노랫말의 첫마디에 등장시킨 까닭을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우리 청춘들이 순수한 사랑의 열정에 대해 숙고하여 진정한 사랑을 향해 나아갈 것을 권하는 박목월 시인님의 따뜻한 전언인 것만 같습니다.
 

박목월시4월의노래중에서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중에서

 

 

3. 시인이 노랫말에 남겨둔 메시지

 
(1연)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2연)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중에서
 

빗방울이네는 이 구절들에서 허먼 멜빌의 「모비딕」,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났습니다. 그 당시 청춘들도 이 구절들을 노래하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탐험, 그리고 고귀하게 빛나는 자신만의 별을 떠올리면서 가슴 설렜겠지요?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 박목월 시 '4월의 노래' 중에서

이 가곡에서 음이 가장 높은 절정 부분은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입니다. 그러다가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는 우아한 곡조로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왜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일까요? 그 힘들었던 전쟁의 시간이 끝나고 폐허 속에 찾아온 꿈의 계절 봄입니다.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는지요? 무지개 계절이 반가워 어찌 가슴 먹먹하지 않겠는지요? 이런 벅찬 가슴이면 감당 못 할 것이 없을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이 땅의 청춘들은 박목월 시인님과 김순애 작곡가님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가곡을 부르며 저마다의 꿈을 키우고 도전하고 사랑하며 폐허의 시간을 건너왔겠네요. 70년을 이어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4월의 노래'를 듣는 다정한 봄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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