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고 스미기

나태주 시집 좋은 날 하자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7. 11.
반응형

나태주 시인님의 시집 '좋은 날 하자'를 읽습니다. 시인님의 50권째 시집입니다. '풀잎'의 시인, 79세 노시인이 건네는 삶의 비기로 마음을 맑히며 함께 개운하게 독서 목욕을 하십시다.  
 

1. 나태주 시 '좋은 날 하자' 읽기


좋은 날 하자

- 나태주

오늘도 해가 떴으니
좋은 날 하자

오늘도 꽃이 피고
꽃 위로 바람이 지나고

그렇지, 새들도 울어주니
좋은 날 하자

더구나 멀리 네가 있으니
더욱 좋은 날 하자


- 나태주 시집 「좋은 날 하자」(샘터) 중에서


나태주 시인님은 1945년 충남 서천 출신으로 43년 동안 초등학교 교단에 섰으며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습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해 등단했고,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것을 비롯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풀꽃」 「너무 잘하려고 애스지 마라」 등 시집, 산문집, 동화집 등 150권이 넘는 저서를 냈습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공초문학상, 유심작품상, 난고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 50권 시집 낸 노시인의 삶의 비기는?


시력(詩歷) 52년에 창작 시집 50권이라! 너무 많은 책을 내고 만 것이다 ···
이제 팔순의 문턱에 이른 79세의 노인이 되었다 ···
가는 데까지는 가보면서 더는 실수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나태주 시집 「좋은 날 하자」(샘터) '시인의 말' 중에서
 

위 문장은 나태주 시인님이 시집 「좋은 날 하자」 앞 쪽에 '시인의 말'로 써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시집이 50권째 창작 시집이네요. 2023년에 낸 시집이니 시인님의 가장 최근의 시집이기도 합니다.
 
'풀꽃' 1, 2, 3 연작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와 사랑을 전해준 고마운 시인님. 올해(2023년) 79세에 이른 시인님은 수많은 시를 쓰면서, 삶의 속살을 들여다보면서, 삶에 대해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 걸까요? 오늘은 이런 관점에서 시집 「좋은 날 하자」에 실린 몇 편을 읽겠습니다.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네 가슴에 별 하나 / 숨기고서 살아라 
끝내 그 별 놓치지 마라 / 네가 별이 되어라

- 나태주 시 '너는 별이다' 전문

 
얼마나 남을 쫓아다니기 바쁜지요? 남이 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쓰며 말입니다. 나를 꾹꾹 눌러놓고 말입니다. 김은숙 작가님의 미니시리즈 '도깨비'의 한 대사가 생각나네요. '현실을 살라고, 소문에 살지 말고'. 묵묵히 내 가슴속의 별을 따라가는 삶이어야 한다는 시인님의 말씀, 빗방울이네도 동의합니다! 
 
아무것도 되지 않고 싶었고/ 아무것도 되지 않았던 사람

- 나태주 시 '윤동주 2' 중에서

 
무언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편인가요? 우리 선지자들은 돈이나 명예 같은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합니다. ‘무언가 되고 싶다’는 욕망보다 ‘아무것도 되지 않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무엇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는 성찰을 깊이 새겨봅니다.
 
다른 사람한테서 무언가 받았을 때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 말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 주었을 때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 말하는 사람이 있다
누가 정말 / 보람 있는 삶을 산 사람일까?

- 나태주 시 '삶의 보람' 전문 

 
80에 이른 노시인님이 세상사를 지켜보니 받으려고만 하지 주려고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것이네요. 베푸는 삶에 대한 성찰이네요. 어쩌면 이리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 실천하려면 왜 그리 어려운 일이 되고 말까요? 
 
될수록 멀리 / 멀리 던지는 그 무엇!
의심해서는 안 된다 / 윤슬, 윤슬, 햇빛의 비늘 그 너머로
너 자신을 힘껏 던져라

- 나태주 시 '기회' 전문


‘기회’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너 자신을 힘껏 던져라’는 구절이 가슴에 훅 들어오네요. 얼마나 자주 망설였는지요? 얼마나 나를 의심하고, 믿지 못하고 뒤로 숨었던지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 배를 띄우고
바람이 부는 쪽으로 노를 저어 가보자
가는 데까지는 / 가보는 거다

- 나태주 시 '희망' 전문
 

노시인은 ‘가는 데까지는’ 가보자고 합니다. 일단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내 마음의 별을 응시하면서, 망설이지 말고 기회를 잡고 나를 힘껏 던져서 말입니다. 그러면 ‘바람’이 나를 도와준다고 하네요.
 

나태주시좋은날하자중에서
나태주 시 '좋은 날 하자' 중에서.

 

 

3. 좋은 날이라고 하면 좋은 날이다

 
오늘도 해가 떴으니 / 좋은 날 하자
오늘도 꽃이 피고 / 꽃 위로 바람이 지나고
그렇지, 새들도 울어주니 / 좋은 날 하자
더구나 멀리 네가 있으니 / 더욱 좋은 날 하자

- 나태주 시 '좋은 날 하자' 전문


이 시집의 제목이 된 시 ‘좋은 날 하자’입니다. 그대에게 좋은 날은 언제인가요? 생일, 상 받은 날, 승진한 날, 월급날 ···.

그런데 시력 52년 동안 50권의 시집을, 1년에 1권씩의 시집을 낸 노시인님의 생각은 다르네요.

‘해가 떴으니’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아니, 좋은 날이라고 하자고 하네요. ‘꽃이 피고 꽃 위로 바람이’ 지나가니 좋은 날이라고 하고요. ‘새들도 울어주니’ 좋은 날이랍니다. 좋은 날이라고 하면 좋은 날이 된다는 거네요. 그러면 좋지 않은 날이라곤 없겠네요.

‘멀리 네가 있으니’ 좋은 날이라네요. 가까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멀리에서라도 네가 있으니, 이 지구에서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있으니 좋은 날이라고 하네요. 사랑하는 이의 존재 자체만으로 행복한 느낌, 그대도 알지요?

낮에는 그럭저럭 / 버티며 살다가도 / 밤이면 아프다 / 아내도 나도 아프다
늙어서 그런 걸 어쩌랴 / 가끔은 아버지 / 어머니 생각을 한다
아, 그 분들도 이만했을 때 / 이렇게 아프셨겠구나
아버지 어머니와의 거리가 / 많이 가까워졌다

- 나태주 시 '세월' 전문

 
이 시를 읽으니 울컥합니다. 빗방울이네, 자꾸만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아, 그 분들도 이만했을 때 / 이렇게 아프셨겠구나

- 나태주 시 '세월' 중에서

옆에 연로하신 분이 계신가요? 내색은 안 하시지만, 지금 이렇게 쑤시고 아프다고 하네요. 그렇게 아팠다는 걸 나중에, 늦게 알게 된다고 하네요. 내가 쑤시고 아프게 되면요. 그때는 시인님처럼 옛 생각이 나 얼마나 마음까지 아플까요? 우리 사랑은 왜 이렇게 자꾸 어긋나는지요? 뫼비우스의 띠처럼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나태주 시인님의 시를 도 읽어 보세요.

 

나태주 풀꽃 박진규 풀꽃친구 읽기

앗, 길가에 풀꽃이 피고 있어요! 오늘은 풀꽃 시 2편을 엮어 읽으려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1', 박진규 시인의 '풀꽃친구'가 그것입니다. 두 송이 풀꽃을 엮으면 꽃반지가 되네요. 어떤 느낌

interestingtopicofconversation.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