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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김소월 시 부모 해설 유주용 노래 부모 가사 단소악보

by 빗방울이네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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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인님의 시 '부모'를 만납니다.
 
이 시를 노랫말로 한 유주용 가수님의 노래 '부모'도 함께 만납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삶의 길을 곰곰 생각하게 되는 시와 노래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김소월 시 '부모' 읽기

 
부모
 
김소월(본명 김정식, 1903~1935년, 평북 정주군 곽산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되어서 알아보랴.
 
▷「소월(素月)의 명시(名詩)」(김소월 지음, 한림출판사, 1978년) 중에서.
 

2.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숙연해지는 시

 
시집 「진달래꽃」(매문사)은 1925년 처음 발간됐는데, 1939년 발행본(매문사)도 있네요.
 
도서관에서 1939년 발행본 「진달래꽃」을 펼쳐보았습니다.
 
거기에 56쪽에 '어버이'라는 시, 57쪽에 '부모'라는 시가 한 쪽씩 나란히 붙어있네요.
 
먼저 실린 김소월 시인님의 시 '어버이'를 만나봅니다. 원본 그대로인데, '딸'의 'ㄸ'은 원본에 'ㅅㄷ'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어버이
 
잘살며못살며 할일이안이라
죽지못해산다는 말이잇나니,
바이죽지못할것도 안이지마는
금년에 열네살, 아들딸이 잇섯서
순복에아부님은 못하노란다.
▷「진달래꽃」(김정식 지음, 매문사 발행, 1939년) 중에서
 
※위 시집 「진달래꽃」은 「초간 희귀 한국현대시원본전집 20」(문학사상사)에 영인본으로 수록된 것임.
 
'어버이'는 삶의 고단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시네요.
 
사는 일이 '할 일이 아니라('안이라')'고 하네요. 할 일이 아니라! 깊고 낮은 한숨이 들리는 것만 같은 구절입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있나니('잇나니')'. 어쩔 도리가 없어 의욕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하고요.
 
'바로('바이') 죽지 못할 것도 아니지마는('안이지마는')'. 바로 죽을 수도 있다고도 하고요.
 
그러나 '순복이네 아버님('순복에아부님')'은 '열네살 아들딸이 있어서('잇섯서')' 못 죽는다고 하네요. 
 
지금 삶이 고단하여 바로 죽고만 싶지만, 자식 때문에 죽지 못해 산다는 것이 '어버이'의 마음이네요.
 
어떻게 하면 그 '어버이' 깊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겠는지요?
 
이 시의 맞은 편에 실린, 분위기 비슷한 시 '부모'를 원본으로 감상해 봅니다.
 
'떠러질때'의 2개의 'ㄸ'는 'ㅅㄷ'로, '어쩨면'의 'ㅉ'은 'ㅅㅈ'으로 원본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父母
 
落葉이 우수수 떠러질때,
겨울의 기나긴밤,
어머님하고 둘이안자
옛니야기 드러라.
 
나는어쩨면 생겨나와
이니야기 듯는가?
뭇지도마라라, 來日날에
내가父母되여서 알아보랴?
▷위 같은 시집 「진달래꽃」 중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노래 '부모'의 노랫말이 바로 김소월 시인님의 시 '부모'입니다.
 
이 노래는 서영은 님의 작곡으로 1968년 유주용 가수님이 처음 불렀습니다.
 
이 시에는 어떤 삶의 진실이 스며 있을까요?
 
먼저 1 연입니다.
 
'落葉이 우수수 떠러질때 / 겨울의 기나긴밤
어머님하고 둘이안자 / 옛니야기 드러라'
 
시의 공간은 초겨울 밤인가 봅니다.
 
세상의 생명들은 쇠락과 소멸의 계절 가을을 지나 겨울의 적막 속에 들어갔습니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까만 밤이었겠지요? 낙엽이 휩쓸려 다니는 소리가 밤의 고요를 더욱 증폭시키는 시간입니다.
 
그런 기나긴 겨울밤, 아버지는 곁에 없습니다.
 
김소월 시인님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집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아버지 없는 기나긴 겨울밤 '어머님 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옛니야기)'를 들었다고 하네요.
 
이때의 '옛이야기'는 어머니가 겪었던 지난날의 구불구불했던 삶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들어라(드러라)'에서 독특한 뉘앙스가 풍기네요. '어머니와 같이 둘이 옛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이 얼마나 희유하고도 쓸쓸한 일인가!'라는,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하는 듯하는 시인님의 심정이 전해져 오네요.
 
'나는어쩨면 생겨나와 / 이니야기 듯는가?
뭇지도마라라, 來日날에 / 내가父母되여서 알아보랴?'
 
이 시를 노랫말로 한, 유주용 가수님의 노래 '부모'를 처음 들었을 때 빗방울이네는 이 구절에서 깜짝 놀랐더랬습니다.
 
'나는 어쩌면('어쩨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니야기') 듣는가('듯는가')'. 이처럼 날 것 그대로의 직설적이고도 심오한 구절이 노랫말에 등장하다니! 하고요.
 
이 구절은 '네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돌아보라. 그 소중한 삶의 기회를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묻는 것만 같았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지곤 합니다.
 
'어쩌면('어쩨면')'에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이 부사는 전체 구절에 스며들지 않고 어쩐지 튀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은 통상적으로 '짐작하건대'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어쩌면'은 '도대체 어떻게 하여서'라는 뜻이 나와 있습니다. 그 예문으로 '어쩌면 이야기를 그렇게도 재미있게 하는지 몰라'가 제시되어 있네요.
 
