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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도올 김용옥 논어한글역주 - 친구 이야기

by 빗방울이네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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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논어한글역주」의 한 문장을 읽습니다. 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자님은 어떤 친구를 사귀라고 했을까요? 함께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와 친구 사이'를 돌아보며 마음을 씻으며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못난 친구는 사귀지도 말라?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나면 참으로 당혹스럽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 삼지 않는다(無友不如己者)

- 「논어한글역주 1」(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 중에서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그러면 못난 사람은 친구도 가지지 말아야 하는지요?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요, 이 말씀은요 공자님만이 아니라 부처님도 하신 말씀입니다. 이렇게요.
 
삶의 길에서 자기보다 낫거나 동등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단호히 홀로 가라. 어리석은 자와의 우정은 없다.

- 「빠알리경전」(일아편역 민족사) 중에서

 
빗방울이네는 '못 난 일인'으로서 참말로 야속하기 그지없는 말씀인 것만 같습니다. 참말로, 못난 사람은 친구도 사귀지 말라는 말씀입니까! 대체 왜 그러실까요? 이 말의 숨은 뜻은 따로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무엇일까요?
 

2.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사귀면 나쁜 점은?

 
앞에 소개된 문장은 아래의 긴 문장 속에 든 작은 문장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무게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학문을 해도 견고하지 못하게 된다. 우러나오는 마음과 믿음 있는 말을 주로 하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삼지 아니하며,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는다."
子曰: "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 「논어한글역주 1」(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 중에서

 
보시다시피 이 긴 문장은 군자의 덕성에 관계되어 있습니다. 군자는 어떻게 덕성을 기르고 발전시켜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빗방울이네가 이 문장,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삼지 않는다'를 안고 고민하고 있으니 짝지 '풀잎'이 이럽니다. 
 
자기보다 못한 친구를 사귀면 자기에게 나쁜 점이 있다는 거네요.

- '풀잎'의 말 중에서

 
아뿔사, 맞네요. 자기보다 못한 친구를 사귀면 무엇이 나쁠까요? 풀잎님, 그것이 무언지 알려주실래요?
 
자기가 친구보다 조금 잘났다고 항상 우쭐대고 으스대겠네요.

- '풀잎'의 말 중에서

 
아뿔싸, 또 맞네요. 이제는 빗방울이네 질 수 없어요. 냉큼 '가위 치기'로 들어갔어요.
 
그렇게 되면, 잘났다고 생각하는 본인은 자기 발전이 없고, 못난 취급받는 친구는 잘 난 친구에게 맨날 치여서 괴롭겠네요.

- '빗방울이네' 말 중에서 

 
그러니까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 삼지 않는다'의 함의는 '자기보다 못한 자와 친구 하지 말라'에 있다기보다 '자기보다 못한 자를 사귀며 스스로를 과시하지 말라'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문장이네요. 그것은 자기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할 군자의 덕성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니까요.
 

이기동교수진리란무엇인가중에서
이기동 교수 '진리란 무엇인가' 중에서

 

 

3. 못난 사람과 친구 하는 사람의 심리는?

 
그렇게 못난 사람과 친구하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나보다 못한 사람이 나와 사귀면 그는 언제나 나보다 못난 사람이 되기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므로 그러한 사람은 나와 같이 다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그에게 밥도 사주고 차비도 대주면서 함께 다닌다. (중략) 사실은 친구에게 베풀어준 것이 아니라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친구를 이용한 것이었다.

- 「진리란 무엇인가」(이기동 지음, 21세기북스) 중에서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네요. 이기동 교수님은 이 책에서 친구 사이에 대해 이렇게 반성해 볼 것을 권유합니다.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친구를 사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를 과시하기 위해 친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진리란 무엇인가」(이기동 지음, 21세기북스) 중에서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폭'의 경우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친구를 멸시하고, 그의 단점을 좌중의 웃음거리로 조롱하면서 쾌감을 얻고 그러면서 자신의 우월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폭력일 것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봅니다.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 삼지 않는다(無友不如己者)

- 「논어한글역주 1」(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 중에서

 
이제 이 문장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無友不如己者'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 삼지 않는다' 보다 '자기와 같지 않는 자를 벗 삼지 말아라'에 가깝습니다.
 
즉, 자기보다 잘 난 이를 사귀면 맨날 그에게 치여서 괴롭고, 반대로 못 난 이를 사귀면 맨날 자기가 잘났다는 착각에 빠져 발전이 없을 것이므로 자신과 비슷한 이를 친구로 사귀라는 뜻도 새길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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