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 5편을 만나봅니다.
곽재구 시인님의 '사평역에서', 김남조 시인님의 '겨울 바다', 김현승 시인님의 '겨울 나그네', 서정주 시인님의 '동천(冬天)', 김광균 시인님의 '설야(雪夜)'를 차례로 읽습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읽기
곽재구 시인님(1954년~ , 광주)의 시 '사평역에서'의 한 구절을 읽습니다.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중에서
이 시를 읽으면 겨울여행을 떠나고 싶어 집니다.
지금의 고단한 시간을 잠시 접어두고 훌훌 기차를 타고 싶습니다.
어느 시골의 조그만 간이역에 내리고 싶습니다.
그 대합실에는 마치 오래된 영화에서처럼 톱밥난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빨갛게 타오르는 톱밥난로가에 앉아 지치고 추운 몸과 마음을 녹이고 싶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오랫동안 톱밥난로의 온기를 쬐고 싶습니다.
누군가 한 줌의 톱밥을 툭 불빛 속에 던져 주겠지요?
그리하여 사그라들던 불빛이 확 살아날 때 가슴이 뜨거워질지도 모릅니다.
추운 이들을 위해 나도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시 '사평역에서'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2. 김남조 시 '겨울 바다' 읽기
김남조 시인님(1927~2023, 대구)의 시 '겨울 바다'의 한 구절을 읽습니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 김남조 시 '겨울 바다' 중에서
이 시를 읽으면 겨울바다에 달려가고 싶어 집니다.
그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소리를 듣고 싶어 집니다.
그 겨울바다에 앞에 서면 알게 될까요?
우리가 지금 처한 고통은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요.
지금 참지 못할 번뇌라는 것도 나중에는 까마득히 잊게 될 것이라는 것을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을 고통 속에서 허비하지 말라고 겨울바다는 우리에게 말해줄까요?
시 '겨울 바다'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3. 김현승 시 '겨울 나그네' 읽기
김현승 시인님(1913~1975, 평양)의 시 '겨울 나그네'의 한 구절을 읽습니다.
겨우내 다수운 호올로에 파묻치리라
- 김현승 시 '겨울 나그네' 중에서.
이 시를 읽으면 문득 내면으로 침잠하고 싶어 집니다.
얼마나 우리는 재잘거렸는지요?
얼마나 우리는 끼리끼리 무리 지었는지요?
얼마나 우리는 저마다 이름에 딸린 것들에 짓눌려왔는지요?
이 춥고 황량한 겨울에는 한 번쯤 '호올로'에 파묻히고 싶습니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외진 고독 속에 파묻히고 싶습니다.
그러면 내가 이 삶에 온 존재의 이유 같은, 지금까지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될까요?
겨울이 지나면 고치에서 애벌레가 우화 하듯 우리 기꺼이 다스워질까요?
시 '겨울 나그네'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4. 서정주 시 '동천(冬天)' 읽기
서정주 시인님(1915~2000, 전북 고창)의 시 '동천(冬天)' 한 구절을 읽습니다.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문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 서정주 시 '동천(冬天)' 중에서.
이 시를 읽으면 나의 무언가를 맑게 씻고 싶어 집니다.
그것도 '즈문 밤' 동안 오래도록 씻고 싶어 집니다.
무언가를 씻어서 푸르고 시리고 깊은 동천(冬天)에 걸어놓고 싶어 집니다.
시인님은 무얼 그리 열심히 씻었을까요?
그것은 삶이었을까요? 시였을까요? 사랑이었을까요? 깨달음이었을까요?
이 시는 우리에게 지금 그대는 어떤 소중한 것을 맑게 맑게 씻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시 '동천(冬天)'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5. 김광균 시 '설야(雪夜)' 읽기
김광균 시인님(1914~1993, 경기도 개성)의 시 '설야(雪夜)' 한 구절을 읽습니다.
먼-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 김광균 시 '설야(雪夜)' 중에서.
이 시를 읽으면 눈 소리가 들립니다.
고요한 겨울 눈 오는 밤에, 한지를 바른 문창에 눈이 들이치며 나는 소리 말입니다.
사르륵 사르륵 사르륵 ···.
그 소리를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하였네요.
가까운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가 아닙니다.
마음속에서나 잴 수 있는 아득히 먼 곳이겠습니다.
거기서 옷 벗는 여인의 거동은 야릇하게도, 한편으로는 눈처럼 정결하게도 다가오네요.
그대는 고요한 밤에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요?
눈 내리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은 얼마나 맑고 간절한 마음일지요?
시 '설야(雪夜)' 해설 전문을 이 글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읽고 쓰고 스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동주 시 눈 오는 지도 (41) | 2025.01.18 |
---|---|
김지하 시 타는 목마름으로 안치환 노래 단소 악보 (32) | 2025.01.15 |
응무소주 이생기심 뜻 (37) | 2025.01.13 |
천상병 시 그날은 - 새 (29) | 2025.01.10 |
이중표 니까야로 읽는 금강경 부처님 맨발의 이유 (28) | 2025.01.09 |