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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이원수 동시 찔레꽃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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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시인님의 동시 '찔레꽃'을 만납니다. 이 '찔레꽃'은 어떤 향기를 우리에게 건네줄까요? '찔레꽃'을 읽으며 또 노래하며 함께 마음을 씻으며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이원수 동시 '찔레꽃' 읽기

 
찔레꽃
 
- 이원수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누나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배고픈 날 가만히 먹어 봤다오.
 
광산에 돌 깨는 누나 맞으려
저무는 산길에 나왔다가,
 
하얀 찔레꽃 따먹었다오
누나 누나 기다리며 따먹었다오.
 

- 이원수 동요동시집 「종달새」(새동무사) 중에서

 
이원수 아동문학가님(1911~1981)은 경남 양산읍 북정리 출신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26년 동요 '고향의 봄'이 「어린이」지에 당선했습니다. '고향의 봄'은 홍난파 작곡가님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져 오늘날에도 널리 애창되고 있습니다.
동요동시집 「종달새」를 비롯, 그림동화집 「봄잔치」, 장편동화 「숲 속나라」, 동화집 「파란 구슬」 , 그리고 「이원수아동문학독본」 「어린이문학독본」, 아동문학집 「고향의 봄」 등을 발간했습니다. 한국아동문학가협회 초대 회장(1971)을 역임했으며, 한국문학상(1973),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74) 등을 수상했고, 금관문화훈장(1984)을 수훈했습니다.
 

2. 93년 된 찔레꽃의 '아프고 슬픈 향기'

 
이원수 시인님의 첫 동요동시집은 「종달새」입니다. 1947년 새동무사에서 나온 64쪽짜리 자그마한 책입니다. 최근 이원수문학관(창원시 의창구)에서 이 책 복원본을 선보여 당시 활판 글자의 예스러움과 이원수 시인님의 숨결을 갈피마다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갈피 속에 동시 '찔레꽃'이 은은한 향기를 뿜고 있네요. 1930년 5월에 발표되었으니 93년 전의 작품입니다.
 
찔레꽃은 장미과에 속하는데요, 가시가 있어 잘 찔리기 때문에 찔레꽃이라 합니다. 봄에 흰꽃이 달립니다. 가을에는 '사랑의 열매'처럼 생긴 작고 빨간 열매, 영실이라고 불리는 열매가 달립니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 배고픈 날 가만히 먹어 봤다오

- 이원수 동시 '찔레꽃' 중에서

 
이 구절이 이 시의 울음터입니다. 아니, 찔레꽃을 먹는다고요? 하고 놀라실 지도 모르겠네요. 네, 먹습니다. 먹어봤냐고요? 네, 먹어봤습니다. 허허.
 
빗방울이네도 시골에서 자라 어릴 적에 먹었습니다. 특히 찔레순을 많이 먹었는데요, 봄에 새로 올라온 연한 찔레순을 꺾어 줄기를 따라 세로로 껍질을 벗겨 먹습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시원한 느낌의 즙에서 약간 떫으면서 향긋하고 덜컨한 맛이 났던 것 같네요. 덜컨한 맛은 딱히 단맛이라고 할 수 없는 맛, 그대가 단맛이라고 느끼는 맛보다는 약간 덜 단맛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덜컨한 맛이 납니다!
 
이원수 시인님은 찔레꽃을 '배고픈 날 가만히 먹어 봤다'고 하네요. 배가 고파 찔레꽃을 따먹었는데, '가만히' 먹었다고 합니다. 이 '가만히'라는 부사로 인해 이 시의 울림이 커졌습니다. 소년이 작은 엄지와 검지를 모아 가시를 피해 조심조심 찔레꽃에 다가가 하얀 꽃을 따서 또한 작은 입으로 가져가는 조용한 동작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특히 '먹어 봤다'는 진술에는 가난한 표시를 내지 않으려 주위를 둘러보며 먹을까 말까 하는 소년의 망설임까지 희미하게 느껴지네요. 마침내 우리는 이 배고픈 아이의 처지가 된 듯 배가 고프고 가슴 한쪽이 저려옵니다.
 
'찔레꽃'과 같은 시집에 실린 이원수 시인님의 '버들피리'라는 동시를 함께 보셔요.
 
버들피리 불자, 보리밭에서 / 동무 동무 나란히 서서 불자
작년봄 이맘때는 양식 뺏기고 / 동네마다 배고파 말 아니었지
버들피리 불자, 뒷산에 자는 / 지난봄에 죽은 애들 무덤에 불자
우리 동네 안에서도 어린 애가 셋 / 꽁보리밥 나물죽에 병나 죽었다
버들피리 불자, 보리밭에서 / 다 같이 잘 사는 봄 오라고 불자
 
'버들피리'는 1946년 3월 발표작이니, '지난봄'이라면 해방 직전의 봄이네요. 그 봄에 '양식 뺏기고 동네마다 배고파 말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동네에서 어린 애가 셋이나 배고파 죽었다고요! 이렇게 동시는 지난날의 상처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1연) 누나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
(3연) 광산에 돌깨는 누나 맞으려

- 이원수 동시 '찔레꽃' 중에서

 
'찔레꽃'은 1930년 작품입니다. 일제치하, 그렇게 가난했기에 연약한 누나가 돌 깨는 일을 하러 광산에 가야만 했네요. 어린 나는 그 광산 길에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누나는 안 오고 해는 저물고 배가 고파옵니다. 그래서 '가만히' 찔레꽃을 따 먹었네요. 93년 전의 '찔레꽃'이 "이런 아픈 시절이 있었다."라고 가슴을 찌르는 것만 같네요.
 

이원수동시찔레꽃중에서
이원수 동시 '찔레꽃' 중에서

 


 

3. 노래에 실려오는 찔레꽃 향기의 위로

 
이원수 시인님의 '찔레꽃'을 이연실 가수님이 1972년 개사해 박태준 작곡가님의 곡에 실어 부른 노래 '찔레꽃', 아시지요?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 이연실 가수의 노래 '찔레꽃' 중에서 

 
빗방울이네는 이 '찔레꽃' 노래의 박강수 가수님의 버전도 좋아합니다. 2016년 라이브인데요, 짙은 갈색 기타를 안고 찔레꽃처럼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박강수 가수님이 부르는 '찔레꽃'을 듣고 있으면, 그날 산길에서 찔레순을 먹고 있는, 버짐 핀 어린 빗방울이네가 보입니다. 먹먹한 가슴으로 그 배고픈 내면의 아이를 가만히, 뜨겁게 안아보는 봄밤입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봄꽃 시를 한 편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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