'어쩌면'의 이런 의미를 시 구절에 담아보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여서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라는 의미가 됩니다.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구절에서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라고 했던 이웃 할머니 말에 펑펑 울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네요.
 
철이 들 무렵이면 누구에게라도 생겨나는 궁금증입니다.
 
나는 어쩌면(도대체 어떻게 하여서) 여기 이 자리에 있게 된 걸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낳았다면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 전에는 어디에 깃들어 있었을까?
 
깜깜하고 조용하고 기나긴 겨울밤이면 더욱 이런 속수무책의 아득한 의문이 자라나게 되었겠지요?
 
'이 이야기('니야기') 듣는가('듯는가')'. '이 이야기'는 어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지난 이야기입니다. 
 
- 네 아버지를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너를 낳았을 때와 너의 어린 시절은 이러저러했고, 네 아버지는 어떤 이유로 돌아가시게 되었더라.
 
어린 김소월은 어머니의 그런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하여서 태어나게 되었는지,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키우게 되었는지,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같은, 어른스러운 궁금증에 온통 휩싸이게 되었네요. 
 
'묻지도 말아라('뭇지도마라라')'. 그런 깊은 일들에 대한 궁금증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네요. 그런 깊은 일들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고, 그래서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이 구절에서 노래 '어머니 마음'에 나오는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라는 애틋한 구절도 생각나고요, '네가 아이 낳고 키워보면 부모 마음 알 것이다'라는 문장도 겹쳐 떠오르네요.
 
'내일날에 / 내가 부모 되어서('되여서') 알아보랴?'. 이 구절에서 '알아보랴?'의 의미가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노래 '부모'에서는 '알아보리라'로 개사된 구절입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랴'는 여러 쓰임새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찌 그러할 것이냐'라고 반문하는 쓰임에 익숙하지만, 여기서는 '하려는 행동에 대하여 상대의 의향을 묻는 뜻'의 쓰임으로 새깁니다. '알아보랴?'라고 뒤에 물음표('?')까지 제시되어 있으니까요. 사전에는 그 용례로 '갈비나 한 짝 사랴?' '한 수 가르쳐 주랴?'가 제시되어 있네요.
 
그러면 이 '알아보랴?'는 '알아볼까요?' 또는 '알아보면 종래에는 알 수 있을까요?'라는 뉘앙스에 가깝다고 새겨집니다. 
 
이런 존재에 대한,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은 내가 배를 밀며 그 시간들을 직접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시 '부모'는 쉬운 말로 된 짧은 시지만, 참으로 깊은 우물 같은 시네요.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며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가운데 앞으로 펼쳐질 삶의 진경들이 가물거리며 아득히 멀리서 다가오는 것만 같습니다.
 
그 길을 가려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데, 어떤 맵고 쓴 풍경들이 많이 있을 것만 같네요.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겠지요? 좋은 시간도 많겠지요?
 
이 시가 노랫말이 된 가요 '부모'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이 노래는 유주용 가수님이 처음 발표한 후 지숙, 박일남, 이연실, 나훈아, 양희은, 임수정, 김상은 가수님 등이 자신만의 버전으로 불렀습니다.
 
앞서 소개된 대로, 노랫말에서는 시의 맨 마지막 구절 '알아보랴?'가 '알아보리라'로 개사되었습니다.
 
빗방울이네가 서로 다른 버전의 '부모' 노래를 다 들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유주용, 지숙, 임수정, 김상은 님의 노래 말고는 노랫말에서 시와 다른 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시 속의 '내일날에'라는 구절을 '내일날을'이라고 부른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뜻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그러니 원래 이 구절은 '내일날에 내가 부모되어서 알아본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내일날을'이 되면 '내일날을 묻지도 말아라'라는 시 '부모' 속의 의미와는 다른 엉뚱한 뜻이 되고 맙니다.
 
두 번째 눈에 띄는 점은 '겨울의 기나긴 밤'이라는 구절을 어떤 노래에서는 '가을의 기나긴 밤'으로 고쳐 불렀다는 점입니다.
 
그대는 '겨울의 기나긴 밤'이 좋은지요 아니면 '가을의 기나긴 밤'이 좋은지요?
 

김소월 시 '부모' 전문.

 

 

 

3. 노래 '부모' 단소로 불기

 
김소월 시인님의 시에 서영은 님이 작곡하고 유주용 님이 노래한 가요 '부모'의 오선보를 보고 단소음계를 달아봅니다.
 
단소음으로 연주하니 애잔한 감상이 한층 깊어지네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林潢汰 㴌㴌㳞㴌 淋㳞㴌汰
 
겨울의 기나긴 밤
林無潢 汰汰汰 㴌
 
어머님 하고 둘--이 앉-아-
㳞㴌㳞 湳淋 㴌㳞㴌汰 南林潢潢
 
옛 이야기- 들어라-
㳞 㳞淋湳潢 㳞淋湳湳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㶂潕 湳淋㴌 汰㴌 㳞淋
 
이 이야기 듣-는-가-
㳞 㴌㴌汰 㴌汰潢汰㴌㴌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林潢汰 㴌㴌㳞㴌 淋㳞㴌汰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林無 潢汰 汰汰㳞 㴌淋㳞汰潢潢
 
즐거운 연주시간 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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